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품고 희귀 동물이 돌아오고 에코폴리스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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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중요한 이슈로 대두하는 요즘 에코폴리스가 화두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기존의 방법만으론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기에 역부족이다. 그래서 아예 도시 자체를 친환경으로 바꿔보자는 절박함 속에서 등장한 것이 에코폴리스다. 현재 범지구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구촌의 특색 있는 에코폴리스 현장으로 눈을 돌려보자.
자연을 품고 에너지는 자급자족하는 도시
에코폴리스(Ecological Polis)는 에코(Ecology·생태)와 폴리스(Polis·도시)가 합쳐진 말이다. 사람이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며 살 수 있는 자연 생태를 갖춘 도시를 의미한다. 도시화의 폐단으로 나빠진 도시 환경의 질을 높이기 위한 대안이다.
에코폴리스는 도시에 동물과 식물이 살아 숨 쉬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목적이다. 공원, 숲, 하천, 논밭 등의 생태 공간을 만들어 도시와 자연 생태계가 하나로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다. 주택·교통·인구 등의 다양한 요소가 자연환경을 고려하게끔 도시를 설계한다.
에코폴리스는 녹지 비율이 50%에 달한다. 녹지 공간은 잔디만 심는다고 확보되는 게 아니다. 최대한 나무를 많이 심어 자연스럽게 생태계를 조절하고, 나무 주변으로 야생동물이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고, 떨어진 낙엽이 거름으로 쓰여 다시 땅에서 새싹이 움트게 하는 ‘자연 순환형’ 공간을 갖춰야 진정한 녹지라고 할 수 있다.
에코폴리스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도시에 필요한 에너지는 태양광과 풍력 등 친환경 발전 방식을 통해 만든 신재생에너지로 얻는다. 도시 생활이 환경을 해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또 에너지 ‘자급자족’의 도시다. 에너지를 만들 화석연료 등을 도시 밖에서 무리하게 구할 필요가 없다. 도시 내에 자전거 이용과 대중교통 시스템을 편리하게 구축해 에너지 소비 또한 최소화한다. 즉 인류가 추구하는 현재·미래형 도시가 에코폴리스다.
에코폴리스라는 개념은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국제연합 환경개발회의’에서 처음 나왔다. 이후 세계 각국은 에코폴리스 조성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생기는 피해는 우리 모두가 겪는 문제인 만큼 에코폴리스를 만들어 가꿔가려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에코폴리스의 사례로 꼽히는 도시는 독일 남서부에 위치한 프라이부르크다. ‘환경 도시의 교과서’라고도 불릴 만큼 에코폴리스의 표본이다. 프라이부르크는 녹지 비율을 50% 이상 높여 야생동물이 도심에서도 살 수 있게 이동로를 만들었다. 시민들이 자동차보다 자전거나 노면 전차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도록 교통체계를 세웠다. 에너지원은 주로 태양광을 써 ‘무공해 도시’로 탈바꿈했다. 대부분의 건물에 태양광을 모으는 집열판을 설치했다. 시내 야트막한 언덕에는 풍력발전기도 가동되고 있다.
브라질의 쿠리치바는 ‘거대한 생태 숲’으로 유명한 생태도시다. 쿠리치바는 원래 급속한 공업화로 환경오염이 심각한 도시였다. 하지만 1970년대 초부터 확 바뀌었다. 무분별한 도시 확장을 제한하고 강 주변을 보호구역으로 묶어 공원을 조성했다. 이후 30년 동안 꾸준히 나무를 심어 거대한 숲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숲에 새들이 찾아오고 건강한 먹이사슬도 이뤄져 균형 잡힌 생태계가 되살아났다.
스위스의 최대 도시 취리히는 ‘유엔 기후변화회의’에서 선정한 그린시티다. 취리히는 1987년 하천 재활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에코폴리스에 도전했다. 하천을 덮은 도로와 콘크리트를 뜯어내고 대신 그 자리에 흙과 자갈을 깔았다. 이렇게 복구한 하천에는 시간이 흐르면서 물고기들과 개구리들이 돌아왔고 수초에는 잠자리 등의 곤충들이 알을 낳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취리히에 있는 628개 하천(총길이 563㎞) 생태계가 아주 천천히 꾸준히 살아났다.
한국의 생태 지역, 전남 순천만과 울산 태화강
우리나라에서는 전남 순천이 대표적인 에코폴리스로 꼽힌다. 순천만은 한때 각종 생활하수가 흘러드는 ‘쓸모없는 땅’으로 인식되던 습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4㎞에 이르는 갈대밭과 수많은 생물이 살아가는 갯벌로 변했다.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를 비롯해 검은머리갈매기, 노랑부리저어새 같은 국제 희귀조류 등 200여종의 새 2만여 마리가 찾는 ‘철새의 낙원’이다.
순천만이 점차 회복된 것은 2006년 친환경 프로젝트가 시작이었다. 먼저 순천만 773헥타르(㏊)의 갯벌을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해 환경 파괴로부터 보호했다. 두루미 서식 환경을 만들기 위해 2008년부터는 메마른 땅 30㏊를 물웅덩이로 복원하는 작업도 했다. 두루미를 죽이는 전깃줄을 없애려고 전봇대도 모두 제거했다. 또 하수시설의 개선과 자전거도로, 공원 산책로를 정비했다. 현재는 순천만을 자연생태공원으로 지정해 보호·관리하고 있다.
울산도 에코폴리스로 변모했다. 울산 중심에 자리 잡은 태화강은 1962년 울산의 특정 공업지구 지정 이후 심각한 수질오염으로 ‘죽음의 강’으로 전락했다. 강에서는 하수구 악취가 진동했고 물고기의 떼죽음이 일상화됐다. 이에 울산시는 공해도시에서 생태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2004년 6월 9일 ‘에코폴리스 울산’을 선언했다. 이어 2005년 ‘태화강 마스터플랜’을 세워 태화강 수질개선에 속도를 냈다.
민·관은 태화강의 퇴적물을 걷어내고 하수처리장을 건설했다. 시민들은 수중쓰레기 수거에 자발적으로 동참했다. 이런 끈질긴 노력과 열정이 2007년 태화강을 1급수 ‘생명의 강’으로 바꿔놨다. 강에는 연어·은어·황어 등 1000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면서 자연 생태계가 급속히 회복됐다. 2019년 7월에는 순천만에 이어 두 번째로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이제 태화강은 울산시민들에게 최고의 자랑거리가 됐다.
삭막한 도시에 청정에너지가 순환되고, 동물과 식물이 서식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하천과 공원 등의 휴식공간이 조성된다면 우리 삶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앞으로 더 다양한 친환경 정책이 만들어져 사람도 환경도 건강한 지구촌 도시들이 탄생하길 기대한다.
김형자
편집장 출신으로 과학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과학 칼럼니스트. <구멍으로 발견한 과학>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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