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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남긴 마법의 지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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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수의는 참 예뻤다. 분홍색 꽃무늬 누빔으로 만든 수의는 모자가 달렸고 양옆에는 우아한 레이스가 날개처럼 붙어 있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창의적인 디자인의 수의다. 증평에서 평생 양장점을 하며 억척스럽게 오남매를 키웠던 엄마는 당신의 마지막 옷까지 직접 만드셨다. 세상에 하나뿐인 엄마의 수의를 보며 나는 감탄했다.
‘그래, 홍순희 여사는 이렇게 주도면밀하고 창의적인 여자였지.’
평생 재봉 일을 하느라 관절이 다 망가져 13년간 침대에 누워 지내는 와중에도 엄마는 매일 10분씩 일어나 자신의 수의를 짓고 자녀들의 옷을 만들었다. 고통스러운 통증과 싸우면서도 엄마는 88세까지 장하게 버텨주었다. 그리고 얼마 전, 갑작스러운 폐렴으로 이틀 만에 하늘나라로 가셨다.
엄마가 떠난 집을 정리하러 증평 집에 들렀을 때 우리 오남매는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각자의 이름이 써 있는 5권의 노트였다. 편지 한 장이 아니라 책 한 권 분량의 글이 가득 써져 있는 노트였다. 세상에 남겨질 머리 희끗한 자식들을 위해 삐뚤빼뚤한 글씨로 엄마의 당부와 위로, 소망과 기도를 적어놓은 것이다. 그 수많은 문장 가운데 나는 잊을 수 없는 구절을 발견했다.
‘나는 오늘도 어제의 내 마음에 일어난 두려움을 지우개로 지운다. 사람은 이상하게 마음으로 못된 걸 쓴다. 그걸 지우지 않으면 어떤지 아니? 말한 대로 살게 된다. ‘불안해’ 라고 쓰면 불안하게 살고 ‘나 왜 쓸모없지?’ 라고 쓰면 쓸모없게 살더라. 그래서 매일 네가 누구인지 알려줄 네 마음의 지우개가 필요하다. 너희도 아침에 일어나면 마음속에 잘못된 것을 지우고 다시 써라. 남이 잘못 말한 것, 네가 잘못 말한 것 싹 다 지워라. 그리고 행복한 아침을 맞이해라.’
이 글을 읽으며 나는 깨달았다. 돌아가실 때의 홍순희 여사는 태어날 때의 홍순희도, 스무 살 때의 꽃 같던 홍순희도, 마흔에 아이 키우며 고생했던 홍순희도 아닌 자유롭고 행복했던 홍순희로 가셨다는 것을. 그걸 만든 것은 바로 엄마의 마음속 지우개였다. 엄마는 자식들에게도 그 지우개 하나를 쥐어주고 가셨다. 나도 세상의 모든 자식들에게 엄마의 지우개를 선물하고 싶다.
‘진짜 네가 누구인지 알아라. 지우개로 지우고 새로 쓰는 네가 너다. 몇 번이고 지워도 되니 겁내지 말고 다시 써라.’


김미경
올해 나이 딱 60이 됐지만 라이프스타일 나이는 40대라고 주장하는 열정만렙 강사. 174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이자 3050여성들의 온라인학교 ‘MKYU’를 만들어 함께 성장하는 재미에 푹 빠져 살고 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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