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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세계 10곳에 한국의 인사를 올해는 아프리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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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안녕과 평화를! ‘그리팅맨’ 유영호 작가
인사는 어느 때, 어떤 자리든 가장 기본이 되는 행위다. 해가 바뀌는 순간에도, 낯선 사람을 만나서도 소통의 시작은 인사다. 인사는 관계의 출발이면서 상대방의 안녕과 평화를 비는 행동이다. 만국공통의 언어인 인사로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팅맨(Greating Man)’ ‘미러맨(Mirror Man)’으로 잘 알려진 유영호 작가다.
유 작가를 잘 모르더라도 그의 작품은 한번쯤 봤을 것이다.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등장한 ‘미러맨’이나 경기 연천군에 있는 ‘그리팅맨’ 모두 그의 작품이다. 유 작가를 세상에 알린 두 시리즈는 보이는 모습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평화와 소통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유 작가의 작품은 우리나라 바깥에서도 볼 수 있다. 2012년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진행한 그리팅맨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해외 각지 10곳에 그리팅맨과 미러맨을 세웠다. 그의 작품이 세워진 장소도 재밌다. 적도선이 지나는 곳, 남과 북이 비무장지대(DMZ)를 놓고 마주보고 있는 지역, 대서양과 태평양이 연결되는 장소 등 주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경계에 세워져 있다.
발끝까지 추위가 내려온 새해의 두 번째 날, 경기 파주에 있는 작업실에서 유영호 작가를 만났다. 작업실 한쪽에 있는 컨테이너에서는 유 작가를 비롯해 두세 명이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흡사 공장을 연상케 하는 이곳에서 유 작가는 푸른색 작업복을 입고 나타났다. 유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막힘이 없었다. 특히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말이 빨라졌다. 긴 시간 어려운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예술가의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작업장이 굉장히 분주해 보입니다. 작품이 크다 보니 여러 사람이 함께 작업하는군요.
작품의 크기가 크면 절대 혼자 할 수 없어요. 조각은 집을 짓는 것과 비슷합니다. 기초를 다진 다음 원형 모델링을 하고 주물공정을 한 뒤 후공정까지 가는 데만 서너 달 걸려요. 작업이 다 끝난 다음 운반하는 데도 두세 달 정도 걸립니다. 작품이 6m 이상이면 크레인을 세우고 여러 사람이 함께 작업해요. 그런 과정을 다 거치면 8개월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그리팅맨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던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작업이 2022년 10주년이 됐어요. 10년간 프로젝트가 얼마나 진행됐나요?
그리팅맨은 6개국 7개 도시, 미러맨은 3개국 3개 도시에 세워져 총 10군데에 세워졌습니다. 첫 시작이 어려웠어요. 이 프로젝트를 구상하면서 우리나라와 대척점에 있는 나라에서부터 시작하고 싶었어요. 그게 우루과이였죠. 주한 우루과이 대사를 찾아가 이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했어요. 그분을 시작으로 당시 최연충 우루과이 한국대사를 비롯한 여러 분들이 그리팅맨 프로젝트를 위해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분들 도움으로 2012년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 그리팅맨을 세우게 됐어요.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에 애정을 쏟은 이유는 작가님 메시지에 공감했기 때문일 텐데요. 그리팅맨으로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이었나요?
제가 독일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2000년에 아카데미에서 해마다 여는 뒤셀도르프 룬트강(Rundgang)이라는 전시에 참여했어요. 거기서 제가 직접 인사하는 모습을 비디오로 찍어서 틀어놨어요. 방문하는 사람들, 주변을 둘러싼 환경에 감사를 전하는 의미였죠. 그때 네덜란드 출신의 헹크 피시라는 유명한 작가가 그 비디오를 보고 “저게 인사를 하는 거냐”고 묻더라고요. 그렇다고 했더니 “모든 관계의 첫 시작점이 인사다. 인사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는데 그 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서양사람에게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들은 데다 그만큼 인사가 갖는 의미가 크다는 걸 새삼스레 느꼈거든요. 인사는 개인과 개인뿐 아니라 사회와 사회가 인사를 할 수도 있고 국가와 국가도 인사를 할 수 있어요. 정치적 이념이나 종교가 다르더라도 인사를 통해 소통이 시작됩니다. 소통은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작되고요. 그 존중하는 마음을 인사하는 사람으로 표현했어요. 이런 의미를 전 세계에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그리팅맨과 미러맨이 세워진 장소를 보면 모두 경계에 속해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경계에 관심이 많은 이유가 있나요?
경계가 갖고 있는 역사적 의미와 상징성에 관심이 많습니다. 2016년 파나마의 파나마시티에 그리팅맨을 세웠는데요. 파나마가 갖는 역사적 의미가 크잖아요.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가 있어서 남미와 북미,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곳에서 그리팅맨은 브릿지(다리)를 상징합니다. 연결이 돼야 소통도 할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될 지역도 상징성이 있는 곳일 가능성이 높겠네요.
2023년은 아프리카 가봉에도 그리팅맨을 세우려고 해요. 가봉의 수도 리브르빌이 과거 아프리카 노예를 수출한 3대 도시 중 하나예요. 이곳에서 유럽이나 미주대륙으로 흑인 노예들을 많이 보냈어요. 그런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곳에 그리팅맨이 세워지는 것도 의미가 있죠. 2022년 6월 가봉 대통령이 한국에 오면서 함께 왔던 외무부 장관이랑 미팅을 했어요. 2022년 안에는 꼭 세우겠다고 했는데 벌써 해가 바뀌고 말았네요.(웃음) 리브르빌에 마침 적도가 지나가요. 가봉 관계자들은 적도에 세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노예시장이 있던 지역은 관광지가 돼버려서 장소가 여의치 않대요. 제가 적도선이 지나가는 에콰도르 키토에도 작품을 세웠는데 그걸 보고 따라서 세우고 싶은 것 같아요.
에콰도르는 해외에 미러맨을 처음 세운 곳이죠?
맞아요. 국내에는 서울 상암동, 해외에는 에콰도르 키토에 처음 세웠어요. 키토는 에콰도르의 수도인데 적도선이 지나가는 것으로도 유명한 곳이죠. 적도는 지구의 남반구와 북반구가 만나는 곳이잖아요. 상징성이 분명한 곳인데 이상하게 많은 작가들이 적도에 작품을 세울 생각을 하지 않았더라고요.


전 세계 10곳에 작품을 설치했는데요. 작가님에게 가장 의미 있는 작업은 어떤 것인가요?
아무래도 경기 연천 옥녀봉에 있는 그리팅맨이죠. 가장 의미 있는 장소인 데다 북한에서도 보여야 하니까 10m짜리 동상을 세웠어요. 연천에 있는 그리팅맨은 2016년 4월에 세웠는데요. 북한의 핵실험으로 남북 간 긴장감이 고조될 때였어요. 이런 시기에 미술가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다가 남쪽과 북쪽의 휴전선을 경계로 마주보고 인사하는 그리팅맨을 세우는 방안을 생각했어요. 물론 북한에 조각상을 세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끝까지 두드려보려고 합니다.
북한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관계자와 접촉하기 더 힘들 텐데요. 어려운 일임에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설치 직전까지 간 적도 있어요. 비정부기구(NGO)나 여러 경로를 통해 많이 제안했습니다만 아직은 어려운 이야기죠. 제가 제안한 건 세 가지 안이었어요. 북한에 있는 조각가가 만드는 것과 그게 힘들다면 북한 조각가를 한국으로 초대해서 만드는 것을 도와주는 방법, 이 모든 제안이 불가능할 경우 제가 만든 작품을 세우는 방법도 다 이야기했어요. 말로만 하는 것과 눈으로 보는 건 천지차이잖아요. 남북이 마주보고 인사하는 날이 실제로 다가올 거라는 기대감을 품게 될 거니까요. 남북의 경계에 소통의 상징물이 있는 게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서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될 거라고 생각하고 계속 두드리려고 합니다.
작가님의 작업은 끝없이 두드리는 일이라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작품을 세우는 데 짧게 걸린 나라는 4년 정도인데 좀 오래 걸린다 싶으면 7~8년 정도는 됩니다. 가장 오래 걸린 나라가 브라질인데 8년 걸렸어요. 멕시코 메리다에 세운 것도 7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관리자가 바뀌면 처음부터 다시 제안해야 하거든요. 보통 시에서 작은 프로젝트를 다음 사람에게 이관하는 일은 드무니까요. 제안한 이후 중간 과정은 공관 대사들이 도와줘야 하는데 그들도 중간에 바뀌잖아요. 처음부터 다시 제안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중간에 지치면 완성할 수 없는 일이죠. 제안한 나라에 꾸준히 연락하면서 의지를 보이면 언젠가는 되더라고요. 그래도 2012년 우루과이에서 처음 시작한 이후 적어도 매년 (작품을) 하나씩 세웠어요. 어떻게 보면 이것도 하늘의 뜻인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웃음)
작가님은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길을 개척해가는 사람은 외로운 법이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 같지만 이 길이 좋은 길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이런 방식을 택한 사람들이 없었던 거죠. 나중에라도 다른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 나온다면 저와는 다른 방법으로 세상에 접근하는 법을 찾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저 ‘유영호 같은 작가도 있었다’고 기억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2023년 프로젝트를 제외하고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요?
그리팅맨과 미러맨이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긴 했는데 제 생각에는 이 프로젝트를 이어서 사람들이 의미를 찾을 수 있는 프로젝트가 더 생겼으면 좋겠어요. 현재 브릿지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는데요. 제가 해외에서 진행하기에는 비용이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부담하기 힘든 부분이 있거든요. 제가 겪어보니 좋은 작품은 책상 앞에 앉아서 구상한다고 나오진 않더라고요. 하늘에서 떨어질 듯 감이 올 때가 있어요. 그리팅맨과 미러맨이 그렇게 떠오른 아이디어로 시작했죠. 감이 올 때를 놓치지 않으면서 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입니다만 2023년엔 와주길 바라고 있어요. 일생을 통틀어 진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다섯 개 정도면 작품의 폭이 더 넓어질 것 같아요. 영감이 뚝 떨어지길 마음을 다해 기다리는 중입니다.



유 작가는 작품 열 개를 설치하는 동안 여권을 두 번 바꿨다. 작품 설치가 무산된 아르헨티나 같은 나라까지 더하면 유 작가의 여권에는 발자국만큼이나 많은 스탬프가 찍힐 것이다. 그가 가는 길은 분명 쉽지 않은 길이다. 끝없이 두드려야 하고 때로는 좌절도 경험해야 한다. 그럼에도 왜 이런 작업을 계속하냐는 우문에 유 작가는 좋아서 한다는 현답을 내놓았다. 유 작가는 앞으로 세계 각지에 작품 스무 개는 더 설치해야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힘이 생길 것 같다고 했다. 세계의 경계에 세운 유 작가의 메시지들이 목소리를 높일 날이 머지않았다.

장가현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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