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1㎞ 케이블카 타고 호수 위를 날다

춘천 삼악산 호수케이블카
호반의 도시답다. 여기도 저기도 호수와 맞닿아 있다. 강원 춘천시에는 호수가 3개 있다. 시내 한복판에 의암호가 있고 그 북쪽에 춘천호가, 동북쪽에 소양호가 있다. 이 중 춘천을 대표하는 호수를 꼽으라면 단연 의암호다. 의암호에는 호수를 가로질러 케이블카가 다닌다. 삼악산 호수케이블카다. 2021년 10월 운행 시작과 함께 춘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뽑은 ‘2023~2024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과 2023년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밤이 더 아름다운 관광명소 대한민국 밤밤곡곡 100’에 선정됐다. ‘2024 열린관광지’에도 이름을 올렸다.
우선 길이부터 압도적이다. 국내 최장 케이블카로 무려 3.61㎞다. 삼천동에서 출발해 삼악산의 433m 높이까지 올라간다. 편도만 20분 정도 걸린다. 총 66대가 계속 순환하며 사람을 실어나르는데 동반자 위주 탑승이라 프라이빗한 이용이 가능하다. 내부에 흐르는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정취를 더해준다.
캐빈 중 20대는 바닥까지 모두 유리다. 일명 ‘크리스탈 캐빈’이라고 한다. 정차장을 벗어난 캐빈은 금세 땅과 멀어진다. 자동차와 나무가 깨알처럼 작아지고 시야엔 거칠 게 없어진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의암호가 끝없이 펼쳐진다. 잔잔한 바람이 불어와 이따금씩 수면을 흐트러뜨린다. 수면에 찰랑거리는 물비늘이 물고기떼 같기도 하다. 순간, 하늘을 나는 듯한 착각이 든다.
무인도인 붕어섬도 내려다볼 수 있다. 붕어섬은 태양광 전지판들로 장관을 이룬다. 붕어섬을 지나면 삼악산과 점점 가까워진다. 삼악산과 드름산은 물론 춘천의 주산인 오봉산 능선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거대한 병풍을 눈앞에 둔 듯 비현실적이다. 절경이 클라이맥스를 찍으면 삼악산에 도착한다.
삼악산 정차장에 내리면 산책로를 따라 스카이워크 전망대로 갈 수 있다. 산책로는 왕복 870m를 지그재그로 연결한 데크길이다. 경사가 완만해 노약자와 장애인도 쉽게 오르내릴 수 있다. 20분가량 걷다보면 스카이워크에 도착한다. 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투명한 바닥에다 지면까지 높이가 35m에 달해 짜릿하다.
케이블카의 특성상 바람이 너무 강하면 운행이 중단된다. 누리집이나 전화로 운행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예방접종이 완료된 소형 반려견이라면 함께 타는 것도 가능하다. 반려견 요금은 따로 받지 않는다.



국내 유일 캐나디안 카누 체험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의암호에서는 카누도 즐길 수 있다. 공중에서 춘천의 산수를 유람했다면 이제 수상에서 호반의 도시를 제대로 음미할 차례다. 의암호에는 둘레길과 더불어 ‘물레길’이라는 카누 물길이 조성돼 있다. 케이블카 하부 정차장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물레길 시작 지점이 있다. 잔잔한 호수 위에 떠 있는 ‘킹카누 나루터’다. 국내 유일의 캐나디안 카누 체험이라고 한다. 기름 냄새나 소음이 없는 무동력 친환경 레포츠다.
킹카누를 타고 북한강 줄기 동쪽에서 서쪽으로 향하는 물길에 몸을 실어본다. 노를 저어 의암댐 쪽으로 나아가면 위에서 내려다봤던 삼악산과 드름산을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다. 산등성이가 뻗어 내린 반대편에는 점을 찍어놓은 듯한 케이블카가 삼악산으로 줄지어 향하는 모습이 보인다. 체험은 의암댐, 붕어섬, 하중도, 의암호 등 네 가지 대표 코스로 운영된다. 해설사 겸 안전관리인이 함께 탑승해 카누 타는 방법, 관광지 소개, 안전부분까지 설명해준다. 안전교육을 포함해 1시간 30분 남짓 소요된다.
킹카누 나루터는 ‘2019 열린관광지’로 선정됐다. 휠체어 탑승 가능 카누와 진입로 확보, 장애인 화장실 및 음성 안내판 등 누구나 카누를 즐길 수 있도록 열린관광지 시설을 완비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탑승도 가능하다.
봄의 도시라 불리는 춘천은 가을에도 좋다. 가을은 전국의 자전거 애호가들이 반기는 계절이다. 의암호를 중심으로 조성된 자전거길에서 호수의 풍경을 담으며 자전거길 투어도 떠날 수 있다. 쉬엄쉬엄 달려도 3시간 정도면 넉넉하게 둘러볼 수 있다. 소양강처녀상과 소양강스카이워크, 애니메이션박물관 등 명소도 끼고 있다.
호수 둘레를 따라 자전거대여소와 공기 주입기 등 편의시설도 잘 갖췄다. 순환형 코스이기 때문에 춘천역이나 공지천, 소양강스카이워크 주변 자전거대여소를 출발점으로 삼는 게 편리하다.
의암호 자전거길은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의 ‘아름다운 자전거 여행길 30선’에 단골로 선정된다.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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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강스카이워크
춘천에는 스카이워크가 두 개다. 소양강스카이워크는 의암호스카이워크와는 또 다른 매력이다. 춘천역에서 걸어도 20분, 역 앞의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면 10분, 택시를 타도 기본요금이면 간다. 2016년 문을 연 소양강스카이워크는 이름 그대로 소양강 위를 걷는 다리 모양의 조망시설이다.
전체 길이 174m에 투명 유리 바닥 구간이 156m로 국내 스카이워크 중 최장 길이를 자랑한다. 실제로 유리 바닥을 따라 걸으면 정말 강물 위를 걷는 기분이다. 스카이워크 끝부분 넓은 광장 같은 공간 또한 전체가 유리 바닥이어서 짜릿한 느낌이다. 입장료가 2000원인데 입장권과 함께 춘천사랑상품권 2000원 권을 준다. 춘천시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다.
사실상 ‘공짜’인 셈이다.


청평사
973년, 고려시대 광종 24년에 창건된 절이다.
수많은 학자들과 문인들이 청평사의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 이곳에 머무르며 학문을 쌓았다고 한다. 소양강댐에서 10여 분 배를 타고 들어간다. 찻길도 있는데 구불구불해 배가 낫다. 선착장부터 절까지는 약 30분 산행해야 한다. 산행길은 평탄하고 호젓하다. 특히 경내에 있는 보물 제164호인 회전문이 유명하다. 당나라 공주와 상사뱀의 설화가 담겨 있다. 배는 소양호 선착장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매시 정각에 출발한다. 돌아오는 배편은 청평사 선착장에서 매시 30분에 있으며 오후 4시 30분이 마지막 배다.


강아지숲박물관
강아지숲은 춘천시 남산면 일대에 있는 반려견 테마파크다. 13만 5000㎡(약 4만 평) 크기로 2023년 정식 개관했다. 이곳에 강아지숲박물관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국내 제1호 반려견 전문 박물관이다. 개와 인간이 함께해온 과거·현재·미래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종합적인 반려문화 교육·전시공간이다. 반려견을 위한 다채로운 체험장도 있다. 반려견 운동장, 수영장, 산책로, 연못, 카페 등이 춘천의 청정 자연숲과 함께 조화를 이룬다. 카페엔 반려견 전용 메뉴가 마련돼 있고 수영장엔 반려견 전용 샤워실, 드라이룸 등 편의시설과 식당을 갖췄다. 반려견 안전을 고려해 대형견과 중소형견이 이용하는 날을 구분해 예약제로 운영한다.


김유정역
소설가 김유정의 이름을 딴 역이다. 춘천에는 김유정역이 두 개다. 경춘선 김유정역은 2012년 수도권 전철이 개통하면서 새로 태어난 역이고 그 옆의 또 다른 김유정역은 폐역이다. 폐역이 됐지만 여전히 아기자기한 간이역 모습으로 열려 있다. 역사 안은 대합실과 역무실이 잘 보존돼 있다. 기차가 오가던 그때 그 시절 시간표와 요금표도 시간이 멈춘 채 그대로다. 철길에 멈춰선 기차 두 량은 ‘유정 북 카페’와 관광안내소로 변신했다. 누구나 앉아 책을 읽거나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열차 내 선반에는 강원문인협회가 기부한 2000여 권의 책과 옛 김유정역 사진 등으로 채워졌다. 역 부근 소설가 김유정이 지낸 마을이자 소설의 배경이 된 실레마을도 한 바퀴 둘러볼 만하다.

(www.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