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방관! 나는 요리사! 놀이 하듯 안전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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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안전대상’ 행정안전부장관상
서울 동대문구 육아종합지원센터
“불이야! 우리 공을 던져 불을 끄자~”
엄마 김효연 씨의 말에 소방차에 타 있던 자녀 정선우 군(36개월)과 주변 친구들은 볼풀에 담긴 공을 힘껏 던지기 시작했다. 제 몸에 꼭 맞는 소방관 옷을 걸친 아이들은 진지하면서도 신이 난 표정이었다. 제 키의 곱절은 족히 넘는 높이의 집을 향해 공을 던지기 힘든 아이들은 장난감 소화기를 가져와 불을 끄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와~ 불이 꺼졌다. 엄마 내가 불 껐어!”라고 말하는 아이들과 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표정엔 뿌듯함이 번졌다.
서울 동대문구민행복센터 2층에 위치한 꿈자람공동육아방 용신점. 공동육아방이란 만 6세 이하 영유아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안전한 놀이공간을 제공하고 지역 돌봄 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무료로 운영하는 곳이다. 2022년 3월 개관한 이곳은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위험 상황을 인식하고 대처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특별히 유아 안전체험 특화시설로 꾸며졌다. 소방 안전을 비롯해 교통·생활·공사장 안전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는데 소방차, 버스, 맨홀 등의 놀이시설 곳곳에 119 신고 방법, 버스에 혼자 남겨졌을 때 대처 방법, 공사장 주변 지나는 법 등이 설명된 안내문이 있어 부모와 자녀가 자연스럽게 이를 익힐 수 있다.
소방차 타고 공 던지고… 놀이 통해 소방 체험
1주일에 한 번은 이곳을 찾는다는 김 씨는 놀면서 안전체험까지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귀띔했다.
“주변에 공동육아방이 몇 군데 있는데 이곳을 가장 자주 와요. 지점마다 콘셉트가 다 다른데 아이가 이곳의 소방 체험을 무척 좋아하거든요. 또 어린이집을 오갈 때마다 손 들고 횡단보도 건너는 법을 알려주는데 여기엔 신호등이나 각종 교통 표지판 등의 놀잇감이 많아 자연스럽게 교통안전에 대해서도 한 번 더 가르쳐줄 수 있어요.”
다른 한 편에선 회사에 휴가를 쓰고 왔다는 성진우(가명) 씨가 28개월 된 딸아이에게 생활안전 체험 구역에서 안전에 대해 알려주고 있었다. 성 씨는 “아이와 함께 요리사와 손님이 돼 역할놀이를 하며 가스레인지 사용 등 주방에서 조심해야 할 것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면서 “놀이를 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이런 것을 알려주면 아이도 더 쉽게 이해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25명씩 하루 세 번 입장을 받는 꿈자람공동육아방 용신점은 1주일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오기 어려울 만큼 인기가 높다. 오전에는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고 가정에서 돌봄을 받는 아이들이, 오후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돌아온 영유아가 주로 찾는다. 놀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안전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점은 물론 이 공간 자체가 안전하다는 점도 부모들이 선호하는 이유로 꼽힌다. 이곳에서 일하는 조해정 씨는 “다른 공동육아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간이 넓어 아이들이 서로 부딪힐 일이 적다. 또 대형 트램펄린이나 미끄럼틀이 없는 대신 안전에 더 신경써 키즈카페보다도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용신점을 비롯해 동대문구 내 아홉 곳의 공동육아방 운영은 서울 동대문구 육아종합지원센터(이하 동대문 센터)가 맡고 있다. 전국 129곳에 설립된 육아종합지원센터는 어린이집 운영과 교직원 교육 등을 지원하는 지자체 산하 기관인데 동시에 놀이공간 제공과 장난감 대여, 시간제보육 등 영유아를 대상으로 직접적인 양육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동대문 센터는 나무로 된 장난감만 비치하거나 전통놀이를 테마로 삼거나 대근육 발달에 좋은 시설물만으로 꾸리는 등 아홉 곳의 공동육아방을 모두 다른 콘셉트로 설계했다. 그 중에서 용신점을 특별히 안전체험 특화시설로 꾸린 이유에 대해 김희정 센터장은 “아이를 데리고 안전체험관에 가려면 거리도 멀고 비용도 든다. 아파트단지에 자리한 이곳은 접근성이 좋은 데다 무료로 안전체험을 할 수 있다”면서 “모든 놀이를 안전을 주제로 만들어 여러 위험 상황에 대한 대응 능력을 아이들이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꿈자람공동육아방 용신점 운영을 비롯한 어린이 안전 관리에 있어 공로를 인정받은 동대문 센터는 2022년 12월 19일 개최된 ‘제12회 어린이 안전대상’에서 행정안전부장관상(특별상)을 받았다. 어린이 안전대상은 어린이 안전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을 높이고 지자체의 우수한 안전 시책을 전국으로 확산하기 위해 행정안전부가 2011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어린이가 안전에 취약하다는 것은 ‘어린이는 움직이는 빨간 신호등’이라는 표현에서 잘 드러난다. 2021년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안전사고 7만 4000건 중 21.4%인 1만 5871건이 어린이 안전사고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총인구 대비 0~14세 아동 인구 비율(11.8%)에 비하면 이는 여전히 높은 수치로, 어린이는 안전사고에 매우 취약한 계층임을 알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안전 민감성을 높이기 위한 안전사고 예방 교육, 특히 영유아 눈높이에 맞는 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안전지킴이’ 아이가 직접 집안 곳곳 안전 체크
이에 동대문 센터는 ‘안녕한 전지적 어린이 시점’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어린이 안전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영유아에게는 새로운 정보나 놀이를 알려주는 것보다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김 센터장의 생각. 그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는 아이가 1차 수요자임에도 보호자인 부모 입장을 더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데 안전만큼은 영유아가 주체가 돼 아이의 시점에서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가정과 센터에서 어린이가 스스로 안전 점검을 해보도록 한 ‘안전지킴이’ 활동이다. 놀잇감, 전기용품, 가구 등에 위험요소가 없는지 묻는 다양한 체크리스트를 보며 안전을 점검하고 위험한 요소에는 어떻게 대처했는지 스스로 써볼 수 있게 했다. 점검항목은 ‘콘센트 안전장치는 돼 있나요?’ ‘놀잇감에 파손되거나 날카로운 부분이 없나요?’ ‘욕조나 대야에 물이 채워져 있지 않나요?’ 등 아이가 위험하다고 인지하기 어렵거나 반드시 지켜야 할 안전수칙 등을 질문 형태로 제시했다.
한 달간 가정에서 이를 실천한 어린이들은 센터의 안전지킴이로 위촉돼 안전모자와 완장을 착용하고 다른 어린이들에게 생활 속 안전 규칙을 알려주는 확장 활동을 이어가도록 했다. “내가 반장이 된 것 같아” “내가 여기 주인이 된 것 같아”라며 아이들이 큰 자부심과 흥미를 느낀다는 게 직원들의 설명. 김 센터장은 “어린이 안전 교육은 일정 기간만 하는 게 아니라 습관을 만드는 것, 특히 놀이처럼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센터 누리집(www.ddmccic.or.kr)에서 ‘가정에서 살펴보는 안전 체크리스트’를 검색한 뒤 문서를 내려받아 아이와 함께 직접 실천해볼 것을 권유했다.
매달 어린이집 교사 150명 심폐소생술 등 교육
동대문 센터는 어린이집 교사들의 안전 교육에도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어린이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어린이집의 모든 교사는 어린이 안전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육아종합지원센터는 교육을 제공할 의무가 없음에도 이곳에선 매달 150여 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실시한다. 이 같은 교육량은 1년에 2~4번가량 안전 교육을 제공하는 다른 센터들에 비하면 매우 많은 것이다. 특히 동대문소방서, 서울대 응급치료학과와 연계한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 실습과 이론 교육을 함께 제공해 2018년에는 ‘10만 시민안전파수꾼’ 서울시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동대문 센터의 모든 직원들 역시 응급처치 교육을 받고 있다. 저마다 각자 보유한 안전 관련 자격을 새긴 배지를 가슴에 달고 있는 모습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야말로 직원 스스로가 ‘안전 파수꾼’을 자처한 것이다. 김 센터장은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응급처치 자격을 비롯해 소방안전관리자 2급, 승강기 안전관리자 자격도 갖추고 있다며 배지를 내보였다. 그는 “우리가 먼저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면서 “안전은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어린이 안전은 ‘이 정도면 괜찮아’가 절대 통할 수 없어요. ‘엄마랑 횡단보도를 건널 땐 빨간불에 가도 돼’라고 할 수 없는 거죠. 그러니 안전에 있어선 ‘이것까지 해야 돼?’라고 생각할 만큼 챙겨야 해요. 우리 센터만 해도 콘센트와 스위치 등 퇴근하기 전 점검하는 체크리스트가 굉장히 많습니다. 앞으로도 어린이가 안전한 환경에서 맘껏 뛰놀 수 있도록 어린이 관점에서 어린이가 체험에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꾸려가겠습니다.”
조윤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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