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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분석의 발전에 따른 정확성과 신속성, 그 사이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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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헌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연구위원
박상헌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연구위원

4차 산업혁명 시대! 스포츠과학의 발전과 함께 동작분석분야에서는 전통적으로 사용되어 왔던 비디오 카메라와 적외선카메라를 넘어 신체에 그 무엇도 부착하지 않고 이미지를 기반으로 동작을 분석할 수 있는 마커리스(markerless) 시스템과 같은 새로운 기술의 물결이 일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 속 현장에서 우리가 획득하고자 하는 정확성과 신속성, 그 사이의 딜레마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스포츠과학과 동작분석

스포츠과학은 스포츠를 고찰의 대상으로 하는 학문의 총칭으로서,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굉장히 생소한 단어였다. 그러나 근거에 기반을 둔 스포츠과학적 훈련 및 지도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스포츠과학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였고, 현재는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다양한 스포츠과학 영역 중에서도 동작분석은 운동역학(sport biomechanics)이라는 학문을 기반으로 인간의 움직임을 관찰하여 분석함으로써 인간의 오감을 활용한 정성적인 분석을 뒷받침하는 가장 대표적이고 보편적인 정량적 분석방법 중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운동역학에 기반을 둔 동작분석은 움직임을 단순히 녹화하고 재생하는 것을 넘어 영상 전반에 걸쳐 물체의 위치와 자세를 추정한다. 이러한 과정이 단순하게 보일 수 있지만 인간의 움직임에 대한 복잡성(관절 자유도, 유연성 등)을 고려하면, 정량화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이유로 동작분석에서는 인간의 신체를 마찰이 없는 강체(rigid body)로 단순화하고, 3가지 방향과 3가지 회전을 수행하는 6가지의 자유도(6 degree of freedom/6-DOF)를 가진 인체 모델을 구현하여 인간의 움직임을 표현한다. 동작분석을 수행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들은 인간의 움직임을 최대한 실제와 유사하게 표현하기 위한 것으로 정확한 데이터의 획득이 최우선 순위가 된다. 따라서 동작분석에서는 인간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최첨단 장비가 필수적이며, 기술의 발전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스포츠과학의 발전과 동작분석 장비의 변화

동작분석은 19세기 영국의 사진작가 에드워드 머브릿지가 연속 사진 촬영을 통해 말의 달리는 모습을 분석한 것을 시초로, 스포츠과학의 발전과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본격적으로 동작분석에서 영상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지 품질과 프레임 수가 대폭 향상된 영화용 필름카메라가 등장하면서부터이다. 그러나 영화용 필름카메라는 필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고, 분석을 위해 필름 위에 직접 구멍을 뚫는 등의 표식을 만들어야 하는 디지타이징(digitizing) 과정을 거쳐야 했기에 처리 시간이 과도하게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비디오카메라가 등장하면서 경제적인 효율성이 확보되는 듯 보였으나, 여전히 유사한 처리 과정을 거쳐야 했기 때문에 신속성에 대한 제한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스포츠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동작분석분야에서는 신속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마커(marker) 기반의 적외선카메라를 통한 동작분석 시스템의 개발이 가속화되었다. 이 방식은 인체에 직접 부착한 마커를 통해 자동으로 위치를 추적하기 때문에 기존 디지타이징 방식의 최대 단점으로 거론되던 과도하게 긴 처리 시간에 대한 해결책으로 떠올랐다. 또한 정확성이 매우 높은 도구로서 현재까지도 동작분석의 골든 스탠다드(golden standard)로 간주되며 대표적인 장비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뚜렷한 단점이 존재했다. 마커 기반의 동작분석 시스템은 인간의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서 한 분절(segment)당 최소 3개의 마커가 신체에 부착되어야 하고, 적외선을 기반으로 측정되기 때문에 실내에서만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물론 기술의 발전을 통해 실외 촬영이 가능한 선 필터(sun filter)가 개발되었지만, 신체에 부착된 마커로 인해 대상자가 물리적·심리적 영향을 받는다는 어려움은 남아있었다. 마커 기반의 동작분석 시스템이 동작분석분야에 엄청난 발전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지만, 스포츠과학 기술에 대한 스포츠현장의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보다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갈증은 여전히 존재했으며, 과거 방식에 비해 신속성이 대폭 향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더욱더 빠른 피드백을 원했다.

이 외에도 동작분석 장비의 신속성에 대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또 다른 노력으로 신체에 직접적으로 부착하여 움직임을 측정하는 센서 기반의 장비가 개발되기도 하였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가속도계(accelerometer)와 관성센서(inertial sensor) 등이 있다. 이러한 장비들을 직접적으로 신체에 부착하여 신호만 닿는다면 영상 기반의 동작분석 장비보다 광범위한 영역에서 인간의 움직임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비교적 처리 과정이 복잡하지 않아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능하다. 그러나 센서 기반의 장비들이 신속성에 있어서 이미 개발된 그 어떤 장비보다 뛰어난 장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또한 마커 기반의 동작분석과 마찬가지로 신체에 직접 부착하기 때문에 시합 및 훈련 상황에서 활용이 어렵다는 약점이 있었다. 결정적으로 데이터 정확도에 영향을 미치는 센서 드리프트가 존재했다. 드리프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데이터가 무한대로 왜곡되는 현상을 말한다. 많은 연구자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까지 알고리즘상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못했고, 정확성이 확보된 측정시간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숙제로 남게 되었다. 이처럼 다양한 문제점에 직면하면서 동작분석 장비들은 계속해서 발전해왔고, 마침내 마커리스 동작분석 시스템이라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동작분석의 정확성과 신속성의 딜레마

앞서 언급한 내용과 같이 스포츠과학의 발전과 함께 동작분석 장비들은 각기 다른 특성에 따라 고도화되어 왔으며, 이러한 장비들의 공통적인 지향점이 정확성과 신속성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동작분석에서 지향하는 정확성과 신속성에 대한 요구 수준을 완전히 충족하는 장비는 실존하지 않으며, 장비를 선택함에 있어 정확성과 신속성 사이의 이율배반적인 대립균형(trade-off)이 존재한다. 즉 정확성과 신속성 사이에 괴리감이 존재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스포츠과학의 발전과 현장의 요구가 시너지를 일으키며 완전 자동화, 비침습 형태의 장비에 대한 정확성과 신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미래 동작분석의 방향성이 되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미래 방향성에 따라 최초의 동작분석분야에서부터 활용되었던 비디오 카메라와 같은 이미지 정보를 통한 영상 기반의 동작분석 시스템이 다시 한번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다만, 컴퓨터 비전 기술과 인공지능(AI),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이 발전함으로써 과거 비디오카메라 영상기반의 디지타이징 방식이 아닌 알고리즘을 통한 마커리스와 같은 새로운 접근 방식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영상을 기반으로 한 마커리스분야는 아직 소수의 회사만이 상용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마커리스 시스템 자체가 이미 상용화되어 있는 다른 동작분석 시스템과 비교하여 얼마나 높은 정확성을 제공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기는 하나, 마커 부착에 따른 번거로움을 해결하고 자료 처리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마커리스 동작분석 시스템의 정확성에 대한 논란이 존재하지만, 스포츠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정확성을 향상시킬 가능성이 비교적 높으며 산업생태계학 관점에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여겨지므로 연구개발에 대한 급물살을 탈 가능성 역시 매우 높다.

언급한 바와 같이 마커리스 동작분석 시스템은 대부분 이미지 정보(실루엣, 색상 등)를 기반으로 특성을 검출하고, 이를 통해 인간의 움직임을 분석하기 위한 모델을 구현한다. 과거 이러한 시스템은 카메라의 종류, 모델 구축 방식, 이미지 특성 및 모델의 변수를 결정하는 알고리즘 등 다양한 문제로 인해 실현이 어려웠지만, 현재는 많은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현장에서도 활용이 가능할 만큼 기술 수준이 높아졌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동작분석은 인간의 눈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찰나의 움직임을 순간적으로 포착하고, 이를 재현함으로써 그 원인과 결과를 파악하는 운동역학분야의 분석 기법이기 때문에 신속성보다는 정확성의 가치가 더 강조되어 왔다. 이와 같은 이유로 현재 상용화되고 있는 마커리스 동작분석 시스템 자체가 정확성에 대한 운동역학분야의 학문적 요구 수준을 완전히 충족한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를 수 있다.

또한 최근 관련 연구 동향을 살펴보면 다양한 솔루션들과 고도화된 이미지 특징화 방법 그리고 인공지능, 머신러닝 등을 활용하여 카메라의 대수를 줄이고 다양한 환경에서 많은 사람의 동작을 동시다발적으로 분석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연구를 통해 정확도를 향상시키고, 인간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재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마커리스 동작분석 시스템 자체가 인간의 관절과 움직임을 이미지 정보에 기반을 두어 예측 및 추적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동작분석의 골든 스탠다드라고 여겨지는 적외선카메라를 통한 마커 기반 동작분석의 정확도를 여전히 넘어서지는 못하고 있다. 결국 아직은 현시점에서 정확성을 중요시할 것인지, 신속성을 중요시할 것인지에 따라 동작분석 방식을 선택하고, 해당 분석 기법의 단점을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다.

마치며: 스포츠과학의 발전에 따른 동작분석이 나아가야 할 방향

최근 스포츠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동작분석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다양한 마커리스 기술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첨단 신기술인 마커리스 기술은 운동역학분야에서 전통적으로 중요시했던 정확성에 대한 요구수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동작분석을 함에 있어서 정확성과 신속성 사이의 딜레마에 항상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 스포츠과학의 기술 발전과 지속적인 관심이 이어진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동작분석분야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 생각된다. 같은 맥락으로 필자는 향후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미래의 동작분석 시스템이 현장 요구를 충족할 만큼 빠르고, 비침습적이며 움직임에 방해가 되지 않는 형태로 미세한 변화까지 탐색이 가능하여 마침내 정확성과 신속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시대적 변화 속에서 정확함에 대한 전통성을 잃지 않고, 현장에서 요구하는 신속성을 온전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스포츠과학자, 특히 운동역학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가 이루어져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기고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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