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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은 낮추고 더 특별하게! 전통이 달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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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다과 취향을 찾아 정연경 연경당 대표
서울 삼청동 골목길 끝자락에 전통 다과점 연경당이 있다. ‘경사가 널리 퍼지는 곳’이란 의미의 연경당을 방문한 이들은 예스러움과 아기자기함을 간직한 이곳 분위기에 녹아든다. 방문객 앞에는 이름이 쓰인 계절 다과상이 놓이는데 마음에 드는 찻잔과 접시도 직접 고를 수 있다. 정성스레 나만의 다과상을 완성했다는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연경당의 메뉴는 계절을 입는다. 봄 다과상에는 꽃매작과, 밤곶감말이, 금귤진정과, 사과비트홍차, 여름 다과상에는 복숭아빙수, 원소병, 오미자과편, 녹차쌀강정, 가을 다과상에는 단호박조림, 홍옥단자, 도라지편정과, 오미자대추차 등이 오른다. 겨울철인 요즘은 유자단지, 귤정과, 흑임자타락죽, 유자루이보스차 등이 정갈하게 상을 채운다. 사계절을 관통하는 공통점이 있다면 전통 방식과 현대의 입맛이 결합된 맞춤형 메뉴라는 점이다. 각각의 메뉴에는 사계절에 어울리는 제철 과일과 채소가 활용된다. 다만 올해의 겨울상 메뉴가 지난 겨울상과 같다고 보장할 순 없다. 작황이 좋은 재료를 활용해 다과상의 품질을 높이려는 주인장 정연경 대표의 시도가 더해져서다.


정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역시 맛이다. 음식의 본질인 맛이 우선하지 않으면 아무리 예쁘고 몸에 좋은 음식도 찾지 않기 때문이다. 전통을 앞세우지도 않는다. 맛이 좋으면 자연스럽게 음식 소재인 전통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고 믿는다. 다만 메뉴 각각의 맛이 한상에 어우러질 때 시너지를 이루는 데 집중한다.


“맛을 위해 균형을 생각하는 편이에요. 짭짤한 게 있으면 달달한 맛이 있어야 하고 고소한 강정이 있으면 유자로 상큼한 게 따라야 하죠. 유자단지나 약과가 차가우니 곶감을 기름에 지지고 따뜻한 죽으로 대비감을 주면서 전체적으로 부족함을 느끼지 않길 바라요.”


한상차림에 맛과 조리법의 균형뿐만 아니라 전통과 현대도 공존한다. 대표 메뉴는 흑임자 타락죽이다. 정 대표는 타락죽 본래 의미대로, 즉 우유로 죽을 만든다면 오히려 선호도가 낮을까 우려했다. 그래서 타락죽에 흑임자를 넣어 우유의 비릿함을 잡고 치즈를 녹여 구운 한국식 튀일(프랑스식 과자)에 검은깨를 넣었다. 젊은 세대에게 치즈가 흔한 맛이라면 오히려 타락죽은 낯선 맛에 가깝다고 생각해서다.


전통 재료에 가까운 호두 대신 피칸으로 강정을 만든 것도 흥미롭다. 피칸에 달콤한 시럽을 입혀 바삭하게 튀긴 견과류 강정은 현대 재료에 전통 방식을 더해 세대를 아우르는 맛을 내게 됐다. 동서양이 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전통 방식으로 차린 다과는 감출 수 없는 풍미를 더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다과는 건조 방식을 많이 사용해요. 같은 유자여도 외국에서 유자 마멀레이드(잼)를 만들면 색이 변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유자를 건조해 색을 살려요. 말리는 방식을 사용하니 색도 살고 구울 때 날아가는 영양소도 지킬 수 있어요. 우리나라는 조상님의 지혜를 활용한 거죠.”

전통의 문턱 낮춰 10~30대도 즐길 수 있게
정 대표가 처음부터 전통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빵을 좋아해 제과·제빵을 배웠지만 주방에서 마주한 빵은 생각과 달랐다. 설탕, 기름, 버터 등의 함유량이 엄청났던 것. 먹을 때는 몰랐던 사실을 마주하자 직접 만든 빵을 주변에 권하기조차 망설여졌다. 가족에게도 부담 없이 나눠줄 수 있는 메뉴를 찾다 전통주에 입문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통 다과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전통 다과는 주안상에 오를 수도, 디저트로 활용할 수도 있는 매력이 있었다. 우리 고유문화를 즐기면서도 건강도 돌볼 수 있는 돌파구였다. 다만 대상을 10~30대로 겨냥하기로 했다.


“전통의 문턱을 낮추면 어떨까 싶었어요.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전통을 어렵게 여기거나 꺼리기보다 알고 싶지만 접할 기회가 없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젊은 세대가 남들과 다른 걸 좋아하잖아요. 요즘은 전통이 소수화되면서 더 특별하게 느낀 것 같기도 해요.”


그의 생각은 통했다. 연경당 오프라인 매장은 금·토·일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방문자 대부분이 20~30대다. 이들은 친구끼리 혹은 부모, 외국인 친구와 함께 연경당을 찾는다. 반면 월·화·수·목 운영하는 원데이 클래스(one-day class: 하루 동안 한시적으로 개설되는 수업)의 연령대는 다르다. 취미 삼아 전통 다과를 배우거나 제2의 삶을 위한 배움으로 오는 중년층부터 옛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방문하는 중장년층도 있다.


연경당의 목표는 전통 다과의 대중성을 높이는 것이다. 정 대표는 “전통 다과에 친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가 유과, 약과 외에도 맛있는 전통 간식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연경당에서 다양한 종류의 전통 다과를 경험하고 취향을 파악하며 꾸준히 찾길 소망하는 마음이 담겼다. 그 옛날 연희가 열리던 창덕궁 연경당처럼 삼청동 연경당에서 좋은 기운이 널리 퍼지고 있다.

선수현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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