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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 150대 몰려와 세차용 걸레만 1000장 힘들지 않았냐고? 두 배 세 배 더 도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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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전기차 화재 피해차량에 ‘무료 세차’ 김재성·김영호 씨
8월 1일 오전 6시 인천 서구 청라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한 전기차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현장에는 300명이 넘는 소방인력과 펌프차량 등 소방장비 80여 대가 동원됐고 불씨는 8시간이 지나서야 사라졌다. 아파트를 뒤덮은 검은 연기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수백여 명이 옥상으로 대피하거나 소방대원에게 구조됐다. 반나절 가까이 이어진 화재로 아파트에 전기와 수도 공급이 끊기면서 800여 명의 주민은 삽시간에 이재민이 됐다.
또 다른 피해는 차량들이었다.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를 비롯해 70여 대가 완전히 불에 탔다. 또 다른 70여 대도 그을림 등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해당 아파트에 주차돼 있던 차량은 물론 인근 주택과 상가에 세워져 있던 차들까지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이 사고로 보험처리를 요청한 차량만 지금까지 800대 가까이 이른다.
화재로 인한 차량의 그을림은 빨리 씻어내는 것이 관건.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인근에서 고압식 기계 세차장을 운영하는 김재성·김영호 씨는 차량 피해가 남 일 같지 않았다.
“불에 그을린 차량을 세차하는 데 60만 원, 많게는 100만 원이 넘게 든다는 주민들의 말을 들었어요. 정말 걱정이 크겠다, 우리가 좀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김재성·김영호 씨가 ‘무료 세차’ 봉사에 나선 이유다. 화재가 발생한 다음날부터 이틀간 피해 차량에 세차장을 무료로 개방했다. 아파트 커뮤니티에 이 사실을 알렸다. 특히 당장 출근을 해야 하는 주민들에게는 차량 복구가 한시라도 급한 상황. 이틀간 150대의 차량 행렬이 이어졌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숫자였지만 당황할 새도 없었다. 직원이라곤 둘뿐인 세차장에서 두 ‘사장님’은 하루에 70~80대를 직접 닦았다. 기계 세차를 해도 차량에 남아 있는 화재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기 위해서는 사람의 손길이 한 번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 새까맣게 변한 걸레 1000장이 장렬히 ‘전사’했다. 일 평균 300만 원, 이틀간의 매출도 함께 증발했다.
두 사람은 “그날 이후 피부병을 얻어 병원까지 다녀야 했다”고 말했다. 그런 와중에 “가게 홍보하려고 그런 것 아니냐”는 비난도 들렸다. 괜히 좋은 일 한다고 나섰다 후회한 적은 없을까? 주민들에게 도움이 필요한 일이 다시 생기면 어떻게 하겠냐는 물음에 두 사람은 외려 “두 배, 세 배로 더 많이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수백만 원의 매출보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뿌듯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불길이 8시간이나 지속됐다. 화재 발생 당시 지역 상황은 어땠나?
불이 난 아파트 맞은편에 살고 있는데 이곳까지 냄새가 날 만큼 연기가 심각했다. 창문을 열었더니 소방차, 경찰차만 100대 넘게 와 있더라. 그날 이후 동네가 무척 어수선해졌다.

무료 세차를 제공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뭐였나?
화재 다음날 한 중년 남성이 왔다. 화재 피해를 입었는데 경차임에도 손 세차를 맡기려면 60만~80만 원이 든다고 했다는 거다. 인근 손 세차장들은 피해 차량으로 일주일치 예약이 꽉 찬 상황이었다. 더욱이 차량 정비 업소에서는 그을림이 심한 차량 등 화재 피해 차량은 수리 요청을 꺼린다. 발암물질 등이 남아 있거나 다른 차량에 그을림을 옮길 수 있어서다. 그 손님은 빨리 세차를 해야 하는데 비용은 비싸고 셀프 세차는 할 줄 몰라 찾아왔다고 했다. 기계 세차를 하고 추가로 좀 더 닦았더니 차가 말끔해졌다. 그분이 아파트 온라인 커뮤니티에 감사 인사를 올렸는데 그 글을 보고 몇 명이 더 찾아왔다. 그때까지는 무료로 해준 것도 아니었는데 다들 무척 고마워했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가 뭔가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 동안 차량 150대 세차는 쉽지 않았을 텐데.
처음 언론 보도에서는 피해 차량이 80여 대라고 했다. 평소 하루 100대, 주말엔 많으면 200대 차량을 받기 때문에 이틀이면 우리가 충분히 도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 손님에게 부탁해 아파트 커뮤니티에 무료 세차 사실을 알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갈수록 피해 차량 숫자가 점점 늘어나는 게 아닌가. 워낙 연기가 멀리까지 번진 탓이었다. 처음엔 불이 난 아파트 주차 스티커가 붙어 있는 차만 받다가 나중엔 모든 차량을 무료로 해줬다. 워낙 피해 규모가 크다 보니 아파트 차량 여부를 구분하는 게 의미가 없었다. 첫날엔 오전 11시부터 저녁 7시까지, 다음날엔 저녁 9시까지 쉴 틈 없이 차를 받았다.

차량 상태는 어땠나?
피해가 큰 차들의 경우 완전히 잿더미였다. 물티슈로 앞유리만 겨우 닦고 운전해서 오는 경우도 많았다. 차량 바깥에 묻은 유해물질이나 재 같은 게 내부로 들어올 위험성이 있어 운전자들은 에어컨도 켜지 못하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왔다. 더 상태가 심각한 차는 견인차에 끌려오기도 했다.

차를 닦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기계 세차는 10분 내로 끝난다. 하지만 그을림을 완전히 없애려면 한 번 더 닦아줘야 했다. 강한 약품을 묻혀 손으로 닦는 일을 우리가 다 했다. 이렇게 하면 겉으로 보이는 그을림은 대부분 제거됐다. 전후 사진을 보면 놀라울 정도다. 이틀간 빤 걸레만 1000장 정도다.

불에 그을린 차량을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위험한 것 아닌가?
우선 세차 기계가 망가지진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당장 우리가 돕지 않으면 수십 대 차가 더 큰 피해를 볼 것 같았다. 몇 대를 세차한 뒤 기계 안을 보니 연기 냄새가 심하게 났다. 무료 세차를 끝냈을 땐 기계 3m 높이까지도 그을음이 번져 있더라. 그래도 기계가 망가지진 않았다. 그것만으로 다행이다.

두 사람 모두 피부병까지 얻었다고.
기계 세차장은 직접 카드결제를 한 뒤 버튼만 누르면 되는데 무료이다보니 기계 조작을 우리가 대신해야 했다. 이틀 내내 하루 종일 야외에 서 있으니 온몸이 새까맣게 탔다. 연기 냄새 때문에 처음엔 마스크를 쓰고 일했는데 나중엔 땀이 너무 나서 벗어버렸다. 기침이 많이 났다. 피부병은 그을림과 독한 약품에 오래 노출된 탓이다. 며칠간은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지금은 괜찮아졌다.

이틀간 포기한 매출이 600만 원 가까이 된다고 들었다. 남들 도우려다 본인들이 피해를 봤다.
8월은 세차장 성수기다. 7월 장마가 끝나고 휴가를 떠나는 차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8월이 되자마자 사고가 났다. 이 일을 하는 게 맞나 처음엔 고민도 했다. 한 대당 세차비가 1만~1만 5000원 정도이니 성수기 기준으로 이틀 매출이 600만 원이 좀 안 된다. 그래도 지역에 이런 큰 피해가 났는데 이틀 정도는 해볼 수 있지 않겠나 싶었다. 길게 보면 큰 손해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주민들이 무척 고마워했겠다.
특히 어르신들이 정말 고마워했다. 젊은 사람들은 셀프 세차장에라도 가지만 어르신들은 그러기도 힘들고 비싼 돈 주고 세차를 맡기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우리 손을 잡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냐’며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데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 걸레를 같이 빨아준 손님도 있었다. 커피, 케이크는 너무 많이들 사줘서 나중엔 다시 손님들에게 나눠줬다.

인근 세차장 사장님들은 싫어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비싼 값을 받고 손 세차를 해주는 곳들 중엔 안 좋게 바라보는 곳도 있었다. 그럴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를 찾아오는 분들은 그을림만이라도 빨리 없애거나 세밀한 내부 세차까지는 필요 없는 경우가 많았다. 수요층이 다르기 때문에 큰 피해를 준 건 아니었다고 본다.

‘홍보 목적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도 있지 않았나?
‘이 사람들 장사 잘하네’라며 비꼬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비난은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 좋게 봐줬다. 홍보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올해 3월 세차장을 오픈할 때 5일간 무료 세차 이벤트를 한 적이 있다. 인근 도로가 마비될 정도로 줄이 늘어서 경찰이 충돌하기까지 했다. 둘이서 ‘다신 안 하겠다’고 했을 만큼 힘들었다(웃음).

밀려오는 차들과 씨름하며 ‘괜한 일을 했나’ 후회되진 않았나?
이틀 동안 무척 고됐는데도 끝나고 소주 한잔 하니 피로가 싹 풀리더라. “진짜 피곤한데 뿌듯하지 않냐?”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런 일이 또 일어나선 안 되겠지만 그땐 지금보다 두 배, 세 배로 더 도와주고 싶다.

주민을 향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온라인 카페에서는 이번 화재 이후 도움을 준 지역 업체 100곳 리스트가 공유되고 있다. 헬스장, 반려동물 카페, 식당 등 업종도 다양하다. ‘선한 영향력’이란 게 이런 게 아닐까.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그 시작을 이끌 수 있었다는 게 무척 뿌듯하다.

조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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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정보 제작사 자발 공개 권고
21개 전기차 브랜드 ‘배터리 정보’ 공개… ‘전기차 특별 무상점검’도
정부가 국내 보급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정보를 모든 제작사가 자발적으로 공개하도록 권고했다. 또 전기차 특별 무상점검을 실시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의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을 긴급점검하기로 했다. 국무조정실은 8월 13일 열린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최근 확산하는 전기차 안전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차원에서다.
정부의 권고 이후 지금까지 현대, 기아, 벤츠, BMW, 테슬라 등 총 21개의 국내 보급 전기차 브랜드가 모두 배터리 정보를 공개했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교통안전공단 누리집(www.kotsa.or.kr)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기차 특별 무상점검은 현대·기아·벤츠·볼보가 먼저 시행에 들어갔다. 폭스바겐(아우디 포함)은 연중 상시 무상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테슬라, BMW, 르노, KG모빌리티는 8월 중 실시할 예정이며 GM, 포르쉐 등 5개사는 구체적인 일정을 추후 안내할 계획이다. 지하 주차시설에 대한 다양한 안전 강화 방안에 대해선 실현 가능성과 전기차 산업의 경쟁력 등을 고려해 개선과제를 구체화해나갈 예정이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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