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보다 고치기 어려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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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로 살면서 가장 쉬운 것은 사람의 질병을 진단하고 고치는 일입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마저 피해가지 못했던 췌장암은 진단받은 사람 10명 중 9명은 5년 안에 생을 다하게 됩니다. 그런데 반대로 말하면 10명 중 1명은 그 무서운 췌장암을 이겨냅니다. 완치율이 무려 10%나 됩니다.
의사로 살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사람의 나쁜 습관을 고치는 일입니다. 새해가 되면 많은 이들이 금연을 결심합니다. 하지만 혼자 의지로 담배를 끊겠다고 시작한 사람 100명 중 금연에 성공하는 사람은 4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의사가 무조건 금연해야 한다고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목소리를 높여 설명하면 4명이 더 성공해서 100명 중 8명이 금연을 합니다.
병원에서 폐암을 진단받으면 진료실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호주머니에 있던 담배를 꺼내 쓰레기통에 던져넣을 것 같지만 오히려 갑갑한 마음에 밖으로 나가 먼저 담배부터 입에 뭅니다. 실제로 암에 걸리거나 심근경색으로 죽다가 살아난 사람들조차 겨우 절반 남짓이 담배를 끊습니다.
금연보다 더 어려운 것은 다이어트입니다. 세상에서 부자가 되는 것만큼 쉬운 것은 없습니다. 돈을 많이 벌고 적게 쓰면 누구나 부자가 됩니다. 다이어트는 정반대로 하면 됩니다. 칼로리를 적게 섭취하고 많이 쓰면 자연스럽게 살이 빠집니다. 체중 1kg은 7500kcal 정도이니 한 달에 7500kcal, 하루에 250kcal를 덜 먹거나 더 쓰면 한 달이면 1kg, 1년이면 12kg이 빠집니다. 하루에 밥 한 공기를 적게 먹든가 달리기를 30분 이상 하면 됩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말은 쉽고 행동은 어렵습니다.
다이어트를 결심한 사람 중에 1년간 체중의 5%를 줄이는 데 성공한 사람은 남자의 경우 8명 중 1명, 여자는 7명 중 1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살빼는 것만큼 힘든 일이 남아 있습니다. 다시 살이 찌는 ‘요요현상’을 막아, 줄어든 체중을 유지해야 합니다. 먹는 기쁨마저 포기하며 힘들게 1년간 다이어트에 성공해도 5년이 지나면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 5명 중 4명이 요요현상을 피하지 못하고 원래 상태로 돌아갑니다. 결국 다이어트의 5년 성공률은 겨우 3%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외에도 고쳐야 할 습관들은 많습니다. 운동 부족, 과음 등. 하지만 그 어느 것 하나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담배 끊는 사람, 술 끊는 사람,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과는 친구도 하지 말라”고 하나 봅니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저도 2022년 초에 운동하려고 진료실 한구석에 요가 매트를 깔아두고 아령을 사뒀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운동한 게 언제인지, 운동기구 위에 회색 먼지만 자욱이 쌓여 있습니다. 운동기구를 볼 때마다 막상 자신은 하지 않으면서 의사로서 환자들에게 “금연하세요” “술 줄이세요” “운동하세요”라는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 저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2023년이 시작됐습니다. 올해는 의사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 자신에게 당당해지기 위해 요가 매트와 아령 위의 먼지를 닦으며 운동할 것을 다짐해봅니다. 어떻게 보면 실패하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올해는 반드시 성공해서 췌장암보다 더 어려운 자기 자신을 고쳐보겠습니다. 작심삼일도 120번만 하면 1년이 됩니다.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빛나는 외모만큼 눈부신 마음을 가진 의사.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서 2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작가이기도 하다.
〈히틀러의 주치의〉를 비롯해 7권의 책을 썼다. 의사가 아니라 작가로 돈을 벌어서 환자 한 명당 진료를 30분씩 보는 게 꿈이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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