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개혁 원년 근로시간제 임금체계 개편해야
작성자 정보
- 공감 작성
- 작성일
본문
“3대 개혁은 우리나라를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한, 결국 미래세대를 위한 것입니다. 개혁이라고 하는 것은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고 반드시 우리가 해내야 합니다.”
2022년 12월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3대 개혁, 즉 연금·노동·교육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2023년이 3대 개혁 추진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 중 노동개혁은 2022년 6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동시장 개혁추진 방향’ 브리핑을 진행하며 방향성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산업화 시대에 형성된 노동 규범과 관행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근로시간과 임금체계를 개선하는 일이다. 이 중 주 52시간제로 대표되는 근로시간제도를 유연화하는 일은 ‘일을 더 하게 만든다’는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하는 것은 4차 혁명 시기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정식 장관의 브리핑 이후 전문가들로 구성돼 발족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이하 연구회)가 2022년 12월 12일 발표한 내용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연구회는 이날 ‘공정한 노동시장, 자유롭고 건강한 노동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고용부 장관에게 제출하는 권고문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연구회 좌장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행 근로시간 제도는 같은 시간, 같은 장소로 출근하고 같은 시간에 퇴근하는 전통적인 공장형 노동과정을 전제로 설계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에서는 일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노사가 자유롭게 근로시간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연구회는 법정 근로시간인 1주 40시간을 유지하지만 연장 근로시간의 관리 단위는 변경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현재는 연장 근로시간을 ‘주’ 단위로 관리하는데 앞으로는 ‘월·분기·반기·연’으로 관리해 노사의 선택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 주요국의 사례를 보면 현재 한국에서처럼 주 단위로 연장 근로 상한 시간을 따지는 경우가 드물다.
독일에서는 법정 근로시간을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연장 근로시간에 대한 규정도 24주 혹은 6개월을 기준으로 한다. 영국은 연장 근로에 대한 정부의 법적 기준이 없다. 다만 노사가 근로계약을 할 때 반드시 연장 근로시간에 대한 규칙에 합의해야 한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연구회의 권고를 따르면 한국의 근로자도 주 69시간 일을 할 수 있다. 수치로 보면 단순히 업무시간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다양한 근로형태에 맞춰 근로시간을 조정하되 연장 근로에 대한 보상을 휴가로 사용할 수 있게 하거나 연속휴식을 부여하는 등의 보완조치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불평등 해소하는 ‘상생형 임금’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임금체계는 연공급이다. 연공급은 연공서열, 다시 말해 근속연수나 연령 등으로 임금을 차별하는 제도다. 호봉제가 대표적이다. 2022년 7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1년 임금체계 현황과 실태’를 보면 국내 100명 이상 사업장의 55.5%는 호봉제를 운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연공급은 장기근속을 전제로 한다. 연공급제를 적용받는 근로자는 처음에는 임금을 적게 받더라도 나중에는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기대하게 된다. 장기근속이 기본적인 형태였던 시기에는 이 이론이 근로자에게도 사업장에도 옳은 것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사라진 지금은 이미 오래 재직하고 있던 중장년층에게 유리하고 청년에게는 불리한 제도일 수밖에 없다.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가 저서 <불평등의 세대>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연공서열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는 기성세대에게 부와 권력을 쥐어준 대신 청년에게는 적은 일자리와 불안정한 고용형태를 물려줬다. 기업은 고임금의 기성세대를 고용하느라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자연히 비정규직과 계약직 비율을 높이게 되고 그마저도 수가 적어진다.
연공급의 문제는 세대 간의 불평등만 초래하는 것이 아니다. 세대 내의 불평등도 조장한다. 전현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와 함선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이 2017년 함께 연구한 바를 보면 연공서열을 강조하는 사업장일수록 비정규직 비율이 높았다. 일반적으로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70%밖에 되지 않는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연공급제는 소득 불평등까지 초래한다고 볼 수 있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역시 호봉제가 “기업의 신규채용 기회를 제약하고 중·고령 근로자들의 고용유지에 부정적이며 남녀간 임금격차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대신 “고용형태 및 원·하청 기업 간 임금격차를 축소할 수 있도록 연공성 완화와 직무·숙련 등을 반영한 임금체계로 개편을 지원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구체적으로는 업종별로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공정한 평가 및 보상을 줄 수 있도록 지원하며 ‘상생형 임금위원회’를 설치하는 등의 실천 방안이 제시됐다.
주목할 만한 단어는 ‘상생형 임금’이라는 단어다. 윤석열정부에서 제안한 이 임금체계는 기존 직무급제를 보완한 것이다. 직무급제는 직무, 즉 업무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는 체계다. 상생형 임금은 직무와 성과를 반영한 임금체계를 만들어 동일노동·동일임금을 실현하고 소득격차를 해소하자는 것이다.
김효정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