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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는 승자독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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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 국정철학의 핵심 주제는 자유다. 윤석열 대통령이 자유에 대해 ▲2021년 6월 29일 출마 선언에서 22회 ▲2022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사에서 35회 ▲광복절 경축사에서 33회 ▲9월 21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21회 언급했을 정도로 중요한 가치다. 그 외에도 대통령이 직접 관여한 연설이나 대담에서 자유는 중심적 화두였다.
그동안 대통령은 일관되게 자유의 가치를 강조해왔음에도 사회 일각에서는 자유라는 국정철학이 모호하고 추상적이며 심지어 퇴행적이라는 비판까지 제기해왔다.
가장 큰 이유는 자유의 개념이 광범위하고 사용자에 따라 제각기 다른 의미로 정의되기 때문일 것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인류의 역사가 자유를 위한 투쟁과 자유를 확대하는 과정이듯이 한국 근대사도 그러하므로 새삼스럽게 강조할 이유가 있는가일 것이다. 그리고 민주세력임을 자임하는 정치집단의 ‘자유는 기득권자들의 전유물에 불과하다’는 주장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사실 윤 대통령이 제시하는 국정철학으로서 자유라는 개념은 상대적으로 명확하다. 대통령의 연설문에 포함된 내용을 음미하면 어떤 자유를 의미하는지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자유라는 개념 자체는 모든 인간이 추구하는 거대 관념이다. 좌파든 우파든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다. 자유는 생명 다음으로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절대적 가치다. 물론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패트릭 헨리의 미국 독립운동 명연설을 신봉하는 사람에게는 지고의 가치다. 개념의 광범위성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의미하는 자유는 자유주의의 한 사상적 조류에 기초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통령 취임사에서 윤 대통령은 자유의 가치를 정확히 인식하고 재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자유가 잘못 구현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자유는 “승자독식이 아닌” 사회구성원 모두가 누려야 하는 “보편적 가치”라면서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제시했다. 그것은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와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기회”를 보장하는 것이다.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하거나 무지한 사람에게는 자유를 누릴 기회가 없으므로 사회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자유 개념은 소극적 자유를 넘어 자기계발과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하는 적극적 자유를 의미한다. 일종의 사회적 또는 복지 자유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자유주의는 크게 ▲고전적 자유주의(자유방임주의) ▲근대적 자유주의(사회적 자유주의) ▲신자유주의(자유지상주의)로 분류할 수 있다. 자유방임주의와 자유지상주의는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소극적 자유를, 사회적 자유주의는 적극적 자유를 옹호한다. 사회적 자유주의는 영국 산업혁명의 결과로 인한 산업자본주의의 폐해—시장실패—를 개선하기 위해 존 스튜어트 밀을 비롯한 공리주의자들에 의해 제기된 사조다. 개인의 행복과 불행에 사회도 책임이 있다는 사회적 자유주의는 미국의 대공황 시절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에 의해 완성된다. 오늘날 미국 자유주의의 뿌리이자 민주당의 이념이며 공화당의 보수주의와 함께 자유민주주의라는 상위 이념 아래 공존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관점에서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는 뒤틀려왔다. 특히 그간 자유민주주의 대신 ‘자유’를 떼어낸 민주주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권위주의 독재정부 시절에 반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유민주주의를 대용한 이유도 있겠으나 사회주의 요소를 주입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그리고 역사에 대한 독선적 해석을 통해 기존 질서를 변혁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내로남불과 적반하장을 일삼는 진영정치를 도모했다. 이 과정은 윤 대통령이 직접 경험했으며 이를 한국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는 ‘반지성주의’로 규정한 것이다.
자유주의는 개별주의(individualism)에 기초한 자유를 의미하는데 반지성주의는 사회적 갈등을 조장해 공동체 결속을 와해시키고 집단적 ‘자유’만 추구해왔다. 소위 자유민주주의하에서 다원적 자유가 실종됐기 때문에 자유를 원론적으로 소환한 것이다. 자유의 추상성과 모호성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의 자유는 뚜렷한 비전과 목표, 그리고 전략을 담보하고 있다. 한국이 한번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참다운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해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진정한 자유세력이 연대해 방종을 제한하고 자유를 보호하는 법치주의를 확립하며 이 모든 과정은 공정하게 한다는 것이다.
자유에 대한 대통령의 담론이 퇴행적이라는 주장은 논리적 근거가 미약하다. 자유와 자유주의는 다양한 가치와 신념을 포괄하고 상호 경쟁하며 변화 발전하는 이념(meta-ideology)이기 때문에 그 생명력은 어느 이념보다 역동적이며 영구하다. 2022년 대통령의 77주년 광복절 경축사는 자유 패러다임에 입각한 역사 인식과 미래지향의 비전을 담았다. 독립정신은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고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을 세우는 것이었다고 탈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이러한 자유 패러다임은 자유국가의 건국, 경제성장과 산업화에 의한 자유민주주의 토대 건설, 그리고 제도적 민주주의 발전 과정을 모두 통합하는 철학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를 국정철학 전면에 세움으로써 자유민주주의가 왜곡되고 후퇴하는 상황을 바로잡으려 하고 있다. 자유의 국정철학이 국가 민관협력(거버넌스)의 기조로 녹아들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과제를 안고 있다.


양승함_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한국정치학회장을 역임했으며 통일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 연세대 행정대학원장, 국가관리연구원장을 거쳤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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