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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약자 불편은 그들 아닌 우리의 문제 누구나 어디든 갈 수 있게 계단 ‘뿌수러’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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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뿌셔클럽 박수빈·이대호
박수빈(35) 씨는 식당에 갈 때마다 꼭 확인하는 사항이 있다. 1층에 있는지, 경사로나 승강기는 갖추고 있는지 등 정보를 꼼꼼하게 파악하고 나서야 예약을 하고 식당을 찾는다. 건물 앞에 낮은 문턱이라도 있으면 갈 수 없기 때문이다. 30년째 수동휠체어를 사용하고 있는 박 씨는 식당을 찾을 때마다 불편함을 느꼈다. ‘요즘 세상은 웬만한 정보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찾을 수 있는데 왜 도대체 이런 정보를 서비스해주는 앱은 없을까’ 고민했다. 박 씨는 매일 함께 점심을 먹으러 다니던 직장 동료 이대호(34) 씨와 이동약자의 이동편의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의기투합했다. 우리가 한 번 만들어보자! 2021년 장애인의 날인 4월 20일 ‘계단뿌셔클럽’이 결성됐다.
국내 등록장애인은 2022년 말 기준 265만 여명으로 전체 인구의 5.2% 수준이다. 20명 중 1명꼴이다. 우리나라는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를 갖고 생활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장벽이 있다. 의료서비스와 교통수단 외에도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데 장애인은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움직임이 있다. 그중 ‘계단뿌셔클럽’은 장애의 장벽을 허물고 모두에게 당연한 일상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결성된 단체다.
계단뿌셔클럽은 이동약자의 이동을 어렵게 하는 도시의 ‘계단정보’를 모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활용해 ‘계단정복지도’ 앱을 만든다. 비영리단체로 일반 시민들이 클럽 회원(자원봉사자)이 돼 자발적으로 활동하며 장애인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클럽 회원들이 가게 출입구 사진, 엘리베이터와 경사로 유무 등을 앱에 등록하면 이동약자는 이를 활용해 접근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2021년 시작해 올해 8월까지 2000여 명의 회원(누적인원)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2만 6000여 곳의 장소를 직접 방문해 ‘계단정보’를 모았다. 시즌별로 진행한 일명 ‘계단정복활동’만 190회다.
이들이 준비 중인 ‘계단정복지도’가 완성되면 휠체어를 타는 사람부터 유모차를 사용하는 사람까지 누구나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지도를 통해 이동정보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 공공에서 도시계획이나 정책을 수립할 때 참고도 가능하다. “계단뿌셔클럽은 사람들이 사회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라고 박수빈·이대호 씨는 입을 맞춰 말했다.



‘계단뿌셔클럽’이라는 이름에서 이동약자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느껴진다.
이대호(이하 이) 말 그대로 계단이라는 장애물을 부셔나가자는 말이다. 이동약자의 불편함을 없애자는 비유적인 표현이다.
박수빈(이하 박) 우리는 보통 끝장을 보자는 의미로 ‘뿌수자’는 말을 한다. 계단정보를 모두 모아서 끝까지 가보자는 의지를 담았다.

활동을 시작한 계기가 있나?
이) 수빈 씨와 같은 정보기술(IT) 회사에 다니며 휠체어 사용자의 이동성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 일상적으로 점심식사나 회식 때 장소를 찾기가 어려웠다. 출입구가 어떻게 생겼는지, 실내는 넓은지 알고 싶은데 확인하기가 번거로웠다. 왜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까 고민하다 우리가 만들어보자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처음에는 사내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해 주변 동료들과 친구들을 모아 활동했다. 활동을 하다 보니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업무 외 시간에만 활동할 수밖에 없어 한계가 느껴졌다. 한계를 뛰어넘으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 인생에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창업 이후 활동 반경을 넓혀 시민 참여형으로 클럽활동을 확장시켰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 집단이 형성됐다. 이동약자 친구들이 늘어나니까 ‘남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가 됐다.

각각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박) 프로덕트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 앱 서비스와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브랜드 마케팅을 주도적으로 맡고 있다.
이) 사람들과 함께 정보를 수집하는 클럽활동인 ‘계단정복활동’을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다.

‘계단정복활동’은 어떤 식으로 운영되나?
이) 시즌제로 운영하며 매회 60명의 정예 멤버와 300여 명의 자발적 참여자가 모여 역세권을 중심으로 계단정보를 모으고 있다. 입구에 경사로가 있는지, 승강기는 갖추고 있는지 등 다양한 정보를 모아 앱에 입력하는 방식이다. 올봄에는 서울 성동구를 중심으로 성수역, 왕십리역, 건대입구역 등 주요 역 주변 정보를 집중적으로 모았다.

활동 참여는 어떻게 할 수 있나?
이) 매 시즌 활동을 진행할 때마다 누리소통망(staircrusher.club)과 인스타그램(@staircrusher.club)에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참여를 원하는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공지가 나가고 참여자가 모이면 2인 1조로 2시간 동안 50개씩 정보를 모은다. 활동은 ‘크루’ 또는 ‘게스트’로 동참할 수 있다. 크루는 3개월 멤버십을 획득해서 꾸준히 참여하는 운영진 멤버다. 게스트는 1회성으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활동은 사회문제에 관심 있는 20~30대가 주를 이룬다.

이것도 엄연한 사업이다. 운영비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박) 크게 세 가지로 운영하고 있다. 첫째는 정규시즌 활동, 둘째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파트너십, 셋째는 컬래버레이션(협업)이다. 정규시즌은 말 그대로 ‘계단정복활동’을 말한다. 봄·가을 3개월씩 지역을 정해서 매주 주말마다 정복활동 행사를 열고 있다. 운영비는 ESG 파트너십과 협업을 통해 마련하고 있다. 재단이나 공모사업에 지원하고 ESG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사업비를 충당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후원구조를 만들어 개인이나 기업이 후원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지금까지 어디서 지원 받았고 어떤 기업과 함께했나?
이) 브라이언임팩트재단, 아산나눔재단, 행복나눔재단 등에서 지원받고 있다. 2023년에는 글로벌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 CTR(씨티알)그룹이 대대적으로 도움을 줬다. 올해는 쏘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기업이 가진 자원이 많다. 직원들이나 회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다.

활동 중에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인상 깊었던 참여자 반응이 있다면?
이) 현장에서 정복활동을 같이하고 나서 나눔을 갖는다. 한 20대 여성은 “다리가 불편하신 할머니가 가족 외식 때마다 가던 곳만 가게 돼 죄송한 마음이 컸는데, 계단뿌셔클럽 활동을 통해 나만의 문제로 여겼던 것이 함께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활동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진로를 고민하며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일,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가는 일을 찾아보고 싶다고 말할 때 뿌듯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줬다는 점에서 우리 활동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회원 중에는 휠체어를 타는 이들도 있다. 불편함에 익숙해져 포기했던 부분이 많았는데 활동을 하며 희망이 생겼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슴 뭉클했다.

창업 4년 차, 사업에 박차를 가할 시기다.
박) 지금은 수집에 가까운 단계다. 사용자들에겐 정보가 중요하다. 역세권을 중심으로 7만~10만 개 정보를 모으면 교외 서비스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활동에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앱을 이용해 누구나 집 주변 정보를 올릴 수 있다. 5000만 명의 국민 중 5만 명만 참여해도 어마어마한 정보가 모인다. 참여자 한 분 한 분이 소중한 때다. 향후 지도를 만들어 서울을 비롯해 지방 곳곳의 정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만들어갈 계획이다.
이) 정보란 유동적이다. 탐색뿐만 아니라 실제 후기도 필요하다.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고 싶다. 이동약자 중심의 정보와 콘텐츠를 담고 탐색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게 바람이다. 또한 서울만이 아니라 국내, 더 나아가 해외 지역의 정보까지 담고 싶다.

앞으로의 비전과 철학이 있다면?
이) 이동약자의 막힘없는 이동이 우리의 비전이다. ‘이동약자와 친구들’이라는 이 복잡한 주어를 앞으로도 유지하고 싶다. 계단정보를 모으는 것이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의 전부는 아니다. 이동약자와의 우정을 키워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게 목표다. 클럽을 거쳐간 사람이 늘어날수록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의지가 모여 민심이 변화하는 계기로 이어지리라 본다. 우리는 소비자이자 유권자다. 우리의 목소리가 모였을 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여론 지형의 변화가 더 나은 삶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박) 우리 활동의 의미 중 하나는 이동약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한 번 바라보자는 데 있다. 결국 모두가 친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친구를 위해 봉사활동을 하거나 희생하지 않는다. 우정 안에서 당연히 행해지는 일이다. 친구를 위해 스스로가 자연히 움직여지는 거다. 우리 주변에 이동약자가 있다는 것을 한 번 알게 되면 모르던 때로 돌아갈 수 없다. 삶의 태도가 바뀌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서경리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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