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을 일상으로” 71년생 엄마와 96년생 딸이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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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의 재발견 ‘71to96’ 유현화·김예린
“전통 한복을 만드는 어머니 덕에 어릴 때부터 한복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평소엔 물론 여행 갈 때도 한복을 입고 다녔죠. 그런데 정작 제가 불편한 거예요. 한복은 기본적으로 ‘여미는 옷’이거든요. 그래서 말씀드렸죠. 여미지 않고, 조이지 않고, 여러 옷을 겹쳐 입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한복을 만들자고요. 또 특별한 날 한 번 입고 마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도 언제든 눈치 보지 않고 입을 수 있는 세련되고 트렌디한 옷 말이에요.”
자켓인 듯, 옷고름인 듯, 프린지(술) 장식인 듯 경계가 모호한 요소들이 개성 있게 조화를 이룬 검은색 상의를 차려입은 스물일곱 살의 김예린 대표.
생명공학을 전공했다는 그는 전통 한복 디자이너인 어머니 유현화 씨 옆에서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유현화 디자이너는 “현대인들의 사고와 생활양식은 계속해서 변하는데 한복은 늘 제자리에 있다. 딸의 말처럼 일상에서 언제든 꺼내 입을 수 있는 한복을 만들면 한복이 다시 사랑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김 대표의 말에 덧붙였다. 그렇게 트렌드를 읽을 줄 아는 비전공자와 20년 넘게 한 우물을 판 전통 한복 디자이너의 손끝에서 현대식 한복 브랜드 ‘71to96(칠하나 투 구육)’이 탄생했다. 숫자의 의미는 각각 모녀의 생년을 뜻한다. 세대를 막론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옷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트레이닝복에 ‘양단’ 덧대
2022년 공식적으로 론칭(사업 개시)한 71to96은 ‘스웨트 셋업’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최근 유행하는 오버핏(자신에게 딱 맞는 크기보다 한 치수 이상 크게 입는 옷) 트레이닝 스웨트셔츠와 바지에 전통무늬가 새겨진 양단을 카라와 바지 옆 선, 등판에 덧댄 것이 특징이다.
김 대표는 “전통 원단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나비, 부를 상징하는 박쥐 등 각각의 의미를 지닌 다양한 문양이 새겨진 것이 가장 큰 차이”라면서 “우리 원단의 매력을 우리 세대도 알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 디자이너가 입고 나온 스웨트셔츠는 멀리서 보면 평범한 트레이닝복 같았는데 가까이에서 보니 움직일 때마다 은은하게 반짝이는 한복 원단 특유의 매력이 빛을 발했다. 현대적 디자인에 전통 원단을 섞은, 좀처럼 보기 힘든 50대 여성의 패션은 그야말로 ‘힙’했다.
김 대표는 ‘이런 한복이면 매일 입지’ ‘운동할 때도 입을 수 있는 한복’이라는 반응이 가장 뿌듯했다고 했다. 실제로 그가 일상적인 한복을 고안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이 ‘한복인 듯 아닌 듯’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자주 입고 빨 수 있게 물빨래도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김 대표는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K-팝 스타를 통해 한복을 접한 외국인들이 “한복 아닌 것 같은데 한복이네?”라며 관심을 보인다며 뿌듯해했다.
‘한복인 듯 아닌 듯’
무엇보다 71to96의 스웨트 셋업은 전통 한복의 형태적 원형을 과감히 탈피했다는 측면에서 가히 파격적이다. 하지만 ‘한복이 아닌 듯하게 만든다’는 목표는 자칫 전통의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는 위험도 있지 않을까? 이러한 물음에 유 디자이너는 “한복이 단순히 특정한 모양으로 규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딸이 처음에 트레이닝복과 한복을 접목하자고 했을 땐 저도 거부감이 있었어요.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트렌드를 못따라갔던 거죠. 하지만 이젠 문화의 주체가 변화한 만큼 맘껏 도전해보자는 생각이에요. 기존 한복의 모양을 고수해야만 한복인 것도 아니고 그걸 벗어난다고 해서 한복이 아닌 것도 아니니까요. 예를 들어 전통의 형태적 요소를 탈피했을 경우엔 원단이나 고름 같은 디테일을 더하는 식으로도 얼마든지 전통적인 요소를 표현할 수 있죠.”
71to96는 스웨트 셋업 외에도 오피스룩으로 입을 수 있는 재킷과 바지 등을 제작하고 있다. 새해엔 가방 제품도 새로 선보였다. 한복 원단으로 만든 작은 주머니 형태의 백팩이다. 김 대표는 이 가방에 ‘조선의 백팩, K-봇짐’이라는 재밌는 이름을 붙였다.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소비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계속 선보이는 게 목표라고, 20대의 젊은 대표는 즐거이 말했다.
“우리 조상들은 물건을 돌돌 말아 등에 지고 다녔잖아요. 그래서 저는 백팩이 우리가 원조가 아닌가 생각해왔어요.(웃음) 한복을 입기 어려운 사람들은 이 같은 소품으로 전통을 즐겨보면 어떨까요? 전통문양을 새긴 컵, ‘얼쑤’ ‘좋다’와 같은 우리 고유의 추임새를 활용한 글씨체 등도 개발해보려 해요.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우리 전통을 즐겁게 소비하는 경험을 하도록 돕고 싶습니다.”
조윤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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