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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배신 기온 올라가면 되레 탄소 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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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상기후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전 세계의 노력이 더해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나무 심기’다. 식물의 광합성 작용이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일등공신이기 때문이다. 식물이 빛 에너지를 이용해 기공으로 흡수한 이산화탄소와 뿌리로 빨아들인 물로부터 탄수화물과 산소를 생산하는 과정이 광합성이다. 그런데 기온이 높아지면 숲의 식물들이 산소 대신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고 한다. 그야말로 식물의 배신이다. 이산화탄소 흡수로 지구 온도를 낮춰주는 식물들이 어떤 원리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일까?

특정 온도 되면 광합성 효율 떨어지고 광호흡 발생
식물의 광합성에는 빛의 세기, 이산화탄소 농도, 온도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다. 효소(루비스코) 또한 촉매 역할을 해 광합성을 돕는다. 이때 만들어진 탄수화물(포도당)은 잎·줄기·뿌리에 공급돼 생장하는 데 쓴다. 인간이 배출하는 탄소의 30%는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흡수한다.
그런데 대기 온도가 올라가면 식물의 수분이 증발하면서 광합성 효율이 떨어진다. 수분이 모자라면 식물이 말라버리기 때문에 수분 손실을 막기 위해 잎이 기공을 닫아버린다. 기공은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통로다. 기공이 닫히면 잎 속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지면서 광합성을 돕는 효소가 이산화탄소보다 산소와 더 잘 결합하게 된다. 그러면서 광합성 효율이 떨어져 상당 양의 이산화탄소가 포도당이 되지 못해 영양분 생산이 감소한다.
또 반대로 산소와 결합하는 대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광호흡이 일어나기도 한다. 광호흡은 잎에서 반드시 햇빛이 있을 때만 일어난다. 식물은 밤낮없이 호흡하지만 밤에는 햇빛이 없기 때문에 호흡에 필요한 산소를 흡수하고 호흡 결과 발생한 약간의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 광호흡은 바로 식물이 밤에 하는 호흡과 유사하다.
미국과 뉴질랜드 공동 연구팀은 생태계와 대기 사이의 이산화탄소 이동을 관측한 최근 25년 동안의 자료를 토대로 온도에 따른 식물 생태계의 광합성과 호흡작용의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지구온난화가 계속돼 기온이 특정 수준까지 상승하면 광합성과 호흡작용 작동에 변화가 생겨 식물의 이산화탄소 저장 능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처음엔 광합성이 활발히 일어나다가 어느 특정 온도까지 기온이 올라가면 이 전환점을 지나면서부터 광합성 효율이 떨어지기 시작해 식물의 이산화탄소 저장 능력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식물마다 광합성 효율의 변곡점에 이르는 특정 온도는 달랐다.
식물은 광호흡 방식에 따라 C3(콩 같은 온대기후작물), C4(옥수수·사탕수수 같은 덥고 건조한 지역의 열대작물), CAM(선인장 같은 다육식물) 등으로 나뉜다. 광합성 효율이 최고일 때의 온도는 C3 식물군의 경우 18℃, C4 식물군은 28℃로 나타났다. 이보다 기온이 더 높아지면 광합성 효율이 감소하기 시작한다.
반면 호흡률은 전환점 도달 없이 기온이 높아질수록 비례해서 증가했다. 광합성 효율이 최고일 때의 온도 변곡점을 지나고부터는 모든 식물의 호흡작용이 계속 활발해져 그만큼 이산화탄소를 더 배출했다. 변곡점 이후 기온이 높아질수록 식물들의 탄소 배출은 계속 늘어난다는 것이다. 즉 ‘기온 상승→광합성 감소→대기에 이산화탄소 더 축적→온도 더 증가’라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광호흡은 C3 식물에서 흔히 볼 수 있다. C4와 CAM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농축하는 회로를 가지고 있어서 광호흡을 일부 또는 방지한다. 지구온난화가 지금보다 심각해진다면 어느 순간 숲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기능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젊은 나무 심기로 삼림 온도 0.5℃ 낮출 수 있어
그럼에도 세계 각국은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나무의 효과에 기대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몇 세대에 걸쳐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나무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콜롬비아의 연구원들은 나무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일 뿐 아니라 삼림의 온도를 약 0.5℃까지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ETH) 교수이자 기후과학자인 톰 크라우더 연구팀은 지구상의 모든 숲을 보전하고 황폐해진 숲을 복원할 경우 최대 2050억 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가둘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에 게재한 바 있다. 산업화 이후 인간 활동으로 대기에 쌓인 이산화탄소는 3000억 톤에 달한다. 연구팀은 ‘나무 심기’는 현재까지 제안된 모든 다른 기후변화 솔루션보다 압도적으로 강력한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 나무 심기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엔과 세계경제포럼(WEF)의 주창으로 전 세계가 동참하고 있는 ‘1조 그루 나무심기 캠패인’이 대표적이다. 2021년 1월 WEF는 미국과 아마존, 인도 등지에서 기존 숲 보전과 재조림으로 이산화탄소를 저감하겠다며 ‘1조 그루 캠페인’을 발표했고 이후 유엔이 지원을 약속했다. 미국은 이 캠페인에 동참하는 의미로 30년간 매년 33억 그루씩 총 1000억 그루를 심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우리나라 산림청도 2050년까지 30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 총 3400만 톤의 탄소를 줄인다는 계획을 2021년 1월 발표했다. 특히 젊은 나무들을 심을 예정이다. 젊은 나무가 광합성이 왕성해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사람도 나이가 들면 활동량이 줄어드는 것처럼 나무도 늙게 되면 광합성 활동이 줄어든다.
현재 대기의 평균 기온은 산업혁명 이전보다 1.1℃쯤 높아졌다. 따라서 숲의 기능을 잃지 않으려면 더 늦기 전에 젊은 나무를 많이 심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새로 조성된 숲이 이산화탄소를 가둬두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기온이 더 올라가지 않도록 화석연료 사용을 감축하는 노력이 더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형자
편집장 출신으로 과학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과학 칼럼니스트. <구멍으로 발견한 과학>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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