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여년 전 ‘신숙주 초상’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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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승격된 문화재들
‘10년의 노예 생활을 벗어나 오늘에 다시 독립대한의 국민이 됐도다. 이제 이승만 박사가 대통령으로 선거되고 국무총리 이동휘 씨 이하 평소 우리 국민이 숭앙하던 지도자로 통일내각이 성립되도다. 우리 국민은 다시 이민족의 노예가 아니요 또한 다시 부패한 전제정부의 노예도 아니요 독립한 민주국의 자유민이라. 우리 환희를 무엇으로 표하랴. 삼천리 대한강산에 태극기를 날리고 이천만 민중의 소리를 합하여 만세를 부르리라. 오직 신성한 국토가 아직 적의 점령 하에 있나니 이천만 자유민아 일어나 자유의 전쟁을 벌일지어다.’
광복절 의미 더하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성립 축하문과 선언서’
‘대한민국임시정부 성립 축하문과 선언서’에 담긴 일부 내용을 번역한 글이다. 1919년 3·1만세운동(이하 ‘3·1운동’) 이후 4월에 수립된 상하이의 임시정부가 같은 해 9월 국내의 ‘한성정부’, 연해주의 ‘대한국민의회’와 통합됐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성립 축하문과 선언서’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출범을 기념하고 제2차 독립시위운동을 촉구하고자 대한민족대표 30인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활판 인쇄 전단지다. 당시 다이쇼 일왕의 생일인 10월 31일에 맞춰 해당 문서들을 발표함으로써 3·1운동과 같은 전국적 시위운동을 다시 한 번 전개해 일제에 저항하고자 했으며 그 결과 국내 곳곳에서 대규모 만세시위가 일어나는 등 초기 임시정부 독립운동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7월 17일 국가유산청이 ‘대한민국임시정부 성립 축하문과 선언서’를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 예고했다. 30일 간의 예고기간을 거쳐 8월 16일 최종 등록될 예정이다. 광복절을 기점으로 의미 있는 국가등록문화유산이 또 하나 추가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그동안 ‘대한민국임시정부 성립 축하문과 선언서’는 문헌을 통해서만 그 존재가 알려져 있었다. 그러던 중 1967년 고 김양선 교수가 숭실대학교에 기증하면서 유일한 실물 전단 형식의 문건이 알려졌다. 이 문서들은 3·1운동 이후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수립과 당시의 독립운동 전개 양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라는 점에서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보존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됐다.
이와 함께 국가유산청은 전남 여수 거문도 일대 근대역사문화공간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했다. 근대역사문화공간은 근대 시기에 형성된 거리와 마을, 경관 등 역사문화자원이 집적된 지역을 말한다.
이곳은 거문도사건 등 근대기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발생했던 지역이다. 1885년 영국이 러시아의 조선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 거문도를 불법 점령한 일명 ‘거문도 사건’이 일어난 곳이다. 국가유산청은 영국군 묘지를 비롯해 다양한 생활사를 볼 수 있는 근대건축물이 곳곳에 분포돼 있어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보존·활용할 가치가 높다고 봤다.
여수 거문도 근대역사문화공간에는 해방 이후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됐던 초기의 지방의회 모습을 볼 수 있는 ‘여수 거문도 구 삼산면 의사당’과 19세기 말 이후 동아시아 지역의 근대산업유산이자 상하이와 거문도를 연결하는 ‘여수 거문도 해저통신시설’ 등 특징적인 근대유산들이 포함돼 있다. 국가유산청은 앞으로 여수 거문도 근대역사문화공간을 해당 지방자치단체 및 소유자(관리자)와 협력해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하는 등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해나갈 계획이다.
가장 오래된 공신초상 ‘신숙주 초상’ 국보 지정
국가유산청은 우리 문화유산의 숨겨진 가치를 재조명하고 보다 합리적인 지정제도가 정착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7월 3일 현존 공신초상화(나라에 공로가 있는 신하를 책봉할 때 그려서 하사하는 그림) 중 가장 오래된 ‘신숙주 초상’을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로, ‘권상하 초상’·‘유설경학대장’·‘영광 불갑사 목조지장보살삼존상·시왕상 일괄 및 복장유물’·‘해남 은적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 등 4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신숙주 초상’은 1977년 보물로 지정됐다가 이번에 국보로 지정 예고됐다. 조선 전기 정치와 학문에서 뚜렷한 자취를 남긴 신숙주(1417~1475)의 초상화로, 청주의 구봉영당(九峯影堂)에 봉안돼 전해오고 있는 작품이다. 백한(꿩과에 속하는 조류의 일종) 흉배의 녹색 관복을 입고 허리에는 삽은대(조선시대 관원이 관복을 입을 때 착용한 허리띠)를 두르고 있는데 이는 문관 3품에 해당하는 복식이다. 이 초상화는 1455년(세조 1년) 좌익공신이 됐을 때 그 포상으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얼굴은 코를 경계로 좌측이 좀 더 짙게 보이도록 음영처리를 했으며 눈두덩과 팔자주름 부분, 뺨에도 선염(화면에 물을 먼저 칠하고 마르기 전 수묵이나 채색을 올려 은은한 표현 효과를 내는 기법)처리를 했다. 수염은 올이 많지 않은 검은색으로 30대의 젊은 모습을 보여준다.
‘신숙주 초상’은 조선 전기 공신초상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제작 당시의 원형을 비교적 충실하게 보존하고 있어 미술사적으로 가치가 높으며 조선 전기 신숙주라는 인물을 묘사한 점에서도 역사적으로 높은 가치가 있다.
조선시대 전적 및 불상 등 4건 보물 지정
이밖에 ‘권상하 초상’, ‘유설경학대장’, ‘영광 불갑사 목조지장보살삼존상·시왕상 일괄 및 복장유물’, ‘해남 은적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 등 4건은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의림지 역사박물관이 소장한 ‘권상하 초상’은 송시열(1607∼1689) 학문의 정통 계승자로 평가되는 권상하(1641~1721)의 초상화다. 제천의 황강영당(黃江影堂)에 300년 넘게 봉안돼온 내력이 분명한 작품으로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 화면 상단에는 ‘한수옹(권상하) 79세 진영(寒水翁七十九歲眞)’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를 통해 초상화의 주인공이 권상하이며 그가 79세 때 모습을 그린 것임을 알 수 있다. 화면 오른쪽 중간에는 ‘기해사월일 화사김진여모(己亥四月日 畵師金振汝摹)’라고 쓰여 있어 숙종의 어진(임금의 초상)을 그리는 화사로 참여했던 화원 김진여(1675~1760)가 1719년(숙종 45년)에 제작했음이 명확히 확인된다. 김진여는 이 작품에서 전통적인 초상화법과 달리 부드러운 필선과 선염에 의존하는 화법으로 안면의 볼록한 부분을 밝게 처리해 인물의 입체감을 강조하고 사실성을 배가시켰다.
같이 보물로 지정 예고된 성균관대학교 존경각 소장의 ‘유설경학대장’은 경학의 내용을 종목별로 기록한 유학서로 과거시험에 출제될 148항목의 내용을 요점 정리한 책이다.
조선 초기의 금속활자인 ‘경자자(庚子字)’ 가운데 가장 작은 크기의 ‘소자(小字)’로 인출된 판본이다. 경자자는 1420년(세종 2년) 주자소(조선 시대에 금속활자 등을 만들고 인쇄를 담당하던 기관)에서 동(구리)으로 만들어진 활자로 조선 초기의 인쇄사 및 서지학 연구를 위한 중요한 자료다.
‘영광 불갑사 목조지장보살삼존상·시왕상 일괄 및 복장유물’은 수조각승 무염, 정현, 해심 등의 조각승들이 1654년(조선 효종 5년) 완성해 불갑사 명부전에 봉안한 것이다. 발원문을 통해 지장보살, 무독귀왕, 도명존자, 시왕상 등 모두 27구의 존상이 제작됐음이 확인되는데 제작 당시의 완전한 형태 그대로 전해져 조선 후기 불교 신앙과 조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적 가치를 지닌다.
‘해남 은적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은 둥글고 양감 있는 얼굴, 사실적인 인체 비례, 추켜세운 오른손 검지를 왼손으로 감싸 쥔 지권인의 양식 등 신라 9세기대의 양식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 작품으로 평가되며 귀 등 일부 세부표현에서 고려 초기적 요소도 관찰된다. 특히 얼굴 표정에 종교적 숭고미가 잘 표현돼 있는 등 예술적 완성도가 높다. 이 불상은 금동불에서 철불로 전환되는 시점에 제작된 비교적 이른 시기의 철불상으로 판단되므로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임언영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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