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조’ 규모 이끌어낸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 제2 중동붐 몰고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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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새해 첫 해외 순방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의 경제 외교’라고 말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1월 14일부터 21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와 스위스를 거치며 6박 8일간 빼곡히 채워진 일정을 소화했다. 순방을 떠나기 전후 여러 차례 밝힌 것처럼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경제”에 초점을 맞춘 일정이었다.
가장 대표적 성과는 UAE 국빈 방문에서 300억 달러(약 40조 원)의 투자 약속을 받아낸 것이다. 이 투자 결정은 양해각서(MOU)가 아니라 양국 정상 간 공동성명에 명기됐다. 이 공동성명은 윤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의 1월 15일 정상회담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다. 300억 달러는 그간 UAE가 맺은 국가 간 투자협약 중 최대 규모다.
순방 기간 중 윤 대통령이 직접 본인을 두 번이나 “대한민국 영업사원”이라고 칭한 것도 연일 화제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1월 16일 UAE 수도 아부다비의 한 호텔에서 국내 기업인과 만찬 간담회를 가지면서 처음 이 단어를 꺼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공무원들은 늘 기업에 대한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며 “저도 공직에 있다는 생각보단 기업 영업 부서나 기획 부서의 직원이라는 생각을 갖고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업사원’이라고 스스로를 칭한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경제사절단은 101명이다. 업종과 규모를 망라한 대규모 사절단은 정부와 ‘팀코리아’를 꾸려 ‘세일즈 외교’에 앞장섰다. 그 결과 UAE에서 48건의 MOU를 체결했다.
스위스 다보스로 이어진 순방에서도 윤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이 9년 만에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것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세계 최대 풍력터빈 제조업체 베스타스가 3억 달러(약 40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한 것도 성과 중 하나다. ‘글로벌 최고경영자(CEO)와의 오찬’ ‘한국의 밤’으로 이어진 행사에서는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한국 경제의 위상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이날 연설한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은 “민관 협력을 보여준 훌륭한 예”라며 팀코리아를 칭찬했다.
투자 협약 300억 달러, MOU 48건 체결
성공적인 순방의 시작은 UAE에서부터였다. 1월 15일 윤 대통령과 모하메드 UAE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가졌다. 정상회담 결과를 반영한 공동성명은 이튿날 공개됐는데 공동성명에는 한국에 대한 UAE의 신뢰가 뚜렷이 담겼다.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에 “UAE 정부는 한국 경제의 견고함과 성장 가능성에 대한 신뢰에 기반해 한국의 전략적 분야에 대한 UAE 국부펀드 3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공약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300억 달러 투자를 구체화하기 위해 순방 기간 동안 MOU 48건을 체결했다.
공동성명에는 ‘UAE 또는 제3국 원전 사업 공동 진출 추진’ 등 확대된 원전 분야 협력도 반영됐다. 이에 발맞춰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다음날인 1월 16일 모하메드 대통령,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하얀 부총리 겸 대통령실 장관과 함께 ‘한·UAE 경제협력’의 상징인 바라카 원전 3호기 가동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바라카 원전은 2009년 한국이 최초로 수주한 해외 원전이자 중동 최초 원전이다. 1·2호기가 상업 운전 중이며 3호기는 가동 준비를 마쳤고 4호기는 2024년에 완공된다. 원전 4호기가 모두 가동되면 바라카 원전은 UAE 전력 수요의 최대 25%를 공급하게 된다. UAE는 바라카 원전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데 신권 지폐 뒷면에 바라카 원자로 4기 전경을 각인할 정도다.
한·UAE,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
윤 대통령은 바라카 원전 현장에서 바라카 원전이 “양국의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대표하는 큰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며 “한국과 UAE 양국이 바라카의 성공을 바탕으로 힘을 모아 UAE 내 추가적인 원전 협력과 제3국 공동 진출 등 확대된 성과를 창출할 때”라고 말했다. 공동성명에 명기됐듯이 “양국이 원자력을 넘어 수소, 재생에너지, 탄소저장·포집 등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에너지 협력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되길 기대한다”는 이야기다. UAE와는 제3국 공동 진출의 대상국으로 영국이 떠오르고 있고 소형모듈원전(SMR)이나 핵융합 기술 같은 분야에서 협력 논의도 진행 중이다.
더욱 공고해진 한·UAE의 관계는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일정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전언이다. 윤 대통령의 UAE 방문은 1980년 양국이 수교한 이래 첫 국빈 방문이다. 2022년 5월 취임한 모하메드 대통령으로서는 윤 대통령이 처음으로 맞이한 국빈이었다. 양국 정상은 윤 대통령의 방문 기간에 정상회담, MOU 서명식, 국빈 오찬, 친교 만찬부터 ‘아부다비 지속가능성 주간 개막식’ 등 다섯 차례나 회동하며 친교를 다졌다.
방문 기간 내내 UAE는 전례 없는 환대를 베풀며 윤 대통령을 환영했다. 일례로 UAE는 1월 15일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이번 순방의 공식 환영식을 열었다. 환영식에는 기마병 80기, 낙타병 100기가 도열했는데 UAE가 외빈에게 낙타병을 도열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대통령실은 “낙타는 사막을 함께 건너는 동반자를 의미한다”고 그 뜻을 풀이했다. 1월 14일 윤 대통령이 탑승한 공군 1호기가 UAE 영공에 진입하자 UAE 공군 전투기 4대가 호위 비행한 것도 UAE 측의 환대를 보여준다.
한·UAE 간 돈독해진 관계를 상징하는 것이 UAE의 300억 달러 규모 투자다. 이 성과를 이끌어낸 데는 양국 간 긴밀한 막후 소통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2022년 말 대통령 특사로 UAE를 방문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칼둔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 겸 무바달라 투자사 대표 간 ‘핫라인’이 주효한 역할을 했다. 핫라인 개설에는 모하메드 대통령이 칼둔 행정청장에게 “양국 관계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하기 위해 많은 성과를 도출하라”고 지시한 상황이 뒷받침되기도 했다.
UAE 외교부 장관, 공항 영접서 “행운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
다만 대통령실도 UAE 측의 투자 규모에 대해서는 사전에 전해들은 바가 없었다. 한국 측 실무진이 기대한 규모는 대략 50억~100억 달러로 UAE의 역대 최대 투자 협력인 100억 파운드(약 15조 3000억 원)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모하메드 대통령의 친동생인 압둘라 알 나하얀 외교부 장관이 윤 대통령을 공항에서 영접하며 “행운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고 말하면서부터 분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했다. 이슬람권에서 ‘행운’은 극진한 예우를 나타내는 표현으로 드물게 사용되기 때문이다. 결국 모하메드 대통령은 정상회담 현장에서 한국에 대한 3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순방 일정 내내 ‘경제’에 초점을 맞추고 움직였다. 1월 16일 경제사절단과 만찬 간담회에서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경제는 기업 중심, 시장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혼자 뚫기 어려운 시장을 정부가 나서서 함께 뚫어내는 것이 진정으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며 “기업이 수익을 창출해서 저절로 일자리가 생기고 임금이 저절로 올라가는 올바른 순환을 이뤄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대한민국 영업사원”이라고 지칭하며 “모든 외교의 초점을 경제에 두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 같은 자세를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 20분 먼저 도착해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한·UAE 비즈니스 포럼’에도 참석했다. 이날 포럼에는 양국 주요 기업인과 관계 부처 장관 등 320여 명이 참석했는데 이날 체결된 MOU만 23건이다.
다보스에서도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
‘영업사원 윤석열’의 세일즈는 스위스에서도 이어졌다. 1월 18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글로벌 CEO와 오찬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기업인 여러분을 한 번 만나고 점심이라도 모시는 것이 대한민국 영업사원으로서의 도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자리를 만들었다”며 “한국의 대통령으로서 여러분에게 인사드리고 ‘이 나라 대통령입니다’라고 얼굴도 알려 드려야 여러분이 앞으로 한국을 방문하실 때 제 사무실에 편하게 찾아오실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경제 외교에 방점을 찍은 윤 대통령의 적극적인 자세는 다보스 시내 호텔에서 개최된 베스타스의 투자 신고식에 직접 참석한 것으로도 잘 드러났다. 베스타스는 덴마크 기업으로 풍력터빈을 제조한다. 헨리크 안데르센 베스타스 CEO는 한국에 3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 신고식에 윤 대통령이 참석한 것이다. 베스타스는 아시아·태평양본부를 한국으로 옮기고 풍력터빈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한국에 새로 짓는다.
원래 신고식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열릴 전망이었지만 윤 대통령은 “한국에 투자하는 기업인만은 꼭 만나고 싶다”며 행사 참석을 결정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베스타스의 투자가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풍력발전 제조 허브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고 국내 풍력발전 보급 가속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또 하나의 수출 동력을 발굴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그치지 않고 저녁에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도 참석해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귀국 직후 태스크포스(TF)를 꾸릴 것을 지시했다. 한국과 UAE가 맺은 48건의 MOU와 계약에 대한 후속조치를 이행하는 TF다. 기획재정부·산업부·중소벤처기업부·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한 팀을 꾸려 기업의 신속한 수출을 지원하고 투자성과를 창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대규모 투자의 특성상 여러 기업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할 때는 정부 차원에서 연합체(컨소시엄)를 구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할 전망이다.
김효정 기자
성공 순방 이끈 윤석열 대통령의 한마디
“도전정신에 경의를 표하며 응원합니다.”
1월 16일 바라카 원전을 찾아 160여 명의 근로자를 격려하며 한 말. 윤 대통령은 근로자들과 북어떡국 식사를 함께한 자리에서 한 명 한 명 악수하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땀과 열정, 헌신이 한국과 UAE 형제 관계를 돈독하게 했다”며 “한·UAE 관계의 출발이 바로 바라카”라고 강조했다.
“슈크란 자질란.”(아랍어 ‘대단히 감사하다’)
1월 16일 열린 ‘한·UAE 비즈니스 포럼’ 연설에서 마지막으로 한 말. 윤 대통령은 새로운 무역·투자 협력 체계가 잘 작동하길 바란다며 기업인들을 향해 “양국의 경제협력 중추이고 혁신을 이끄는 주역”이라고 치하했다.
“업고 다니겠습니다.”(박수)
1월 16일 열린 ‘동행경제인과의 만찬 간담회’에서 한 말. 윤 대통령은 모하메드 UAE 대통령이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계약을 이행해내고 마는 한국 기업에 깊은 인상을 받아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정부와 기업은 한 몸이고 원팀”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역량을 펼치고 뛸 수 있도록 업고 다니겠다”고 말하자 장내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야, 이건 좀 갑질이다’ 싶은 게 있으면 바로 알려주십시오.” (웃음)
1월 16일 열린 ‘동행경제인과의 만찬 간담회’에서 한 말. 윤 대통령이 농담을 하자 참석자들은 웃음을 터트렸는데 윤 대통령은 “늘 도전과 투지로 기업을 키워온 여러분들께서 공무원들 좀 많이 가르쳐달라”고 덧붙였다. 격려사를 마무리하면서는 “여러분의 성공이 곧 우리나라의 성공이고 국민 모두가 잘 사는 길”이라며 허리를 굽혀 감사 인사를 했다.
“벌써? 조금 더 하시죠.”
1월 18일 열린 ‘글로벌 CEO와 오찬 간담회’에 앞서 글로벌 CEO와 환담을 나누다 한 말. 윤 대통령은 반갑게 악수하고 포옹하며 CEO를 맞이했다. 공식일정 시각이 다가오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자리를 정리했고 윤 대통령이 아쉽다는 듯 이와 같이 반응했다.
“대한민국은 열려 있고 제 집무실도 항상 열려 있습니다.”
1월 18일 열린 ‘글로벌 CEO와 오찬 간담회’ 마무리 발언. 이날 오찬은 예정 시간을 넘겨 열정적으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CEO와 “자주 만나자”며 이와 같이 말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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