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집주인’ 20년 임대주택 도입 2035년까지 10만가구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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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임대주택 공급 방안 발표… 시장 패러다임 대전환
임대주택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정부가 기업이 집주인인 ‘20년 장기임대주택’ 도입 방안을 내놨다. 그간 전세사기 등의 문제가 끊이지 않았던 민간임대시장에 기업을 끌어들여 양질의 임대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임대료 규제도 싹 풀었다. 기존 10년짜리 장기임대주택과 다르게 세입자가 바뀌면 시세대로 임대료를 올릴 수 있도록 한다. 또 ‘주거비 물가상승률’보다 더 높은 임대료 인상률도 허용한다.
국토교통부는 8월 28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민·중산층과 미래세대의 주거 안정을 위한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7월 3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역동경제 로드맵’의 후속대책이다.
국내 임대차시장의 공급률은 공공이 약 20%, 민간이 약 80%를 차지한다. 이 중 민간임대시장은 비등록 개인 다주택자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규모화를 막는 과도한 임대료 규제, 세제 중과 등으로 인해 산업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민간임대시장의 영세화는 높은 재고 변동성에 따른 전세가 상승 등 임대차 시장의 불안요소를 낳았다.
2022년 기준 공공임대 재고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재고율 7.1%보다 높은 8.1%로 양적 성장을 이뤘으나 상대적으로 수요가 높은 도심지 공급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정부는 임차인들이 원하는 곳에서 적정 수준의 비용으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임대주택 공급 패러다임을 전환하기로 했다. 연간 1만 가구씩 2035년까지 10만 가구의 20년 장기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임대료 규제 적용받으면 정부지원 확대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형 장기임대주택은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등 법인이 한 단지에 100가구 이상인 대규모 임대주택을 20년 이상 의무적으로 임대하는 형태다. 임대 가능한 주택 형태에는 제한이 없다.
핵심은 임대료 규제완화와 세제 혜택이다. 이는 기업이 의무 임대 기간이 끝난 뒤 집을 팔아 수익을 내는 게 아니라 임대수익만으로도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현재 100가구 이상을 보유한 10년 장기임대주택 사업자는 임대료 상승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 규제를 받는다. 상승률이 해당 지역의 주거비 물가지수 상승률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규정도 있다. 만일 서울의 주거비 물가지수 상승률이 3%라면 서울에서 주택 임대사업을 하는 기업은 3% 내에서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임대료를 올릴 때는 임차인대표회의와 협의해야 한다. 임차인이 바뀌어도 의무 임대 기간에는 임대료 상승률을 제한받는다. 정부는 20년 장기임대주택에서 이런 규제를 모두 없애기로 했다.
사업모델은 ▲자율형 ▲준자율형 ▲지원형으로 세분화한다. 규제를 많이 받을수록 정부 지원도 늘어나는 구조다.
‘자율형’은 임대료 규제에서 자유롭다. 임대보증 가입과 임대차계약 신고 의무만 지키면 된다. 대신 별도의 정부 지원은 못 받는다. ‘준자율형’은 임대 기간 중 세입자가 계속해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고 임대료 인상률은 5% 이내로 제한된다. 대신 주택 건설자금 조달을 위한 저리 기금 융자와 지방세 감면 혜택을 준다. ‘지원형’은 초기 임대료가 시세의 95%로 제한된다. 무주택자 우선공급 의무도 부여된다. 규제를 많이 받지만 기금 출자·융자, 공공택지 할인 등 지원도 크다.
유형별 임대료 증액 기준을 지키는 사업자에는 법인 중과세 배제 혜택을 준다. 취득세 중과(12%), 종합부동산세 합산·법인세 추가 과세(20%)에서 배제한다.
기업형 장기임대 사업자가 도심 민간 부지를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개인 토지주가 부지를 매각하면 양도세를 감면(10%)해주고 법인 소유 토지 매각 때는 법인세 10%포인트 추가 과세에서 배제한다.
20년 장기 사업인 만큼 장기 투자에 적합한 보험사의 진입 장벽도 없애주기로 했다. 보험사의 임대주택 투자를 허용하고 장기임대주택 보유 때는 재무건전성 평가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을 20%에서 25%로 완화해 적용한다.
법인 임대사업자 간 임대주택 거래 규제도 푼다. 적절한 시기에 사업자를 변경해 수익을 실현할 수 있도록 5년 이상 임대 운영 후 임대주택 전체를 포괄적으로 넘기면 넘겨받은 사업자가 기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포괄양수도’를 허용한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 등 다양한 수요자가 원하는 곳에 적정수준의 임대료로 다양한 주거서비스를 누리며 이사 걱정, 전세사기 걱정 없이 원하는 기간만큼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양질의 임대주택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국회,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법 개정, 사업지 발굴 등 관련 후속조치를 신속하게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박지현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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