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의 합리화에 중점을 둔 ‘2024년 세법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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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5일 정부는 ‘202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을 마련하면서 고민이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재정 여건을 보면 현재는 세수확충이 필요한 시기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세수가 부족해 재정수지를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고령화 등으로 중장기적으로도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사회 여건을 보면 세수확충만을 강조할 수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경제와 자본시장의 효율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 출산율 회복, 성장동력 확보와 같은 구조적 과제, 그리고 조세체계의 합리화와 같은 제도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도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은 사실 당장의 세수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 세법개정안은 재정 여건보다는 경제·사회 여건 쪽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린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세법개정안의 세수 효과를 살펴보자.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으로 2024년 대비 5년에 걸쳐 약 4조 3515억 원의 세수가 감소한다고 추정한다. 이는 순액법 기준으로 중장기적으로 매년 현행 제도와 비교해 이 정도의 세수가 감소한다는 의미다. 즉 이번 세법개정안은 세수가 어느 정도 감소하더라도 앞서 언급한 정책에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세법개정안의 내용을 뜯어보면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 등으로 세입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도 보인다.
상속·증여세 세율체계 개편, 25년 만의 세제 합리화를 위한 변화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상속·증여세의 세율체계와 공제제도를 개편하는 안이다. 정부안이 그대로 확정되면 최고세율이 50%에서 40%로 인하되고, 최저세율 구간이 1억 원 이하에서 2억 원 이하로 확대되며, 상속세의 자녀공제가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확대된다. 그리고 이러한 상속·증여세제의 개편이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인한 세수 감소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상속·증여세의 세율체계는 2000년 이후 25년간 한 번도 변하지 않았고 공제금액 또한 적절히 인상되지 않아 그간의 물가와 자산가격 상승을 잘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또한 상속·증여세의 최고세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도 있다. 정부가 이러한 점을 받아들여 상속·증여세제의 합리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세율체계의 변화 폭이 크진 않은데, 이는 어려운 세입 여건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상속세의 자녀공제를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대폭 확대하는 안은 꽤 파격적으로 느껴진다. 다자녀 가구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기에는 증여세 자녀공제는 그대로 둔 채 상속세 자녀공제만 인상한 것이 쉽게 이해되지는 않는다. 추측하건대, 이는 현재 과세체계가 유산세 체계인 상속세에서 유산취득세 체계와 유사한 효과를 얻기 위한 개정일 수도 있겠다. 다만 상속세의 과세체계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하자는 취지 중에는 상속세와 증여세 간의 차이를 축소하여 세대 간 자산이전의 의사결정에 왜곡을 줄이자는 것도 있다. 현재도 대체로는 증여세보다 상속세의 공제제도가 유리해 증여보다는 상속의 세 부담이 적은데, 이번 개정안이 반영되면 이러한 차이는 더욱 커질 것이다. 또한 상속세의 일괄공제가 5억 원인 상황에서 자녀 1인당 5억 원을 공제하는 것이 적정한가는 재고할 여지가 있다. 상속세의 자녀공제만 대폭 확대하기보다는 기초공제와 일괄공제를 포함하여 상속·증여세의 공제제도를 전반적으로 조화롭게 확대하는 대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주주환원 촉진세제, 자본시장에 긍정적 영향 미칠 수 있을 것
올해 상반기에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있었고, 관련 내용이 이번 세법개정안에 담겼다. 주주환원 촉진세제가 2026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안이 포함되었는데, 특히 배당소득 분리과세로 배당소득에 대한 세 부담을 낮추는 안이 눈에 띈다. 우리나라 기업의 배당성향이 낮은 이유 중의 하나로 배당소득세 부담이 자본이득세 부담보다 너무 높다는 점이 꼽힌다. 이번 개정안이 전체 배당소득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시적으로 시행하여 주주환원에 대한 효과를 살펴보고 추후 제도를 보완해 나간다면 자본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소득세의 존폐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 가운데 정부는 이를 폐지하는 안을 담았다. 이를 폐지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금융투자소득세가 자본시장에 몰고 올 충격의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융투자소득세는 현재의 금융세제보다 손익통산이나 손실이월공제 등에서 유리하고 금융상품 간의 형평성과 중립성을 개선하여 오히려 자본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기보다는 우려하는 점이 있다면 그러한 점을 개선·보완하여 시행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저출생 문제 대응 위해 조세제도를 가족친화적으로 개선할 필요
심각한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결혼·출산·양육을 지원하는 개정안도 포함되었다. 결혼세액공제 신설, 기업의 출산장려금 비과세, 자녀세액공제 확대 등이 그것이다. 이와 함께 근로장려세제의 소득 요건을 단독가구의 2배인 4400만 원으로 확대하는 안은 혼인에 대한 불이익을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혼인에 대한 1세대 1주택 특례 적용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는 개정안 또한 혼인에 대한 불이익을 줄이기 위한 안이다. 물론 이러한 제도변화가 출산율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지 못할 수는 있다. 그러나 초저출생으로 결혼·출산·양육에 대한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조세제도가 최소한 혼인에 불이익을 주지 않고 더 나아가 가족친화적으로 설계되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도 있다. 경제의 역동성과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있어 투자와 고용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정부는 기업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통합투자세액공제의 증가분 공제율을 3~4%에서 10%로 인상하고, 기업의 성장사다리를 구축하기 위해 중소기업의 유예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며, 중소기업 유예기간 이후에도 R&D와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점진적으로 인하하는 안을 제시하였다. 고용을 지원하는 정책으로는 통합고용세액공제를 개편하는데, 기존의 상시근로자 중심의 지원에서 계속고용과 탄력고용으로 구분하여 고용의 질적인 측면을 고려하는 점이 이번 개정안의 특징이다. 노동시장의 양적인 지표가 개선되는 상황이기에 고용의 질적인 측면에 중점을 둔 것은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가 내놓은 올해의 세법개정안은 대체로 세제의 합리화에 중점을 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상속·증여세제의 개편이 그렇고, 배당소득세와 자본이득세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이러한 측면에서 평가할 수 있다. 저출생에 대응하고 투자와 고용을 지원하는 개편안 또한 변화하는 환경 속에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어려운 세입 여건으로 개정이나 세제 지원 폭이 크지 않은 부분도 있고 논의가 더 필요한 부분도 있다. 올해 연말까지 각계각층의 건설적인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세제를 기반으로 정부가 목표한 역동적인 성장과 민생안정을 지원하는 세법개정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용어설명> 유산세와 유산취득세
유산세는 현재 우리나라가 택하고 있는 상속세 과세 방식으로, 피상속인이 남긴 전체 유산 총액을 기준으로 상속인들이 연대납세의무를 지는 것을 말한다.
반면, 유산취득세는 재산을 물려받는 상속인이 받게 되는 금액을 과표로 해서 상속세를 매기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A씨가 사망하면서 30억 원의 재산을 남겼다고 가정해 보자. A씨에게는 자녀가 3명 있었는데, 이들에게 모두 10억 원씩 재산이 분할 상속됐다.
이런 경우 다른 공제제도가 없다면 현행 세율체계에서 유산세 방식은 30억 원을 과세표준으로 보고 40%의 세율을 적용하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에서는 각 자녀가 받는 10억 원이 과세표준이 돼 30%의 세율을 적용한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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