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 쓰레기가 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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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성구 지족동 ‘꿈꾸는 재활용 정거장’
도시의 이미지는 쓰레기가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 아무리 아름다운 도시라도 도시의 불빛만큼 쓰레기가 가득하다면 그곳을 다시 방문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단지 아파트와 상가가 즐비한 대전 유성구 지족동은 한때 쓰레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곳이다. 요즘처럼 바람이 강하게 부는 계절이면 낙엽 대신 쓰레기가 도로 위를 굴러다닐 정도였다. 누군가 슬며시 두고 간 쓰레기가 점점 많아지기 시작하더니 인도 한쪽을 가득 채워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나중에는 바람을 따라 차도까지 굴러간 쓰레기 때문에 위험천만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던 지족동은 작은 변화로 도시미관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재활용품 배출일을 지키지 않아 도로 위에 쌓여 있던 쓰레기가 보이지 않는다. 도로 위에 쓰레기가 사라지니 쓰레기 불법투기도 사라졌다. 유성구가 설치한 ‘꿈꾸는재활용정거장(이하 재활용정거장)’이 생기고 나서부터다.
4차 산업혁명기술이 결합한 차세대 재활용정거장
재활용정거장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기술을 접목한 무인회수기를 갖춘 재활용품 분리배출 시설이다. 유성구는 평소 생활폐기물로 인해 주민들의 불편민원이 잦은 지역 중 지족동 1004번지, 관평동 805번지 등 2곳을 선정해 재활용정거장을 설치했다.
재활용정거장 내에는 투명페트병을 비롯해 캔이나 종이팩을 배출할 때 재활용이 가능한지 판단한 뒤 개당 10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순환자원 무인회수로봇이 설치돼 있다. 기타 플라스틱류, 병류 등 다른 재활용품도 분리배출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배출요일에 제한 없이 주변 상가에 있는 자영업자나 단독주택에 사는 주민들이 수시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상가의 경우 점포 안에 매일같이 생기는 재활용품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배출일을 지키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단독주택도 마찬가지. 아파트의 경우 단지 안에 수시로 재활용품을 분리배출할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단독주택 밀집지역에는 이런 공간을 찾아보기 힘들다. 분리배출일을 놓친 주민들은 안되는 걸 알면서도 배출일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많다.
단독주택 밀집지역이나 상가지역은 재활용품을 구분 없이 배출해 재활용 자원으로 사용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재활용정거장은 품목별로 분리배출이 가능해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늘어나 탄소중립 생활을 실천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유성구 지족동 1004번지에 있는 재활용정거장에서 직접 재활용품을 분리배출 해봤다. 생수 500㎖ 페트병을 다 마신 뒤 라벨을 벗기고 순환자원 회수로봇인 ‘네프론’에 넣었다. 네프론은 국내 스타트업 수퍼빈이 개발한 AI로봇이다.
재활용품 잘 버리면 현금으로 돌아와
네프론을 사용하려면 먼저 화면에 표시된 시작버튼을 눌러야 한다. 시작을 누르면 휴대폰 번호를 입력할 수 있는 창이 뜬다.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면 사용자의 이름과 휴대폰 번호를 확인할 수 있는 창이 뜬다. 확인 버튼을 누르니 투입구 문이 열렸다. 페트병을 하나 넣으니 10포인트가 적립됐다. 투입할 수 없는 일회용컵이나 일반쓰레기 등을 넣으면 로봇이 다시 토해내고 포인트도 적립되지 않는다. 네프론으로 적립한 포인트는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수퍼빈 누리집이나 애플리케이션에 회원가입을 한 뒤 포인트를 환전하면 해당 금액만큼 계좌에 입금된다.
페트병뿐 아니라 우유팩을 재활용할 수 있는 로봇도 설치돼 있다. 로봇으로 분리배출할 수 없는 재활용품은 품목별로 분리배출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재활용정거장에는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이 설치돼 있어 쓰레기 불법투기를 24시간 단속하고 있다. 또한 수시로 재활용정거장지킴이가 방문해 주민들에게 재활용품 배출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유성구는 재활용정거장으로 자원순환을 통한 탄소중립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환경부와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가 공동으로 개최한 ‘2022년 탄소중립생활 실천 국민대회’에서 우리관리(주)와 함께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탄소중립생활 실천 국민대회는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생활 속 온실가스를 줄이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로 15년째 열리고 있다.
한편 유성구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재활용정거장이 주민 편의시설로 자리잡아 주민들이 친환경 생활을 실천할 수 있는 장소가 되도록 운영할 방침이다.
장가현 기자
주민 한마디
“불법투기 사라지고 관심 없던 주민들이 더 좋아해”
안재은 소장이 근무하는 옥타브상가 앞 인도는 언제나 쓰레기 더미가 가득했다. 상가 옆 공터에 무분별하게 쓰레기를 버려놓은 사람들이 많았다. 지나가는 사람들뿐 아니라 차에 쓰레기를 싣고 와서 버리고 가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였다. 못 쓰는 의자부터 건축자재 같은 폐기물을 신고하지 않고 불법투기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안 소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직접 유성구에 문을 두드렸다. 구청에 직접 민원을 넣었을 뿐만 아니라 동네 현황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을 첨부해 공문을 작성하기도 했다. 안 소장을 비롯한 주민들의 민원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유성구는 2022년 11월 재활용정거장을 설치했다. 재활용정거장을 설치하는 데 관심이 없었던 상가 내 자영업자들이나 인근 단독주택 주민들이 지금은 이곳을 더 반긴다. 재활용품을 분리배출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니 쓰레기도 많이 줄었고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재활용품 분리배출에 앞장서고 있다. 재활용정거장을 계기로 지역주민들이 재활용품 분리배출을 비롯해 탄소중립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습관이 생기길 바란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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