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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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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러너로 활동하는 강윤영 씨를 만난 것은 작년 캐나다 출장에서다. 그는 본래 서울 여의도 금융가의 한 회사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삶이 무료해 어느 날 운동화를 꿰신고 나간 것이 시작이었다고 했다. 처음엔 20~30분 뛰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매일 조금씩 거리를 늘려나갔다. 몇 달 뒤엔 10㎞ 하프 마라톤에 나갔고 이후엔 42.195㎞ 마라톤을 완주했다. 이후엔 며칠씩 쉬지 않고 달리는 울트라마라토너가 됐다. 이날도 그는 한 글로벌 운동복 회사가 주최하는 새 울트라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캐나다 밴쿠버에 왔다. 탄탄한 근육질에 구릿빛 피부, 본래 남들보다 끈기가 많고 체력이 뛰어났던 것은 아닐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전 그저 좀 더 일찍 달렸을 뿐이에요. 오늘 하루가 갑갑하고 괴로웠다면 딱 20분만 달려보세요. 땀 흘리고 나면 내가 무엇 때문에 괴로웠는지 기억도 안날 거예요. 매일 달리는 건 매일 괴로움을 잊는 거예요.”
‘나는 오늘 모리셔스의 바닷가를 달린다’를 쓴 안정은 씨도 비슷한 말을 한다. 한때는 평범한 20대 백수였다. 취업한 회사는 적성에 맞지 않아 금세 관뒀고 승무원에 도전해 중국 항공사에 합격했지만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이슈가 터지면서 중국에서 취업 비자가 나오질 않았다. ‘끈기 없는 백수’라는 자책을 잊기 위해 그는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는 이제 강연하고 글 쓰는 유명 인플루언서이자 달리기 전도사다. 그는 “내게 꿈과 용기가 없다고 느낄 때 무작정 뛰었고 그게 인생을 바꿨다”고 했다.
숨쉬기 운동만 하면서 살아온 내가 이들 이야기에 감응 받을 줄 몰랐다. 이들 삶을 주목하게 된 건 거듭되는 야근에 온몸이 아프면서다. 신문사 데스크가 되면서 당직인 날엔 아침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하루 14시간 근무를 일주일에 두세 번씩 거듭하다보니 허리 통증이 악화됐다. 약도 먹고 침도 맞아봤지만 모두 그때뿐. 겨우 일을 마치고 퇴근하던 어느 날 밤, 문득 강윤영 씨 말이 생각났다. “오늘 너무 갑갑하고 괴로웠다면 20분만 달려보세요.”
이때부터다. 점심 혹은 저녁 시간을 빼서 운동을 시작했다. 강 씨 말대로 20분부터 시작했다. 20분을 뛰는 것조차 처음엔 쉽지 않아 걷다 뛰다 했다. 그렇게 20분을 채우는 것은 괴로웠지만 놀랍게도 딱 그 시간이 지나자 희열이 찾아왔다. 정수리 끝이 간질간질하다 땀이 쏟아졌고 몸을 짓누르던 통증과 머릿속에 꽉 차 있던 갖은 잡생각들이 걷히는 것을 느꼈다. 20분의 기적을 체험한 것이다.
프랑스 작가 기욤 르 블랑은 달리기에 대해 이렇게 썼다. “두 발 중 한 발을 지면에서 떼지 않는 한 당신은 여전히 걷는 사람이다. 반면 당신의 발이 지면에 머물지 않는 순간 당신은 달리기 상태에 있다. 당신은 다른 차원으로, 걷기로는 접근할 수 없는 모험 속으로 진입한다.” 20분의 모험. 짧지만 격렬한 다른 세계로의 진입. 그래, 안할 이유가 없다. 운동을 그토록 싫어하던 내가 오늘도 꾸역꾸역 운동화를 신는 이유다.


송혜진
장래희망이 ‘퇴사’인 20년 차 신문기자. 어쩌다 이 일을 하게 됐나 싶다가도 그래도 ‘질문하는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종종 생각한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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