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이야기예술인으로 지낼 때는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어요” > 정책소식 | 정보모아
 
정책소식

“실버이야기예술인으로 지낼 때는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어요”

작성자 정보

  • 공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btn_textview.gif



‘2022 이야기할머니(실버이야기예술인) 배틀’ 우승 이순옥 씨
핵가족화로 할머니 무릎에 누워 옛이야기를 듣던 풍경은 오랜 추억이 돼버린 요즘. 따뜻하고 정감 있는 목소리로 사라져가는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이야기할머니(실버이야기예술인)들이 화제다.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는 유아교육기관을 방문해 어린이들에게 우리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정부 사업으로 전국 각지에서 3000여 명이 활동 중이다. 특히, 올해는 전통이야기 구연을 예술 활동으로 확장하고 어르신들이 창작예술인으로 활약할 수 있도록 ‘실버이야기예술인’이라는 이름도 함께 사용하게 됐다.
EBS Kids에서 진행된 <2022 이야기할머니(실버이야기예술인) 배틀>을 통해 2022년 최고의 이야기할머니(실버이야기예술인)로 선정된 이순옥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나이가 많아도 삶의 가치 느낄 수 있어”
“큰딸이 가마솥에 밥을 하다가 깜빡 졸아서 밥을 새까맣게 태워버렸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 어머니, 오라버니 등 모든 식구들이 딸을 감싸주느라 본인들이 잘못해서 밥을 태웠다고 서로 우기는 거예요. 결국 온 가족이 다 같이 한바탕 크게 웃었답니다. 우리 어린이들도 함께 웃어볼까요? 하~하~하~! 호~호~호!”
이야기할머니(실버이야기예술인) 이순옥(71) 씨가 쉽고 재미있게 들을 수 있도록 부드러운 목소리와 표정, 손동작까지 써가면서 어린이들과 눈을 마주치다가 목청 높여 크게 웃자 현장에 있던 5세 어린이들 역시 ‘까르르~’ 배꼽을 잡고 웃어 젖힌다. 딸의 잘못을 모두 자기 탓이라고 감싸는 ‘화목한 가족’ 이야기를 듣고 있는 어린이들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났다. 이렇게 어린이 눈높이에서 소통하며 이야기하는 것이 ‘2022 이야기할머니(실버이야기예술인) 배틀’에서 이순옥 씨가 당당하게 1등을 거머쥘 수 있었던 비결이다.
EBS Kids에서 주관한 <2022 이야기할머니(실버이야기예술인) 배틀>은 일반 심사위원 외에도 특별 심사위원으로 현직 보육교사 10명, 5세 어린이 10명, 학부모 10명이 함께 참여해 심사했다. 심사 기준은 창의력, 흡입력, 대사 전달력, 무대 매너, 연기력 등이었다.
이순옥 씨의 이야기를 현장에서 들었던 한 학부모는 “이야기를 들으며 점점 빠져들고 집중하게 됐다”고 호평했고 한 보육교사는 “어린이들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이야기하는 게 좋았다”며 높은 점수를 줬다. 이날 본선에 오른 5명의 쟁쟁한 이야기할머니(실버이야기예술인) 중 당당히 1위에 오른 이 씨는 상을 받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최종 우승자 발표에서 제 이름이 불렸을 때는 믿을 수가 없었어요. 저보다 잘하는 분이 많아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거든요. 특히 그날이 제 생일이었는데 이런 큰 상을 선물로 받다니 정말 감격스러웠어요. 나이는 들었지만 삶의 가치를 느끼고 싶어 이 일을 시작했는데 이야기할머니(실버이야기예술인)가 되길 잘한 것 같아요!”
일주일에 한 편씩 연습하는 게 일상
이순옥 씨가 이야기할머니(실버이야기예술인)를 시작한 건 10년 전쯤이었다. 당시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슬픈 마음으로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던 중 우연히 친구가 “이야기할머니(실버이야기예술인)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했다.
“친구 두 명이 이야기할머니(실버이야기예술인)를 먼저 시작하고 있었어요. 남편이 돌아가고 마음을 추스리는 중에 이제 뭔가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할 때쯤 친구들이 제안을 하더라고요. 제가 수학·과학 교사를 했기 때문에 교단에 서는 것도 그립고 어린이들도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들어 도전하게 됐어요.”
그렇게 발을 들여놓은 이야기할머니(실버이야기예술인)의 삶이 2022년 10년 차다. 2년 전 갑작스럽게 찾아온 뇌경색으로 잠시 쉬기도 했지만 이 일만큼은 꼭 하고 싶어서 재활치료를 더욱 열심히 다녔다. 뇌경색을 이겨내고 다시 일을 시작한 이 씨가 현재 나가는 교육기관은 집 근처 경기도 김포에 위치한 어린이집과 병설유치원이다.
“어린이들이 똘망똘망한 눈으로 집중해 제 이야기를 듣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행복하고 좋을 수가 없어요. 배틀에서 우승한 메달을 어린이들에게 보여줬더니 ‘할머니 축하해요’라면서 다 같이 좋아해주더라고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교사들까지 모두 이야기할머니(실버이야기예술인)의 옛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며 경청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감사한 마음에 더욱 신나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게 된다. 하지만 매주 새로운 이야기로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내용을 전달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20분 정도의 수업을 위해 옛이야기를 통째로 연습해야 하는데 저 같은 할머니에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랍니다. 그걸 일주일에 한 편씩 외워야 하니까 틈나면 계속 교재를 꺼내 외우고 또 외우죠. 심지어 자다가 일어나서도 한번 외워본 후 다시 잠든다니까요. 그래야 어린이들 앞에 섰을 때 막힘없이 술술 이야기가 흘러나와요.”
이 씨에게는 주위에서 만나는 어린이 모두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대상이다. 명절날 대가족이 모이면 어김없이 손주들을 불러 모아 그동안 열심히 익혔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다른 곳에서 들을 수 없는 옛이야기를 할머니에게 직접 듣는 손주들은 신기하고 재밌다는 듯 집중하고 손주들의 웃음을 보고 있으면 할머니로서 뿌듯함과 행복함이 밀려든다.




“이 나이에 이토록 환영받는 일 없어”
뇌경색 후유증과 이석증 등을 앓으며 여전히 어지럼증 때문에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이순옥 씨에게 주위 사람들은 “왜 그 일을 계속하느냐”고 묻는다. 이에 이 씨는 일하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아픈 것을 잊고 즐겁게 살 수 있다고 답한다.
“몸이 아프다고 가만히 있으면 더 힘들기만 하잖아요. 하지만 해야 할 일이 있고 이야기를 열심히 외워 어린이들을 만나면 행복하고 즐거워요. 또한 제가 살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 좋고 어린이들도 할머니의 정을 느낄 수 있으니 서로에게 좋은 것 같아요.”
이 씨는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오래도록 이야기할머니(실버이야기예술인)로 어린이들을 만나고 싶다. 이야기 속에 나오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 인내, 끈기 등을 간접적으로 재미있게 알려주고 싶다.
“어린이들과 만날 때마다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도록 이야기해주는 푸근한 이야기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어려운 어휘에 대한 발음도 열심히 연습하고 문장도 정확하게 외우려고 노력해요. 한 문장 한 문장이 어린이들의 가슴을 울릴 수 있도록요.”
이 씨는 이야기할머니(실버이야기예술인)에 도전하고 싶은데 이야기를 구연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용기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이 씨는 이런 생각을 가진 주위 할머니들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우리 나이에 어디에 가서 이렇게 환영받으며 일할 수 있겠어요. 본인이 하고 싶은 의지만 있다면 열심히 노력해 잘할 수 있어요. 모두 희망과 용기를 가지세요.”

김민주 기자


3000여 명의 이야기할머니(실버이야기예술인)
전국 8600여 곳에서 활동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학진흥원이 주관하는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실버이야기예술인)’ 사업은 일정한 교육과정을 이수한 여성 어르신들이 어린이집, 유치원 등을 직접 방문해 재미있고 교훈이 되는 우리 옛이야기와 선현들의 미담을 들려줌으로써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인성과 창의력을 함양하고 세대 간의 소통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활동이다.
이 사업은 2009년 30명으로 처음 시작해 2022년 14년째를 맞이했다. 그동안 미래세대의 인성과 창의력을 교육하는 것은 물론 노년 세대의 사회참여 확대와 전통문화 계승 등 다양한 성과를 냈다. 2022년 기준 이야기할머니(실버이야기예술인) 3000여 명이 유아교육기관 8600여 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2023년에는 활동 인원을 1000명 늘려 4000여 명이 전국 유아교육기관을 찾아 어린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계획이다.
매년 1~2월에 선발 공고를 통해 전국에서 어르신들의 지원을 받고 서류심사, 면접심사 등을 거쳐 합격자를 발표한다. 이후 이야기 활동에 필요한 이론과 실기교육, 유아 인성교육을 위한 교육을 7개월간 이수한 후 정식으로 유아교육기관에서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선발된 이야기할머니(실버이야기예술인)들은 매년 3월부터 12월까지 연간 34~35주 동안 유아교육기관에서 활동하게 된다. 학급당 약 20분씩 1일 최대 3학급을 담당할 수 있으며 연간 활동 계획에 따라 선정된 이야기를 어린이들에게 구연한다.
더불어 수료 후에도 정기적으로 심화교육을 실시한다. 이는 기존에 양성된 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현장에서 이야기 활동에 필요한 심화된 이야기 표현 능력과 수업 진행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심화교육을 통해 활동자를 대상으로 새 학기 구연 대상 이야기에 대한 안내와 교수법을 전수하고 현장 활동에 대한 평가와 문제점을 분석해 상담 또는 사례연구 후 이야기 활동을 지속적으로 개선한다.
자원봉사자이자 창작예술인으로서 의지와 사명감이 높으며 이야기 활동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있고 교육과정 수료 후 현장 활동이 가능한 어르신이면 지원할 수 있다.
지원 서류는 지원서 1부, 자기소개서 1부,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서 1부, 주민등록초본 1부가 필요하며 지원서 접수 기간은 매년 1~2월이고 온라인 및 우편 접수를 이용하면 된다. (https://storymama.kr, 080-751-0700)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근글


  • 글이 없습니다.

새댓글


  • 댓글이 없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