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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산업 수주는 국가대항전 50년 쌓아온 ‘팀코리아’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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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원전 수주 ‘팀코리아’의 김종우 두산에너빌리티 상무
7월 17일 체코 정부는 체코 두코바니와 테믈린 부지에 신규원전을 건설하는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한수원을 중심으로 한전기술,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한전연료, 한전KPS가 함께 꾸린 ‘팀코리아’가 체코 역사상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 수주를 눈 앞에 둔 것이다.
팀코리아의 승리를 이끈 주역 중 한 명, 김종우 두산에너빌리티 상무는 발표 순간 한동안 말을 잊은 채 감격에 빠졌다. 사실 김 상무는 이와 같은 경험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의 바라카 원전을 한국이 수주했을 때도 김 상무는 팀코리아의 일원이었다. 김 상무는 “이번에는 그때와는 또 다르게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바라카 원전은 팀코리아가 수출한 첫 원전이다. 김 상무는 “바라카 원전 수주의 의미를 말하자면 비로소 ‘맛집’으로 인정받은 것과 같았다”고 비유했다. “음식을 잘한다는 칭찬을 받고 가게를 차린 후 처음 찾아온 외지 손님이 바라카 원전인 셈”이라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손님이었고 기대 이상의 성과였기 때문에 2009년에는 그저 기뻤다.
15년이 지나 또다시 이뤄낸 성과에 김 상무는 “우리의 약속을 믿어준 체코 정부와 무엇보다 팀코리아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원전 산업이 시작된 이래 50여 년간 하나로 뭉쳐온 팀코리아의 역사에 경의를 표한 것이다. 김 상무는 “이번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입찰 공고 이후 2년여의 노력으로만 이뤄진 성과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바라카 원전, 그리고 그 이전부터 팀코리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성과의 의미를 24조 원으로 예상되는 사업비 숫자만으로 말할 수는 없다. 2009년에도, 2024년에도 팀코리아로 뛴 김 상무에게서 ‘우리의 승리’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들어봤다.



팀코리아가 체코 신규원전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원전의 안전성, 경제성을 담보하는 기술력은 당연히 갖춰야 하는 것이다. 이번 성과의 가장 큰 원동력은 ‘팀코리아’ 그 자체에 있다고 생각한다.

팀코리아는 어떻게 구성돼 있나?
먼저 전체 입찰과 사업 수행을 총괄하는 한수원이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주요 기자재를 설계·제작해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발전소 설계는 한전기술이 한다. 핵연료 공급은 한전원자력연료가 담당하고 발전소 유지·보수는 한전KPS의 몫이다. 보통 여기까지를 팀코리아라고 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우리 원전 생태계 전체를 팀코리아라고 말하고 싶다.

무슨 의미인가?
이번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서 우리가 가장 강조한 것은 ‘On time, within budget’, 즉 ‘적기에 정해진 예산 내 시공한다’는 것이다. 이 약속을 체코 정부가 왜 믿었을까? 이미 바라카 원전에서 보여준 바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바라카 원전을 약속한 기한 내에 성공적으로 건설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UAE에서 바라카 원전을 건설하는 사람들도 팀코리아에 속하는 셈이다.

체코가 팀코리아를 선택했다는 것은 한국 원전 산업을 선택한 것이라 봐도 되겠다.
그렇다. 원전 사업은 단일 플랜트 공사 중 최대 규모로 기업 간의 경쟁이 아니라 국가대항전 성격이 강하다. 체코가 팀코리아에 원전을 맡겼다는 것은 기술, 가격 같은 어느 한 종목에 점수를 준 게 아니라 한국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았나?
물론이다. 이번에 팀코리아가 제시한 원자로는 APR1000인데 바라카 원전에 도입된 APR1400에서 설비용량을 줄인 것이다. 유럽 내륙에 있는 체코가 냉각수 용량과 필요한 전력량 등을 고려해 1200메가와트(㎿)급 이하 원전 건설을 요구했기 때문에 1000㎿ 규모의 원전을 제시한 것이다.

성능도 더 우수한가?
APR1000에는 자랑할 만한 것이 많다. 안전성이나 효율성도 뛰어나고 국산화에 성공한 디지털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도 기술적인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원자로는 기술 우위가 정해지는 구조물이 아니다. 자동차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쉬운데 내가 A·B·C사의 자동차 중에서 A사의 자동차를 구입했다고 해서 A사의 자동차가 B·C사에 비해 우월하다고 말할 수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예산,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같은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거다.
원전 사업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나는 팀코리아가 승리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우리 원전의 기술력, 품질, 경제성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걱정됐던 부분은 경쟁국이 프랑스라는 점이었다.

체코와 프랑스가 가깝다는 점 때문인가?
체코와 프랑스는 유럽연합(EU)이라는 공동체에 묶여 있다. 대규모 투자를 할 때는 EU 집행위원회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EU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국가가 프랑스다 보니 체코 입장에서 프랑스는 쉬운 선택지였을 것이다. 게다가 원전은 한 번 건설되면 수십 년 운영하며 유지·보수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보니 거리가 가까운 프랑스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코는 팀코리아를 선택했다.

수주 과정에서 보여준 팀코리아의 역량이 지속될 것이라 믿어준 것 아닌가?
맞다. 원전은 ‘백년대계’다. APR1000의 설계수명은 60년이다. 게다가 요즘 많은 원전이 수명을 연장한다. 그만큼 원전을 한 번 건설할 때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 체코가 팀코리아를 선택한 것은 백 년을 내다봐도 한국이 꾸준히 지원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다는 거다. 그리고 그 믿음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원전 산업에서 자연스럽게 비롯된 것이다.
‘On time, within budget’만 하더라도 유럽 여러 곳에서 원전을 건설하고 있는 프랑스의 경우 약속한 기한 내에 건설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핀란드의 올킬루오토 3호기만 하더라도 10년 넘겨 준공했다. 바라카 원전과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팀코리아는 ‘On time, within budget’을 실현할 수 있나?
팀코리아 구성원이 각자의 역할을 잘했고, 서로 협업했기 때문이다. 두산에너빌리티만 하더라도 원전 핵심 기자재의 소재부터 제작까지 제공하는 세계 유일의 제작사로 시공 역량까지 보유하고 있다. 팀코리아에서 가장 강조한 ‘On time, within budget’을 달성하는 데 두산에너빌리티를 중심으로 한 공급망이 큰 역할을 한다.
이를테면 체코에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두산스코다파워라는 회사가 있다. 터빈을 만드는 회사인데 팀코리아는 두산스코다파워를 통해 원자력 터빈을 제작·공급하는 것을 제안했다. 제작 공정을 효율화하는 효과도 있을 뿐더러 체코 입장에서는 원전에 ‘메이드 인 체코’가 새겨지는 것이다.

이런 장점들을 알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민·관이 한마음으로 뛰었다. 한수원은 지역사회 봉사활동에 나섰다. 지역 주민들과 긴밀히 소통한 덕에 원전 건설 예정지인 두코바니 지역협의회에서는 팀코리아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고 들었다. 두산그룹 차원에서도 5월에는 체코에서 ‘두산 파트너십 데이’를 열었는데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직접 참석해 힘을 보태기도 했다. 150여 개 현지 업체가 참여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바라카 원전 수주 때와 비교하면 어땠나?
사실 바라카 원전 수주 과정은 굉장히 빠르게 진행됐다. 체코 원전 입찰 공고는 2022년에 났고 2년이 걸려 결정했다. UAE는 3월에 입찰 요청서를 내서 5월에 입찰하고 12월에 결정됐다. 바라카 때는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였다면 이번에는 긴 호흡으로 체계적이고 유기적으로 준비했다. 무엇보다 당시에는 내가 차장으로 팀의 허리 역할을 했지만 이번에는 지휘하는 입장이었다는 것이 다르다.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
무엇 하나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단계마다 고비를 맞았지만 가장 힘들었던 때는 우리와 EDF, 2파전으로 압축됐을 때다. 프랑스는 50기 넘는 원전을 운영하는 원전 강국이고 체코와의 물리적·심리적 거리가 더 가깝다. 우리가 우수한 기술을 가지고 있고 뛰어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걸 알지만 혹시나 변수가 있지 않을까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팀을 이끄는 입장에서 팀원들에게도 고마운 점이 많을 텐데.
우리 팀원들이 나보다 더 아는 것이 많고 역량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늘 그렇지만 이번에도 팀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밤샘은 물론 주말도 휴가도 없이 일했다. 특히 입찰서를 내기 전 시간이 촉박해 일하다 아침을 맞은 날이 숱하다. 아마 우리뿐 아니라 팀코리아 전원이 그랬을 것이다.

아직 최종 계약이 남았다.
그렇다. 어떻게 보면 이제 본게임에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다. 구체적인 수치와 조건들을 주고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종 계약을 달성하기 전까지 지금처럼 발 벗고 뛸 것이다.

이번 성과가 우리 원전 산업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렇다. 우리 원전 산업은 지금까지 묵묵히 발전해왔다. 원자로를 앞서 개발하고 해외 진출 시장을 넓히면서 말이다. 이번 팀코리아도 2018년 결성되기는 했지만 그 이전부터 국내외에서 협력해온 역사가 있어 길게는 50년 된 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50년의 역사가 쌓아올린 결과물 중 하나가 이번 성과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제3, 제4의 원전 수출이 가능할 것 같냐는 질문에 ‘당연히 가능하다’고 대답하고 싶다. 바라카 원전이 체코 원전에 도움을 줬듯 체코 원전은 다른 원전의 본보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유럽 내의 진출이 조금 더 쉬워졌고 APR1000 같은 중형 원자로의 활약을 지켜볼 다른 국가에 어필이 될 것이다.

김효정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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