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락한 한옥마을 문화예술로 다시 살아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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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광양 복합문화공간 인서리공원(01)
산업화와 도시화로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원도심의 쇠락이 사회문제로 대두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은 도심 하천을 복개하는 것부터 문화예술공간의 설치까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 도시재생 공간인 청계천은 콘크리트에 덮여 있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친숙하고도 사랑받는 휴식처로 자리잡았다. 매력적인 공공 공간의 탄생은 누구나 경제적 부담 없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문화·사회적 격차를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전남 광양시가 쇠락한 원도심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조성한 인서리공원(01)은 광양읍 읍내리·인서리 일대 크고 작은 14채의 한옥을 문화공간으로 재생시킨 복합문화공간이다. 인서리공원이라는 이름에 쓰인 ‘인서리’는 지명에서 가져왔고 ‘01’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공원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당초 지역 주민들이 공간 기획부터 운영까지 담당하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당장 시설을 운영할 만한 전문성과 경험 부족으로 전문 업체가 운영을 맡게 됐다. 비록 오늘의 모습으로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을 만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지만 이 역시 지역 주민과 지역 사회의 자산이 돼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중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낡고 후미진 동네가 예술마을로 다시 태어났다
인서리공원은 카페 ‘Aat’, 예술전시공간 ‘반창고’ ‘예담창고’ ‘아트리움’과 함께 옛 이야기를 담은 한옥스테이로 구성돼 있다. 용도가 다른 공간들이 인서리공원을 구성하고 있지만 방문객들은 어느 공간에서든 보고 듣고 마시며 ‘일상이 즐거워지는 예술’을 누릴 수 있다. 인서리공원에서는 관찰자 모드로 관람하는 대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생산자의 경험을 누려볼 수 있다.
지역 주민들은 주기적으로 바뀌는 전시와 프로그램에 참여해 낯선 예술세계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집 근처에 자리잡은 예술마을에서 예술의 향기를 누리다보면 지역 주민들도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예술의 힘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인서리공원이 복합문화공간 단지 내에 숙박할 수 있는 ‘스테이’를 마련한 것은 관광객에게 인서리공원에 머물며 마을 주민으로 살아보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인서리공원의 스테이는 ‘다경당’ ‘홰경당’ ‘예린의 집’으로 이름을 붙여 친근함과 옛스러움을 더했다. 이곳은 기존에 있던 한옥을 개조해 만든 것으로 한옥의 형태는 살리되 여행자들을 위해 편의성과 예술성을 더했다. 고급호텔이 주는 편안함 대신 ‘여행은 살아보는 것’이라고 여기는 이들에게 인서리공원의 스테이는 날마다 숙소를 바꿔가며 저마다 갖고 있는 다른 매력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집 한 채가 작품으로 변신, 갑빠오의 집
인서리공원 예술마을을 어슬렁거리며 다니다보면 폐허가 된 헌 집이 ‘갑빠오’라는 작가를 만나 작품으로 태어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어 스몰 굿 싱(a small good thing)’이라는 문구가 전면 유리에 자리잡은 갑빠오의 집은 인서리공원 예술마을 내에 있는 빈집을 개조해 만든 작은 미술관이다. 갑빠오 작가는 인서리공원 갑빠오의 집 작업에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 을 내걸었다. 하루가 쌓여 인생이 되고 작은 것들이 모여 큰 결과를 얻게 된다고 믿는 갑빠오 작가의 세계관과 통할 뿐더러 일반적인 전시관에서 진행되는 것과 달리 각기 다른 모습의 작은 방에 작품을 설치하고 연결시켜 보여주는 방식의 전시 메시지와도 닮아 있다는 생각에서다.
‘탑이 있는 방’은 반려묘가 집을 나가 몇 날을 정신없이 찾아다니던 작가가 작업실 뒤 사찰 마당에 쌓아 올려진 돌탑을 바라보며 반려묘의 안전과 귀가를 빌고 또 빌었던 경험을 담아 만든 작품이다. 당시 작가는 사찰의 돌탑을 보며 접촉면이 넓지도 평평하지도 않은 돌들이 어떻게 탑으로 쌓아 올려졌는지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후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제각각이지만 신기하게 쌓아 올려진 돌탑처럼 작은 접촉면으로 연결돼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작가의 반려묘는 익명의 사람들이 도운 기적 덕분에 3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왔고 그때 느꼈던 우연과 감사의 마음을 작품 ‘탑이 있는 방’에 담아 제작했다.
낡은 창고가 미술관으로 변신, 반창고
‘식물이 있는 방(little forest)’은 유쾌해 보이지만 불쾌하지 않을 뿐이고, 행복해 보이지만 불행하지 않을 뿐인 감정을 표현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정체불명의 표정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이다. 순간순간 외면하고 싶은 감정들이 밀려올 때 당혹감, 참담함 그리고 고독함. 작가는 우리의 일상 속 감정을 포착해 유쾌하게 이야기를 건넨다.
창고가 미술관으로 변신한 ‘반창고’의 첫 전시로 김경화 작가의 <온기를 전하는 풍경>전을 선택한 이유는 온기 가득한 작가의 작품들이 새로 만들어진 예술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작가의 작품 속 꽃은 대부분 화병에 담겨 있다. 화병에 담긴 꽃은 ‘재생’한 생명을 의미한다. 끊어진 숨이 화병 속에서 다시 살아난 것이다. 10년 동안 일곱 번의 수술을 견디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던 작가에게 꽃은 상처를 치유하는 약이고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의 대상이었다.
큰동생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그 충격에 아버지가 쓰러지는 비극이 잇달아 찾아왔지만 병마와 불행 속에서도 작가의 생명력은 더 뜨겁게 타올랐다. 자신감 넘치는 그의 작품들은 보는 이들에게 상실과 고통의 흔적 대신 압도적 생동감을 전해준다. 인서리공원은 바른손카드 5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트프린트 전문 쇼핑몰과 온라인 갤러리를 운영하는 아트앤에디션과 그림닷컴, 식음료 전문기업 두그루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장영화 객원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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