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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여 개 중증수술 수가 선별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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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료행위별 수가체계를 혁신해 보상 수준이 낮았던 1000여 개의 중증수술을 선별해 수가 인상에 나선다. 저평가된 의료행위의 수가를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는 단계적 로드맵을 마련하고 왜곡된 의료 수가 구조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한다. 과잉 우려가 높은 비급여 진료에 표준가격을 설정하고 비급여 진료와 급여 진료가 동시에 이뤄지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의 보장 범위도 축소될 전망이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8월 13일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의료개혁 우선과제의 추진상황 등을 설명했다. 의료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구체화하기 위해 설치된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이하 의료개혁특위)는 4대 우선과제를 선정하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4대 우선 추진과제는 ▲필수의료의 특성을 반영한 보상체계 개편 ▲의료공급 이용체계 정상화 ▲전공의 업무부담 완화와 수련의 질 제고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다. 의료개혁특위는 이 중 필수의료의 공정한 보상체계 확립을 위해 세 가지 보상체계 개혁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왜곡된 보상체계 전면 혁신
우선 행위별 수가체계의 불균형 구조를 전면 혁신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우리나라 수가제도는 모든 개별 의료행위마다 단가를 정해 지불하는 ‘행위별 수가제’를 기본으로 한다. 입원이나 진찰 등 기본진료, 수술, 처치, 검체, 영상, 기능 등 여섯 가지 유형의 약 9800개 행위의 수가가 결정돼 있다. 그런데 이 중 기본 진료와 수술, 처치는 보상 수준이 낮고 검체, 영상, 기능은 보상 수준이 높다. 따라서 중증의 고난도 수술을 하는 것보다 검사를 많이 하는 것이 유리한 이 구조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이에 정부는 저평가된 영역의 보상 수준을 높이고 고평가된 보상 수준은 낮추는 전면 혁신을 추진한다. 단 모든 수가를 한 번에 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1000여 개의 중증수술을 선별해 먼저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더불어 저평가된 의료행위에 대해 수가를 적정수준으로 조정하는 단계적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필수의료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공공정책수가가 강화된다. 의료개혁특위에서는 집중 투자가 필요한 분야로 중증·고난도 필수진료, 응급, 야간과 휴일, 소아, 분만, 취약지 등 여섯 가지 우선순위를 도출했다. 정부는 이를 감안해 공공정책수가를 보다 체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행위별 수가제도가 의료행위량을 늘리는 데 집중하게 만든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가치 기반의 지불제도로 혁신하기 위해 획일적인 종별가산제를 성과보상제로 전환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현재는 상급종합병원이면 일률적으로 15% 가산을 받지만 앞으로는 중증 진료는 더 보상받고 경증 진료는 덜 보상받게 된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이 종별 적합 질환환자를 많이 진료하고 불필요한 진료비를 줄일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게 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2028년까지 내과계 고난도 시술과 외과계 중증수술 등에 5조 원 이상, 소아·분만 분야에 3조 원 이상, 진료협력 분야에 2조 원 이상 등 10조 원 이상의 건강보험 재정을 추가 투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중 대동맥 박리 수술이나 고난도 이식 수술, 심장 중재술 등 분야와 소아·고위험 산모 등 분야에 1조 4000억 원의 투자를 결정해 지원을 대폭 강화했다. 정 단장은 “필요한 곳에는 집중 투자를 하면서도 불필요한 진료비는 줄이는 작업을 병행해서 적정 보험률 내에서 건보 재정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비급여·실손보험도 전면 개선
그런데 이런 건강보험 수가 개선만으로는 필수의료가 외면받는 비정상적인 의료체계를 정상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정 단장은 “특정 비급여 진료를 통해서 과도한 수익을 올려 보상체계를 왜곡하는 현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의료개혁특위는 필수의료·공정보상전문위원회 내에 비급여·실손 소위를 구성해 비급여 관리와 실손보험 개혁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비급여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제각각 쓰이는 비급여 명칭 등을 체계화·표준화해 소비자들이 어떤 행위와 치료 재료인지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한다.
의학적 필요도를 넘어서 과도한 치료가 이뤄지는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도 선별 집중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도수치료, 비급여 렌즈 사용, 백내장 수술 등 과잉 우려가 명백한 비급여에 대해서는 급여 진료와 비급여 진료를 병행하는 것을 제한하도록 한다. 비급여 실태 모니터링 결과 과잉 우려가 높은 비급여에 대해서는 표준가격을 설정하고 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
실손보험에 대한 제도 개선도 추진된다. 그동안 실손보험이 비급여를 과도하게 보장하고 경증환자의 부담을 완화시켜 의료전달체계의 왜곡과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에 비급여·실손 소위에서는 건강보험 법정 본인부담의 보장을 적정화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비급여 관리대책과 연계해 비급여 보장 범위를 합리화하고 심사·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검토됐다.
정 단장은 “의료개혁은 환자가 중증도·긴급성에 따라서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며 “의료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간 익숙하게 이용했던 국민의 의료 이용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비교적 경미한 증상이 있으면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실을 중증·응급환자에게 양보해달라”는 것이다. 정 단장은 “의료 인력과 병상은 한정된 자원이므로 배려심과 공동체 의식을 발휘할 때 효과적인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정 기자

*급여·비급여 진료
급여는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의료 서비스다. 비급여는 건강보험에서 제외돼 환자 본인이 전액 부담하거나 실손보험이 적용되는 의료 서비스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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