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 뮷즈! MZ도 외국인도 오픈런 “매력적인 문화유산 젊은 박물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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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박물관문화재단 ‘뮷즈’ 상품기획팀 김미경 팀장
“평일인 데다 개학을 해서 사람이 없는 편이에요. 방학이나 주말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예요.”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뮤지엄숍. 외국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대학생, 어린이 등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북적이는 방문객들을 바라보며 김미경 팀장이 건넨 말이다. 2016년 무렵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 합류해 8년째 ‘뮷즈’ 상품기획을 총괄하고 있는 그는 국립중앙박물관 뮤지엄숍이 ‘핫플’로 떠오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했다. 뮷즈는 국립박물관이 기획하고 생산·판매하는 상품으로 ‘뮤지엄’과 ‘굿즈’의 합성어다.
국립중앙박물관을 찾는 관람객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23년 전국 13곳의 국립박물관을 방문한 관람객 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었다. 그중 국립중앙박물관의 관람객 수는 418만 285명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공개한 ‘연도별 관람객 수’ 자료에 따르면 전년도 관람객 수(341만 1381명)보다 약 22.5% 늘어난 것으로 1945년 개관 이래 최다 수치다.
뮤지엄숍은 박물관 방문객들이 참새 방앗간처럼 들르는 공간이다. 이 공간을 가득 채운 뮷즈에 MZ세대가 열광하면서 ‘힙트래디션(hip+tradition·전통문화를 힙한 감성으로 즐기는 것)’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김홍도의 ‘평안감사향연도’ 속 취객 선비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취객선비 3인방 변색 잔 세트’는 입고되자마자 품절되는 ‘대란템’이고 K–팝 아이돌 그룹이 소장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탄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는 뮤지엄숍의 대표 상품이다. 이밖에도 자개소반 무선충전기, 고려청자 무선이어폰 케이스, 금동대향로 미니어처 등 히트작이 줄줄이고 새로운 상품도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위트 있는 상품들은 젊은 세대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결과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지난해 매출 분석을 보면 뮷즈 구매자의 62%가 2030세대다. 2023년 매출액은 149억 원으로 전년(117억원) 대비 27%나 상승했다. 내놓는 상품마다 반응이 좋고 사업 규모도 커지면서 상품기획팀 업무의 규모도 커졌다. 상품을 기획하고 제작 전반과 홍보 등을 담당하는 기존 상품기획팀에 오프라인을 담당하는 판매1팀, 온라인숍과 특판을 담당하는 판매2팀, 물류팀 등으로 늘어났다. 4개 팀이 수시로 정보를 공유하고 현장 피드백 이슈 등을 점검하면서 뮷즈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작년 뮷즈 매출액이 대단했다. 올해 흐름은 어떤가?
성장세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작년보다 속도가 조금 더 빠르다. 국립중앙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졌고 외국인도 눈에 띄게 많다. 와주는 분들이 많다 보니 매출도 자연스럽게 늘었다. 온라인 반응도 좋다. 취객선비 소주잔처럼 예약 판매하는 품목도 있다 보니 큰 변수만 없으면 성장세는 꾸준히 이어질 것 같다.
특히 MZ세대가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독특해서 좋다고 하더라. 흔하게 볼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라 유물 기반으로 만든 것이라는 차별성에다 디자인도 예쁘다는 반응이다. 우리 전통 문화유산을 담았다는 의미까지 있으니 더 좋아해주는 게 아닐까? 키링·무선충전기·에어팟케이스 등 젊은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그들이 주로 사용하는 품목을 만들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그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나 작가와 컬래버레이션(협업)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 기분은 어떤가?
뿌듯하고 고맙다. 상품을 보면서 우리나라 유물에도 관심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으로는 구매한 후에 후회하면 어떡하나 걱정도 된다. 즐거운 마음으로 오랫동안 사용하길 바라면서 상품 기획도 그 포인트에 맞추려고 한다. 일회용품처럼 쓰고 없어지면 안되지 않나.
‘뮷즈’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키우게 됐나?
전에는 ‘박물관을 방문했으니 기념품을 의무적으로 사야겠다’는 분들을 충족시키는 상품 위주였다. 2022년 뮷즈 출시를 계기로 박물관에 안 오는 분들도 사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끔 상품 개발 방향을 바꿨다. 뮷즈라는 브랜드가 생기니 마케팅 측면에서 효율적이다. 컬래버레이션을 하거나 누리소통망(SNS)·유튜브 홍보 계정을 만들 때 효율적이다. ‘박물관에서 파는 상품’, ‘문화유산을 활용한 문화상품’이라고 설명하기 복잡할 때도 있었는데 그런 측면에서도 좋다.
뮷즈 성공을 위해 어떤 전략이 있었나?
실용적인 아이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기념품 위주의 상품이 아니라 뭐라도 쓰임새가 있는 걸 만들고 싶었다. 그때부터 생활소품을 만들었다. 노트, 다이어리, 연필 등 문구류가 인기가 없는 건 아닌데 과거에 비해서 사용도가 낮다. 그런 아이템의 비중을 줄이고 작은 트레이, 파우치, 양산 등 생활소품 위주로 만들었다. ‘평소 필요한 품목인데 여기 와봤더니 있네? 그런데 디자인이 좋네?’라는 마음이 들면 구매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취객선비 3인방 변색 잔 세트’처럼 재미요소를 잡은 것도 주효해 보인다.
재미가 첫 번째는 아니다. 문화적인 가치가 있으면서, 이왕이면 실용적이고 디자인적인 요소까지 반영돼야 한다. 뮤지엄숍에 가보면 “너무 귀엽다”, “재미있다”, “예전에는 칙칙했는데 요즘은 화사하고 볼 게 너무 많다” 등 주고받는 대화들이 들리는데 변화가 느껴진다는 말이 가장 좋다.
그 변화를 퀄리티에서도 느낀다. 뮷즈는 디자인뿐 아니라 소재 등 질이 좋은 편이다.
뮷즈는 박물관에서 직접 만드는 자체 상품과 외부 수탁 상품이 있다. 자체 상품은 아무래도 완성도가 조금 더 높다. 수탁 상품은 좋은 지원작이 많아서 품질이 낮은 건 애초에 안 뽑는다. 우리가 인증해서 ‘뮷즈’라는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인데 품질이 별로라는 피드백을 들으면 안되니까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MZ세대 이외 다른 세대를 흡수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나?
예전에는 40대가 되면 기성세대로 분류했는데 요즘은 나이 구분이 점점 없어진다. 나이에 따라 취향이 구분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대가 아니라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위트 있고 재미있는 예쁜 아이템을 만들고 있다. 최근 어린이들을 위한 도블 상품을 출시했다. 보드게임의 일종인데 유물 공부까지 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국립중앙박물관 시리즈가 출시됐다. 외국인도 많이 오는데 그들은 유물을 새롭게 해석하는 것보다 원본 자체를 좋아한다. 유물 원본을 중시하면서 선물이 될 수 있는 것들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예쁘지만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5월에 저렴한 아이템을 많이 개발했다. 키링, 스티커 등 가벼운 아이템을 많이 만들었다. 비싸다는 의견이 있는데 거꾸로 아예 비싼 것을 찾는 분도 많다. 하이엔드 소비를 중시하는 분들은 나전, 옻칠 제품 등 제대로 만든 상품을 원한다. 워낙 많은 분들이 오니 원하는 가격과 취향이 천차만별이다.
온라인숍을 보니 공모작이 많은 것 같다. 의도적으로 늘린 건가?
잘 팔린다고 입소문이 나서인지 업계 종사자들의 관심이 높다. 신규 지원자가 많아졌고 공모작 수준도 높다. 5~6년 전만 해도 비슷한 디자인이 많아서 새로운 느낌이 없었는데 지금은 기대가 된다. 원래 상반기와 하반기에 공모전을 두 번 여는데 작년 상반기 경쟁률이 900대 1이었다. 심사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하반기에는 서류 전형이 하나 더 생겼다. 올해는 1300대 1이었다. 그중 130~140종을 엄선했다. 아이템이 참신한지, 차별화 여부가 있는지를 판단하고 선정한다.
해외 박물관·미술관 등의 벤치마킹 사례도 있나?
그보다는 새로움을 위해서는 뻔하고 단순한 기획보다 다른 산업의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몇 년 전 핀란드 여행을 다녀왔는데 핀에어 기내에서 마리메코 냅킨을 주더라. 그게 너무 좋았다. 개인적으로 우리의 좋은 자산을 다양한 산업에 적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휴대전화 케이스인 케이스티파이가 좋은 사례가 됐다. 작년에 이어 올해 2차 출시를 했는데 반응이 좋다. 소스 개발을 박물관에서 하고 케이스티파이가 상품 제작과 판매를 한다. 우리 소스를 가지고 지식재산권(IP)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한 사례라서 의미가 있다.
뮷즈는 론칭 후 성과도 거뒀고 인식도 좋다. 또 다른 도약을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새로운 목표가 궁금하다.
소장가치가 있는 좋은 상품을 만드는 것이 주된 업무지만 더 나아가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박물관에 유물이 너무 많은데 그것을 우리가 재해석해서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하고 싶다는 게 개인적인 욕심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문양이나 디자인, 이미지 활용이 가능한 소스 개발에 힘을 쓰려고 한다. K–콘텐츠를 다루는 기관이 굉장히 많은데 국립중앙박물관과 적극적으로 협업할 기회가 많이 생겼으면 한다.
임언영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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