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의 인기스타 문화해설사 역할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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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공무원 ‘큐아이’ 만나보니
“우와~ 귀여워!”
국회박물관에 아이들의 관심을 끄는게 있다. 똘망똘망 큼직한 눈을 깜빡이며 청소년 정도의 키를 가진 로봇문화해설사 ‘큐아이’다. 몸통에는 큰 화면이 장착돼 있다. 2022년 국회박물관은 인공지능(AI) 로봇 큐아이를 1호 로봇공무원으로 정식 임명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큐아이 어깨에는 공무원증이 붙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정보원이 추진하는 ‘지능형 멀티 문화정보 큐레이팅 로봇 구축사업’ 일환으로 도입된 큐아이는 문화(Culture)와 큐레이팅(Curating)에 에이아이(AI)의 합성어로 이름 지어졌다. ‘문화정보를 추천하는 인공지능’ ‘문화정보를 추천하는 아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
국회박물관에서 활동하는 큐아이는 총 세 대. 국회박물관 입구와 전시실 두 곳에서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2전시실에서 만난 큐아이의 몸통 화면을 누르자 안내 구역이 나타났다. 원하는 전시 구역을 선택하니 큐아이는 “길을 비켜달라”고 말하고 이동을 시작했다. 이동하는 모양새가 참 안정적이다. 장난기가 발동한 기자는 이동 경로 앞을 살짝 가로막아 봤다. 큐아이는 이 정도 도발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사람들을 살짝 피해 옆으로 크게 돌아 원하는 위치에 기자보다 먼저 도착했다. 그리고는 큐레이터로서 자기 일을 했다.
“여러분 앞에 있는 모형은 제헌국회의 개원식 한 장면입니다. 우리나라 국회가 시작된 장소인, 지금은 사라진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건물에서 개원식이 열렸는데요. 개원식에는 국제연합 대표, 미군 장성, 과도정부 인사 등이 참석했습니다. 모형의 가운데서 연설하는 사람은 우리나라 제1대 국회의장인 이승만입니다.”
퀴즈도 같이 푸는 친숙한 해설사
글로만 읽었다면 다소 어렵고 지루할 수 있는 설명이었다. 큐아이를 따라 천천히 관람을 이어갔다. 국회와 민주주의, 국회 100년의 역사, 국회 기능과 역할 등을 큐아이는 친절하게 알려줬다. 대한민국임시의정원 관인, 대한민국임시헌장, 임시정부 대일선전성명서 등 역사적 사료가 이곳에 있다는 것도 알았다. 큐아이가 아니었다면 자칫 지나칠 수 있는 정보였다.
큐아이는 적정 크기의 목소리로 설명을 하면서도 자막과 수어 해설을 몸통 화면에 같이 비쳤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배려였다. 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을 위한 그림 해설도 진행한다. 몸체 뒤에도 화면이 있어 큐아이가 움직이는 동안에도 상황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외국인 방문객을 위해 한·중·일·영 네 개 언어로 유창한 전시 해설을 할 줄 안다니 AI 로봇답다.
관람을 마치고는 간단한 퀴즈도 풀 수 있다. 큐아이 설명을 열심히 들었다면 맞힐 수 있는 수준. 우리나라 현대사에 대한 지식을 높일 수 있는 기회였다. 기자 외에도 다른 어린이가 퀴즈를 풀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어린이는 능숙하게 화면을 누르며 퀴즈를 술술 풀었다. 큐아이가 낯설지 않은지 묻자 “도서관에서 로봇 해설사를 봐서 친숙하다”고 답했다. 주어진 여덟 문제를 모두 맞힌 아이는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으쓱했고 아이의 엄마는 박수를 쳐줬다.
관람객 몰고 다니는 ‘피리 부는 사나이’
또 다른 장소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만난 큐아이는 유독 바빠 보였다. 평일 오후에도 두세 시간은 대기할 만큼 인기 전시인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이하 이중섭특별전)’ 해설에 여념 없기 때문이다. 큐아이는 국회박물관 외에도 국립현대미술관(서울), 국립공주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나주박물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 2022년 9월부터 활동한 국립현대미술관 큐아이는 코로나19로 대면 문화해설이 어려운 시기에 해설사로 활동하며 자리잡았다. 이중섭특별전은 전시 특성상 엽서와 편지지에 그려진 작은 그림이 많은데 큐아이는 몸통 화면에 작품을 크게 띄어주며 관람에도 도움을 줬다.
국립현대미술관의 큐아이는 국회박물관 큐아이와 유사하게 눈을 깜박이는 친근한 외모를 갖고 있었다. 방학을 맞아 전시장을 찾은 듯한 아이들은 여기저기서 “귀여워!”를 외쳤다. 하지만 반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따스한 중저음, 배우 고두심 씨의 목소리였다. 이는 고두심 씨가 실제 녹음한 게 아니라 첨단 AI 기술로 음성을 합성해 만들었다고 하는데 또 하나의 반전이었다.
“푸른 닭은 바닥에 풀썩 주저앉은 채 궁지에 몰려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부리를 쫙 열고 소리를 꽥 지르면서 필사적으로 응수하겠죠. 유려한 선의 흐름과 거침없는 표현이 서로 대조되면서 강한 생동감과 에너지를 뽐내고 있는데요.”
닭을 사람으로 의인화해 역동적인 모습을 담아냈다는 ‘새와 닭’에 관한 설명이었다. 큐아이의 전문적인 해석을 듣고 작품을 바라보자 작가의 표현력이 한층 깊게 다가왔다. 이보다 든든한 큐레이터가 있을까. 작품 설명을 마친 큐아이가 다른 곳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로봇이 작품 앞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길을 비켜주세요”라는 음성이 나오자 관람객이 좌우로 쫙 갈라졌다. 이어 관람객들은 큐아이의 뒤를 따랐다. 그 모습이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르는 아이들처럼 보였다. 큐아이는 전시장 바닥의 몇몇 작은 턱을 가볍게 넘으며 유유히 이동했다. 관람객 안지은씨는 “관람을 마치고 큐아이 설명을 따라 다시 전시장을 돌고 있는데 혼자 볼 때는 놓쳤던 점들을 알게 돼 작품을 더 깊이 있게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똑똑한 로봇과 인간의 공존이 실생활에 밀접하게 다가오는 광경이었다.
선수현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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