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하이퍼루프가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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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대이동이 이뤄지는 설 연휴가 시작된다. 명절을 앞둔 이맘때쯤이면 귀성길과 귀경길의 예상 소요 시간에 관심이 쏠린다. 자신의 자동차를 이용해 이동해야 하는 사람들은 교통정체가 늘 고민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덜 막힐 때를 선택하려고 교통방송이나 인터넷에서 알리는 실시간 정체구간을 확인한다.
이제 이런 고민을 끝낼 이동수단이 등장한다. ‘하이퍼루프(Hyperloop)’가 해결사다. 한국형 고속철도(KTX)가 전국 일일생활권을 넘어 반나절생활권으로 바꿨다면 하이퍼루프는 한시간 생활권을 가능케 한다. 공간혁명을 일으킬 하이퍼루프는 대체 어떤 기술이 접목된 것일까?
공기 저항 거의 없는 진공 상태라서 음속 가능
해외여행을 할 때 타는 항공기의 순항속도는 평균 시속 900㎞다. 소리의 속도(음속)는 항공기의 속도를 나타내는 ‘마하’ 단위를 쓴다. 1마하는 초당 340m로 ㎞로 환산하면 시속 1224㎞다.
지구상에서 음속을 돌파하려면 ‘음속 장벽(Sound Barrier)’을 극복해야 한다. 음속 장벽은 물체의 속도가 음속을 돌파할 때 눈에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치는 것처럼 되는 현상이다. 항공기의 속도가 음속에 가까워지면 공기 파장으로 인한 충격 등 여러 장애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고속철도 등 모든 육상 교통수단은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도록 설계한다.
하이퍼루프는 공기 저항을 없앤 신개념 초고속 열차다. 초음속을 뜻하는 ‘하이퍼소닉’의 하이퍼(hyper)와 순환고리를 뜻하는 루프(loop)가 합쳐진 말로 이론적으로 음속에 가까운 최대 시속 1200㎞ 이상 속도로 달릴 수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20분 걸리는 셈이다.
하이퍼루프를 대중에게 알린 사람은 미국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다. 그는 2013년 처음으로 하이퍼루프라는 이름을 붙인 교통수단을 제안하면서 이 차세대 열차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약 612㎞ 구간을 30분 안에 주파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한국철도기술연구원(KRRI)은 2009년 머스크보다 먼저 하이퍼루프에 대한 개념 연구를 시작했다.
하이퍼루프 속도의 비결은 바로 공기 저항이다. 팟(Pod)로 불리는 열차가 공기 저항이 거의 없는 진공(0.001~0.01기압) 상태의 터널(통로)에서 자기부상열차처럼 살짝 띄운 상태로 운행한다. 지름 3.5m의 튜브 형태의 긴 터널을 자기장으로부터 추진력을 얻어 열차가 달린다. ‘보잉 787기’가 시속 900㎞로 날 수 있는 이유 또한 공기압이 지표면보다 30~40% 낮은 상공을 날기 때문이다.
열차에는 바퀴 대신 영구전류가 통하는 초전도 전자석이 탑재된다. 통로인 터널의 바닥은 열차에 장착된 자석과 자기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자기장이 흐르도록 만든다. 즉 열차와 통로에 자석이 달려 있어서 같은 극끼리 밀고 다른 극끼리 끌어당기는 과정을 빠르게 반복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이다.
보통 기차는 바퀴와 선로가 맞닿아 달리기 때문에 마찰 소음이 크다. 하지만 하이퍼루프는 공중부양한 상태로 달리므로 마찰력이 없어 소음과 진동이 없다. 탈선 가능성도 거의 없어 안전하다. 교통신호가 없는 터널을 이동하기 때문에 교통체증 또한 없다. 또 자석의 원리로 추진력을 얻고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열차 운행에 사용되는 전력을 얻기 때문에 공해도 발생하지 않는다. 항공기나 고속철도의 약 10% 에너지로 운행할 수 있어 운용비용 또한 저렴하다. 하이퍼루프가 ‘꿈의 친환경 열차’로 불리는 이유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열어
현재 우리나라 하이퍼루프 기술은 선두권에 속한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2020년 독자개발한 축소형 하이퍼튜브(하이퍼루프와 같은 명칭) 공력시험 장치를 이용해 세계 최초로 0.001기압에서 시속 1019㎞를 주행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또 실제 사람이 탑승할 열차와 터널 개발을 위해 2024년까지 하이퍼튜브 차량 엔진에 해당하는 초전도 전자석과 추진 장치, 차량의 초고속 주행 안정화 장치 등을 확보한다는 계획 아래 연구 중이다. 2022년 6월 하이퍼루프 연구개발(R&D)에 향후 9년간 1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정부 발표도 힘을 싣고 있다.
해외에선 유인 시험도 이뤄졌다. 2020년 11월 영국 버진그룹이 사람이 들어갈 실제 크기의 열차로 직원 두 명을 태우고 500m 구간을 시속 172㎞로 달리는 데 성공했다. 목표 속도인 시속 1200㎞대와는 거리가 멀지만 하이퍼루프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버진그룹은 미국과 인도, 두바이 등 여러 국가에서 하이퍼루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머스크가 설립한 미국 터널굴착회사 ‘보링컴퍼니’는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달리는 실물 크기의 하이퍼루프 첫 주행시험을 2022년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아직 진행하지 않았다.
버진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캐나다·유럽·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인도·중국·러시아 등 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2600여개 하이퍼루프 노선 건설이 논의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연구가 이뤄지는 가운데 탑승자의 안전성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밀폐된 터널 안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대처가 쉽지 않아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안전성을 극복하고 전국 곳곳에 하이퍼루프가 뚫린다면 서울 여의도에서 세종시까지 가는 데 5분이면 된다. 머스크의 계산대로라면 여의도에서 세종시까지 130㎞ 정도의 직선형 하이퍼루프를 건설하는 데 2조 원이 채 들지 않는다.
김형자_ 편집장 출신으로 과학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과학 칼럼니스트. <구멍으로 발견한 과학>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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