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청년 목소리를 정책 곳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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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는 역대 정부 최초로 국정과제에 청년정책을 반영했다. 단지 청년이 사회의 한 계층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청년의 문제는 곧 현재 그리고 미래 한국사회의 문제다.
청년보좌역이 신설된 이유다. 청년보좌역은 정부와 청년세대 사이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도입됐다. 각 부처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운영하는 데 청년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청년정책을 잘 운영할 수 있게 돕는 자리다. 기획재정부, 교육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등 9개 부처 장관실에 배치되고 있는데 현재는 8개 부처 청년보좌역이 먼저 업무를 시작했다.
같은 시기에 같은 임무를 갖고 임용된 청년보좌역이지만 차이는 있다. 청년보좌역 각자가 중요하고 시급하게 생각하는 문제가 조금씩 다르다. 국토부 정연우 청년보좌역은 청년에게 도움이 되는 청년 주거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지방 출신의 행안부 박진감 청년보좌역은 지방소멸 문제를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복지부 손윤희 청년보좌역에게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렇게 8개 부처 청년보좌역의 목소리를 합하면 결국 한국사회가 맞닥뜨린 새로운 문제들이 한데 보인다. 그런데 이 문제들은 기존 정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청년의 가계 문제만 해도 그렇다. 원래 청년세대는 가장 왕성한 경제활동을 하는 세대로 인식돼왔다. 그러던 것이 최근 들어 구직단념(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인구나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은 이들)’ 같은 문제로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세대가 됐다. 완전히 새로운 정책과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청년보좌역이 필요하다. 업무를 시작한 청년보좌역들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어 각자 관심 갖는 주제는 달라도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부분은 같다. ‘어떻게 하면 청년의 목소리를 정책과정에 더 잘 반영하고 청년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다.
물론 처음 도입된 제도인 만큼 시행착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아무도 해본 적 없는 일이라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깊었다” “초반에는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고 고백한 청년보좌역도 있었다. 그러나 각 부처의 지원과 청년보좌역의 노력으로 서서히 자리가 잡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다양한 현장에서 청년의 의견을 청취하고 정책과제를 발굴한다”(문체부 최수지 청년보좌역), “2030 자문단과 함께 의제를 선정하고 정책 참고사항을 논의해 전달한다”(금융위 최희현 청년보좌역)는 등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정부는 청년보좌역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됐던 청년의 요구를 직접 국정에 반영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은 9개 부처에 적용 중이지만 앞으로는 전 부처에 청년보좌역을 배치할 계획이다. 2022년 12월 27일 더 젊어질 2023년을 기대하며 청년정책 수립에 여념이 없는 청년보좌역 8명을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매일 청년여론 보고서 작성 소수의 이야기도 담으려고 노력”
김종덕 기획재정부
●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추진단 ‘2020 청년참여 거버넌스’ 참여
● 제3회 국세행정 정책제안 보고서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
● NSI 건전재정 가디언즈 5기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상 수상
청년보좌역의 하루 일과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궁금하다.
아침에 출근하면 기획재정부 업무와 관련된 기사를 먼저 찾아본다. 그리고 나서 2030 자문단과 청년 여론에 대해 모니터링한 보고서를 작성한다. 업무의 독립성이 확보돼 있어서 보고서 내용을 특별히 제약받지 않는다. 각종 이슈에 대한 자료 조사나 정책 제안 관련 연구도 일과 중에 하고 있다.
업무를 시작하면서 겪은 어려움은 없나?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청년보좌역이 생긴 이유는 단순히 정책이라는 결과만을 내기 위해서가 아닌 것 같다. 정책이 수립되는 과정에서 청년들의 정서를 잘 반영하기 위해서다. 또 다수 청년들의 이야기뿐 아니라 소수 청년의 이야기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를 다 담을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담아야 하는지가 늘 고민이 된다.
기재부 업무와 청년보좌역 업무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하다.
기재부는 일자리, 주거 등 다양한 문제를 두루 살필 수 있는 곳이다. 예산을 편성하는 곳이기 때문에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에 적합한 곳이다. 기재부에서 청년 삶의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을 도입하는 것이 목표다.
“지방청년들의 목소리가 중앙정부까지 이어지도록”
박진감 행정안전부
● 제3기 광주시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
● 제6기 광주시 시민참여예산위원회 환경생태분과 부위원장
● 제1기 광산구 청년정책위원회 부위원장
지방 출신이라는 점이 행정안전부에서 일하게 된 계기와 관련이 있나?
지방 출신 청년으로서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는 지방소멸, 청년인구 유출 문제다. 지방 청년에게도 수도권 청년처럼 균등한 기회가 제공돼야 하고 중앙정부까지 목소리가 이어지는 확실한 통로가 필요하다. 그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 청년보좌역의 자리라고 생각한다.
청년보좌역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 업무에는 잘 적응하고 있는지?
처음에는 많은 욕심이 있었다. 행안부가 다루는 사안이 매우 넓은데 역할을 찾기 어렵기도 했다. 이제는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먼저 다루려고 한다. 지방 청년과 소통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각자 운영되고 있는 청년위원회 등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 중앙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청년보좌역의 중요성에 대해 말해준다면?
청년과 정부부처 간에는 입장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중간에서 소통을 담당하고 화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청년보좌역의 역할이다. 당장의 가시적 성과에 집중하기보다 나중에 청년보좌역이 없어도 청년과 정부 간 소통이 원활하도록 기반을 닦는 것이 필요하다. 아직 뚜렷하지 않은 청년보좌역의 입지를 굳히고 청년이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구조적인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청년보좌역은 청년 ‘대표’가 아니라 청년을 ‘대변’하는 자리”
손윤희 보건복지부
● 지역사회간호학 박사 수료
● 제20대 대한민국 국회 정태옥의원실 비서관
● 서울아산병원 가습기살균제지원 보건센터 연구직
청년의 삶에 복지부의 업무는 어떤 관련이 있나?
미래에 대한 불안은 건강한 삶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누구나 동등한 기회를 갖고 좌절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보장해주는 사회안전망이 중요하다. 자립 준비 청년, 사회적 고립 청년 등 취약계층 청년을 위한 정책이 마련되고 있다. 청년보좌역으로서도 더 적극적으로 사각지대와 청년을 위한 보건복지 정책을 발굴하는 데 노력하고자 한다.
기억에 남는 일을 꼽자면?
서울에 있는 보건산업혁신창업센터를 방문해 청년 창업자를 만난 일이 기억에 남는다.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창업하고 싶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비창업가가 많다. 이들에게 다양한 방법을 통해 미래를 꿈꾸도록 기회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어떤 사회가 됐으면 좋겠나. 청년보좌역은 어떻게 일조할 수 있을까?
타인에게 온화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나와 타인에게 열려 있고 서로 존중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자주 만나고 듣는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복지부 청년보좌역으로서 나이, 계층, 지역을 넘어 청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촘촘하고 두터운 정책을 만드는 데 역할을 할 것이다.
“청년에게 창업이라는 새로운 답을 만들어 주고 싶다”
이석호 중소벤처기업부
● 반려동물 헬스케어 IOT 법인기업 대표이사
● 창업진흥원 전담 멘토
청년보좌역을 지원하게 된 계기가 있나?
2018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예비창업자 지원사업을 통해 창업한 경험이 있다. ‘최우수 기업’으로도 선정된 창업 경험을 통해 예비창업자에게 조언을 해주는 멘토링(지도)도 해왔다. 이런 경험을 살려 창업하기 좋은 시스템과 정책을 구축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청년 창업은 이제 창업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다. 정책이 필요한 시점인데?
현재도 창업 지원 시스템은 잘 마련돼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보완해야 할 점은 있다. 청년 창업과 관련해서는 먼저 대학발(發) 창업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취업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창업하고자 하는 대학생은 도움을 받기 어려울 때가 많다. 또 지방의 청년 창업가들은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매우 필요하다고 한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는 정책을 만들면 창업에 대한 인식이 더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다.
창업 경험이 업무를 수행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현장을 다니며 혼자 일하는 대학생을 만났는데 맨 처음 창업했을 때가 기억났다. 자신감에 가득 차 있던 당시의 열정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현장 경험은 창업 경험과 맞물려 업무를 하면서 각성제 같은 역할을 한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2030 자문단과 함께 청년 목소리 정책에 담을 것”
임소형 고용노동부
● KTV국민방송 기자 겸 앵커
● 고용노동부 출입기자
● KDI국제정책대학원 국가정책학 석사
기자 출신으로 청년보좌역에 임명된 경력이 눈에 띈다.
7년간 KTV국민방송에서 기자로 일하며 정책 현장 곳곳에서 정책 기사를 전달했다. 특히 고용노동 정책에 관심을 갖고 많은 기사를 보도했다. 그동안 정책을 국민에게 알려왔지만 이제는 거꾸로 국민의 목소리, 그중에서도 청년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는 일을 하고 싶다.
업무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는 무엇인가?
실질적으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제안을 내놓는 것이다. 2022년 11월 고용노동부 2030 자문단이 발대식을 열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2030 자문단 일원은 각 전문 분야에 맞게 과제를 선정해 정책제안서를 마련할 전망이다. 청년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기회인 만큼 2030 자문단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청년보좌역으로서 어떤 목표를 세웠나?
2030 자문단을 정책랩 방식으로 운영해 ‘정책 소통’을 실현해보고 싶다. 정책랩이란 정책에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가 협력해 정책을 만드는 방법이다. 정책 구상, 결정, 집행, 평가 전 과정에 청년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책 소통을 이뤄냈다고 할 수 있다. 정부와 청년의 정책 소통을 실천하는 것이 목표다.
“매일 장관 참석 상황회의 들어가 청년과 연결된 문제 고민”
정연우 국토교통부
● 제8대 고양특례시의회 의원
● 고양시 대중교통심의위원
● 고양시 도시브랜드위원회 위원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게 다뤄야 하는 청년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청년 주거정책이다. 주거 불안은 삶의 불안과 연결된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 국토교통부다. 국토부는 공공주택 같이 주택 공급정책을 만들 수 있는 부처다. 공공주택에서 청년들은 당장 목돈이 없더라도 몇 년 동안 안정적으로 거주하며 내 집 마련을 할 준비를 마칠 수 있다.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얼마 전 ‘청년 주거활동가와의 간담회’를 가졌는데 현장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자문받으려고 한다. 최근에는 잇따르는 전세 사기 사건과 관련해 청년의 피해가 큰 상황에서 2030 자문단과 함께 모니터링도 시작했다.
청년보좌역의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매일 아침 출근해 장관이 참석하는 상황회의에 들어간다. 회의에서 나오는 내용 중 청년과 연결된 문제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첫 번째다. 그리고 2030 자문단과 함께 국토부 청년정책을 살펴보고 개선점을 찾는다. 현장에 나갈 때도 있다. 얼마 전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착공식에도 참석해 청년들이 궁금해 하는 국토부 교통 대책에 대한 장관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진행하기도 했다.
“청년의 언어는 꿈의 언어 청년이 꿈을 노래해야 미래가 있다”
최수지 문화체육관광부
● 지역문화진흥원 청춘마이크, 지역문화전문 인력 양성 사업기획 운영
● 문화가있는날 사업추진단 청춘마이크 사업기획 운영
● 더뮤즈오페라단 홍보업무 총괄
청년 문제를 다룰 때 문화 분야는 비교적 적게 언급되곤 한다.
문화 분야의 일자리는 비정형화된 일자리가 많다. 그래서 직접적인 일자리 지원이 어렵고 지원 정책에서도 소외받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청년 예술가가 생계 문제로 꿈을 접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 문화 분야에서 꿈을 펼쳐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청년들이 미래를 향해 갈 때 디딤돌을 견고하게 하는 것이다.
일하며 집중하는 분야는 무엇인가?
우선은 다양한 현장에 참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체부 청년팀에서 운영하는 청년문화포럼에는 전부 참석해 다양한 주제에 대한 문화·체육·관광·콘텐츠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30 자문단과 함께 정책과제를 발굴하고 개선안을 만들어 제안한다.
일을 하다보면 어려움도 많을 것 같다.
다양한 업무를 경험해봤지만 어느 정도의 틀과 역할이 정해져 있는 업무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청년보좌역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다.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스스로 파악해나갈 수밖에 없다. 모두에게 청년보좌역은 처음이라 제도를 알리는 것부터 시작해 역할을 만들어나가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정책 설계단계부터 청년요구 담아 미래 인적자원 성장 도울 것”
최희현 금융위원회
● 중학교 시간강사
●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실 자료분석지원요원
청년보좌역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
가장 중점적으로 수행하는 업무는 금융위원회 2030 자문단과 정례회의를 갖는 것이다. 2030 자문단이 직접 의제를 선정하고 논의해 정책 참고사항을 금융위에 전하고 있다. 청년보좌역의 일이 바로 이런 것인데 정책 설계 단계부터 청년의 인식과 요구를 부처에 전달하는 것이다. 다만 청년보좌역 개인의 경험과 의견에만 치중되지 않게 2030 자문단에게 항상 자문을 구하고 있다.
청년의 요구가 반영된 금융정책이라면 어떤 것을 들 수 있을까?
2023년 출시되는 청년도약계좌다.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한 가입자는 월 70만 원을 5년 납입하면 5000만 원을 마련할 수 있다. 청년이 중·장기적으로 자산을 마련할 수 있게 돕는 것이 필요하다.
청년이 안정적으로 자산을 형성할 수 있게 돕는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대한민국은 물적자원보다 인적자원이 더 풍부한 나라다.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 같은 문화자산은 풍부한 인적자원을 통해 만들어낸 것이다. 제2의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을 만들어낼 청년세대가 미래의 인적자원이다. 이들이 성장하고 역할을 충분히 다하려면 안정적인 기반이 만들어져야 한다. 청년정책은 그런 기반을 만들어줄 것이다.
김효정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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