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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관심 없는 감자에서 오히려 사업기회 봤다 감자테마파크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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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강릉역에서 차로 3분 거리에 자리한 ‘감자유원지’는 오전 11시 개점을 앞두고 방문객들의 대기 행렬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여행객들이 채 여장을 풀기도 전에 이곳을 찾는 이유는 뭘까? 정답은 ‘메밀 김밥 필 무렵’, ‘감자 솥밥’, ‘감자눈 카레우동’ 등 독특한 메뉴에 있었다. 강릉의 대표적인 식재료를 새롭게 해석한 일종의 퓨전음식이다.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색다른 ‘강릉의 맛’으로 감자유원지는 젊은 여행객들 사이에서 필수 방문코스로 자리매김했다. 2022년 문을 연 뒤 매년 6만여 명이 이곳을 찾는다. 감자 맥주, 꽃돼지(감자) 블렌딩 티, 감자비누 등 1층 카페와 지하 1층 기념품숍에도 먹거리와 볼거리가 넘친다. ‘유원지’라는 이름대로 감자를 즐길 수 있는 각종 아이디어가 집약돼 있다.

‘강릉 핫플레이스’를 만든 주인공은 더루트컴퍼니 김지우 대표다. 대학에 가기 전까지 강릉에서 나고 자란 김 대표는 서울에서 여러 차례 창업을 경험한 뒤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감자’였다. “감자는 강원도를 대표하는 작물이지만 누구도 감자로 비즈니스를 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게 그가 털어놓은 창업의 이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서 오히려 사업 기회를 봤다.

김 대표식 ‘감자 비즈니스’의 영역은 음식점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감자를 직접 육종하는 것부터 이를 유통하고 가공식품을 개발하는 것까지 폭넓다. 그는 이를 ‘감자 밸류체인 매니지먼트’라고 칭했다. 이 과정에서 농가에 고품질 감자 재배기술을 보급하고 상품성이 떨어져 버려지는 ‘못난이감자’로 감자칩을 개발하는 등 지역과 상생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까지 구축했다. 올해로 창업 4년 차, 2023년 매출 5억 원을 기록할 만큼 성장세도 가파르다. 더루트컴퍼니는 이 같은 사업경쟁력을 인정받아 2023년 중소벤처기업부의 ‘강한소상공인 성장지원 사업’ 피칭대회에서 로컬브랜드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강원 강릉시 임당동 ‘감자유원지’에서 만난 더루트컴퍼니 김지우 대표. 농가에 고품질 감자 재배기술을 컨설팅하고 못난이감자로 감자칩을 개발하는 등 ‘감자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다. ‘감자를 강릉의 대표 콘텐츠로 만드는 것’이 꿈이다. 사진 C영상미디어강원 강릉시 임당동 ‘감자유원지’에서 만난 더루트컴퍼니 김지우 대표. 농가에 고품질 감자 재배기술을 컨설팅하고 못난이감자로 감자칩을 개발하는 등 ‘감자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다. ‘감자를 강릉의 대표 콘텐츠로 만드는 것’이 꿈이다. 사진 C영상미디어

김 대표를 만난 것은 정부가 7월 3일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한 직후다. 이번 대책에는 소상공인을 ‘기업가형 소상공인’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 방안도 포함됐다. 갈수록 생계형 창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자생력을 갖춘 소상공인을 정부가 나서 적극 키워내겠다는 뜻이다. 그 모범사례로 평가받는 더루트컴퍼니의 목표는 강릉에 ‘감자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것. 고향을 배경으로 감자 비즈니스 지도를 그리고 있는 김 대표에게 소상공인 창업의 성공 과정을 들었다.

고향으로 돌아와 창업했다.

서울에 살다 보니 자연 가까이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고향으로 돌아왔다. 다만 지방은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 강릉에 살기 위해 창업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곳은 인구 20만 명의 작은 도시지만 방문객 숫자는 전국 2~3위를 다툴 만큼 많다. 관광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으니 충분히 사업 기회가 있다고 봤다.

창업 아이템으로 ‘감자’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감자는 강원도의 대표 작물이지만 활용도는 30년 전과 다를 게 없었다. 다른 작물에 비해 시장이 크지 않은 탓에 다양한 품종이 개발되지 않아 수익성이 낮은 것이 문제다. 이 때문에 기계화 연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농가에선 ‘20년이 지나도 감자 스마트팜은 안 생길 것’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더욱이 강릉 감자는 여름에 수확하기 때문에 농사짓기가 더 힘들다. 갈수록 감자 농가가 줄어들 거란 생각에 감자를 ‘강원도 대표 콘텐츠’로 제대로 개발해봐야겠다 싶었다.

농사 경험이 없는데 감자 육종부터 시작했다.

감자로 비즈니스를 하려면 감자를 제대로 알아야 하지 않겠나. 창업 후 처음 1년간은 전국 감자농가만 찾아다녔다. 농민들은 종자에 관한 잘못된 정보로 바이러스 피해를 겪고 기술이 아닌 경험에 기반한 재배로 생산량 감소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공동 창업자인 권태연 이사의 아버지인 국내 최초의 씨감자 명인 권혁기 왕산종묘 대표와 파트너십을 맺고 씨감자 보급부터 했다. 농사 한 번 안 지어본 젊은이가 뭘 가르쳐주겠다는데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됐겠나. 하지만 끊임없이 설득했다. 국내 토양에 적합한 단오, 왕산, 백작 등 우수한 씨감자 재배기술을 농가에 컨설팅해주고 생산된 감자를 계약재배 형식으로 받았다. 불안정한 판매로 인한 농가의 유통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받은 감자로는 뭘 했나?

처음엔 유통만 했다. 그런데 유통 측면에서 감자는 큰 매력이 없었다. 우리나라는 감자를 먹는 방식이 다양하지 않은 탓에 좋은 육종을 재배한다고 해도 특별히 찾는 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부가가치를 창출해야만 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감자유원지’다. 강릉은 초당 순두부, 장칼국수, 감자옹심이 등 유명한 향토음식이 많지만 오랜 시간 변화가 없었다. 감자유원지에서는 품질 좋은 감자로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요리를 개발해 제공한다. 강릉 여행객에게 색다른 식경험을 주고 싶다.

못난이감자로 만는 ‘포파칩’도 2022년 ‘대한민국 관광 공모전’ 기념품부문 국무총리상을 받을 만큼 주목받았다. 버려지는 감자로 감자칩을 만들 생각은 어떻게 했나?

상품성이 없어 버려지는 감자가 글로벌 기준으로 한 해 생산량의 33%나 된다. 이를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생각한 끝에 만든 게 ‘포파칩’이다. 왕산 씨감자를 업사이클링(새 활용)했다. 감자유원지와 평창 삼양목장, 속초 칠성조선소 등 강원도 대표 관광지 몇 곳에서만 판매한다. 강원도 여행객에겐 특별한 기념품이다. 사실 ‘포파칩’도 대도시 편의점에 놓여 있다면 무슨 매력이 있겠나? 소상공인의 열악한 유통망을 ‘강원도에 와야만 먹을 수 있는’ 로컬브랜드의 매력으로 역이용한 셈이다.

‘감자유원지’는 감자를 활용한 퓨전음식을 선보이며 강릉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감자맥주, 감자비누 등 감자를 활용한 각종 아이디어 상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진 C영상미디어‘감자유원지’는 감자를 활용한 퓨전음식을 선보이며 강릉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감자맥주, 감자비누 등 감자를 활용한 각종 아이디어 상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진 C영상미디어

감자 육종 및 컨설팅, 유통, 가공식품 개발, 음식점업까지 사업 영역이 무척 넓다. 소상공인으로서 사업을 확장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사업적으로 보면 한 분야에만 집중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차별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감자로 할 수 있는 모든 사업을 아우르는 ‘감자 밸류체인’을 모토로 한 이유다. 당연히 모든 사업 영역에서 최고가 되긴 힘들다. 그래서 해결책으로 삼은 것이 씨감자 육종을 비롯해 분야별로 지역 파트너와 협력한 거다. 감자유원지는 식음료(F&B) 크리에이티브그룹 피키차일드컴퍼니와 함께 기획했고 최근 개발한 ‘강릉감자칩’은 감자 가공 분야에서 30년 이상 경력을 지닌 시니어 전문가와 손잡고 만들었다. 현재는 가수 박재범이 만들어 화제가 된 ‘원소주’를 위탁생산한 원주의 모월양조장과 협력해 감자 증류주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중기부의 ‘강한소상공인 성장지원 사업’에서 강조하는 것도 창작자, 스타트업 등과의 ‘파트너십’이다.

소상공인은 지역과의 상생이 필수다. 로컬브랜드의 경우 더욱 그렇다. 농가에서 좋은 감자를 많이 생산해야 우리가 사업을 잘할 수 있고 우리가 잘돼야 농가도 더 많은 감자를 유통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지난해 피칭대회에서 우승한 것 역시 지역 농가, 지역 전문가 등과 협력한 점이 크게 작용한 덕이다.

이 사업을 통해선 어떤 도움을 받았나?

이전까지 소상공인 지원은 대출, 이자면제 등 손실을 보전해주는 자금지원 중심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소상공인의 현실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지방소멸 문제까지 맞물리면서 이제는 소상공인을 기업가로 육성하는 식으로 지원이 고도화되는 추세다. 강한소상공인 성장지원 사업도 그중 하나다. 특히 도움이 된 건 2박 3일간 열린 브랜딩 스쿨을 통해 다른 소상공인과 네트워크를 맺은 것이다. 모월양조장을 만난 것도 이 사업을 통해서다. 다른 사업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돈으로도 못 사는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쌓았다.

소상공인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뭔가? 어떤 지원이 더 필요할까?

소상공인 창업은 식당, 카페 같은 공간창업이 많기 때문에 공통적으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인력 채용이다. 최저시급이 오른 탓도 있지만 소상공인 사업장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부족한 이유도 있다. 결국 ‘기계화’에서 답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키오스크나 서빙로봇 도입에 관한 지원이 더 있으면 좋겠다. 지금도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창업 초기부터 지원돼야 소상공인의 자금 부담을 더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창업을 준비 중인 이들이나 경영애로를 겪고 있는 소상공인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가장 중요한 건 창업 분야에서 미리 경험을 쌓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소상공인 창업이 많은 만큼 이에 관한 데이터도 많다. 가령 음식점 창업을 한다면 곳곳에 있는 식당이 모두 데이터인 셈이다. 직접 방문해보는 건 물론이고 식당에서 최소 몇 개월은 일을 해봐야 한다. 또 내가 생각하는 가치가 소비자 입장에서도 진짜 가치인지 생각해보면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닌 고객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답이 있다.

강릉에 ‘감자 테마파크’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감자와 관련한 재미있는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갈 생각이다. 농촌에 감자농업을 직접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구축하고 그 옆에 감자박물관까지 세우는 게 꿈이다. 가령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는 포도 산지에서 와인을 생산하고 와인 체험 투어까지 제공하면서 하나의 산업을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개 작물 재배는 농촌에서 하고 가공은 도시에서 하는 식이지 않나. 이것을 모두 농촌에서 가능케 하는 더 확장된 감자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싶다. 농촌과 지역, 소상공인이 모두 함께 잘살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조윤 기자


◆ 강한소상공인 성장지원 사업
기업가형 소상공인으로 성장하게!
9월 파이널 피칭대회 개최… 최대 1억 원 지원

중소벤처기업부는 6월 ‘강한소상공인 성장지원 사업’ 1차 오디션을 통해 210개 팀을 선발했다. 이 사업은 소상공인이 창작자·스타트업·다른 업종 소상공인 등 파트너 기업과 협업을 통해 소상공인만의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기업가형 소상공인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지원 유형은 ▲라이프스타일 ▲로컬브랜드 ▲백년가게 및 소공인 ▲온라인 셀러 ▲글로벌(수출 및 해외입점) 등으로 나뉜다.
중기부는 총 530개 팀 중 지난 1차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소상공인 210개 팀에 사업화자금을 최대 6000만 원까지 지원한다. 이어 ‘강한소상공인 파이널 피칭대회’를 9월 10일부터 13일까지 4일간 개최하고 추가로 최대 4000만 원을 더 지원한다. 이밖에도 투자 유치, 멘토링, 교육, 선배기업 방문, 전시회 등을 통해 소상공인이 소기업으로 성장해나가도록 지속적으로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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