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때 환자 돕는 ‘대변인’ 신설 하반기부터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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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확대로 촉발된 의료개혁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8월 21일에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주관으로 ‘혁신적 의료공급 및 이용체계 개편방안 공청회’가 열렸고 8월 22일에는 ‘환자·의료진 모두를 위한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방향’이 개최돼 구체적이고 지속가능한 의료개혁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먼저 8월 21일 개최된 공청회에서는 2024년 하반기부터 3년간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을 시행해 상급종합병원 인력구조를 재설계하고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비중을 20%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유정민 보건복지부 의료체계혁신과장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및 의료공급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하면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을 올해 하반기부터 3년간 시행해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진료나 3차 의료기관으로서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은 진료, 진료협력, 병상, 인력, 전공의 수련 등 5개 분야에서 진행된다. 진료 분야에서 현재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비율은 39%에 그친다. 정부는 3년 안에 중증환자 비율을 6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할 방침이다. 진료 협력에 관해서는 중증도에 맞게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의사 판단에 따른 전문 의뢰 시 상세 의사 소견을 명시하고 진료협력 병원 간에는 최우선으로 예약할 수 있도록 하는 ‘패스트트랙’을 도입한다.
상급종합병원의 일반병상 비중은 줄어든다. 서울의 상급종합병원 허가 병상이 1500병상 이상인 경우 일반병상의 15%를 감축하고 그 외 병원은 10%, 비수도권은 5%를 감축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유 과장은 “당장 의무적으로 감축하기보다 중증환자 병상 비중이 높을수록 더 많은 성과보상금을 지급하는 구조로 설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급종합병원 인력구조는 전문의, 진료지원 (PA) 간호사 등 숙련된 인력 중심으로 개편한다. 유 과장은 “전문의를 채용하기보다 현재 있는 인력의 숙련도를 높이고 분절적으로 운영됐던 업무구조를 팀 구조로 재설계해 현행 인력구조하에서 의료 질을 높이고 중증환자를 잘 볼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비중은 줄일 계획이다.
현재 상급종합병원에서 전공의 비중은 많게는 40%대에 이른다. 이를 절반으로 줄이고 수련생으로서 전공의 지위를 강화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전공의 근무시간은 주당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연속근무시간은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축소한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밀도 있는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지도전문의를 확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보상방안도 함께 개편하고 있다. 중환자실과 입원료 보상에 1조 5000억 원, 중증수술 보상에 5000억 원, 사후 보상에 1조 원 등을 할당해 총 3조 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의료사고 부담 줄이고 보상은 늘리고
8월 22일 열린 토론회에서는 의료사고 발생 시 불필요한 소송을 줄이고 환자와 의료진을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의료사고가 발생하고 소송으로 진행되기 전 환자와 의료진의 소통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의료사고에 관한 설명을 법제화한다는 것이다.
현행 의료법에서도 치료계획과 그에 따른 위험을 사전에 설명하도록 하고 있지만 의료사고 이후의 설명에 관해서는 재판과정 등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다. 정부는 유감이나 사과 등을 표명하더라도 재판과정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게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의료분쟁조정제도도 개편된다. 의료분쟁조정제도는 의료사고 소송이 증가하면서 의료진의 중증·응급진료 기피 등을 해소하고자 2012년에 도입됐지만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계속돼왔다. 정부는 의학적·법적 지식이 부족한 환자를 돕기 위해 ‘환자 대변인’ 신설을 추진하고 필요에 따라 의료인·의료기관 상담도 병행한다. 환자 대변인은 사망 등 중상해 사건이 발생했을 때 환자나 가족이 인과성을 판단할 핵심 쟁점 등을 담은 조정 신청서와 의견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보상과 관련해서도 환자는 충분히 보상받고 의료기관의 고액 배상 부담은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추진된다. 복지부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평균 의료사고 배상액은 약 3억 7000만 원에 이른다. 그런데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 가입은 300병상 미만의 병원만 가능해 중증진료를 받는 300병상 이상 의료기관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이에 정부는 필수진료 과목 의료진을 대상으로 배상책임보험·공제 보험료의 국가 지원을 추진하고 의료사고 책임·종합보험 표준약관을 마련해 보험상품 개발·운영을 활성화한다. 불가항력에 따른 분만사고의 경우 낮은 국가 보상금 한도를 현실화하고 보상 범위도 늘린다.
의료사고 수사 절차도 합리화된다. 높은 수준의 의학적 지식이 필요한 의료사고 특성을 고려해 의료분쟁 조정 과정과 연계하는 것이다. 당사자의 동의를 받고 의료분쟁 감정·조정 결과를 수사과정에서 공유받아 불필요한 대면 소환조사를 최소화하고 기소 전 의료전문가가 참여한 형사조정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의료사고 형사 특례도 법제화해 의료진이 소신껏 최선의 진료를 할 여건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김효정 기자
*진료지원(PA) 간호사
수술, 외과, 내과, 응급·중증 등 분야에서 의사 업무 일부를 담당해 의사를 보조하는 간호사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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