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경제정책방향 특징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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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
윤석열 정부는 지난 12월 21일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통상 연말쯤 다음년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현재 우리 경제가 당면한 대내외적 거시경제 상황을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도 경제상황을 전망한다.
그런 다음, 거시경제에 대한 내년도 전망을 바탕으로 정부의 단기 거시경제 정책방향을 제시한다.
이번 경제정책방향은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을 ‘복합위기’라는 한마디 말로 요약한다. 코로나19 및 이에 대한 각국의 확장적 정책대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기인한 전세계적인 ①고물가 현상, 고물가를 진정시키려는 미국·EU 등의 ②고금리 정책, 미국의 가파른 금리인상에 따른 ③달러화 대비 원화의 약세, 이 세 가지 현상을 정부는 복합위기 요인으로 보고 있다. 이 요인들은 자국중심주의의 흐름과 맞물리며 세계 경제의 성장을 억누르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OECD가 지난 11월 발표한 경제전망에 따르면, 내년도 세계 경제의 실질성장률은 2.2%라고 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치이며, 약 5개월 전인 지난 6월 OECD가 발표한 전망치(2.8%)보다 0.6%p 낮아진 수준이다.
수출중심형 경제인 우리나라의 내년도 경제성장률도 지난 6월 발표한 새정부의 첫 번째 경제정책방향에서 발표된 전망치인 2.5%보다 0.9%p나 낮은 1.6%로 하향 조정됐다. 이 전망치도 정부가 위기요인들을 잘 관리해 우리 금융시장이나 부동산시장으로 부정적 충격이 가해지지 않도록 하고, 세계 경제도 침체로 빠지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다시 말하면, 경제성장률이 전망치보다 더 하락하는 하방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적 불확실성 하에서 물가안정과 경기진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고 성장동력 확충 및 세대간 형평성 제고라는 난제까지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다음 네 가지로 설정했다.
첫 번째 방향은 거시경제 안정관리, 두 번째 방향은 민생경제 회복지원, 세 번째 방향은 민간중심 활력제고, 네 번째 방향은 미래대비 체질개선이다.
‘거시경제 안정관리’ 및 ‘민생경제 회복지원’은 우리 경제가 직면한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요약된 거시경제적 위기 요인에 신축적·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정책들과 위기시 고통을 더 많이 받는 취약계층 지원 정책들이 포함된다.
예를 들면, 고금리 상황에서 기업의 신용경색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금융시장 안정대책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또한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던 시기에 마구 도입된 각종 세금·금융 규제를 정상화해 부동산시장을 연착륙시키려는 조치도 눈에 띈다. 이는 사람들의 경제에 대한 심리가 비관적으로 바뀐 상황에서 집값 폭락이 가계 부채비율이 높은 우리 경제의 약점을 파고들어 금융시장 불안으로 파급될 수 있는 위험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어서 매우 바람직한 정책으로 본다. 더 나아가 15억원이 넘는 주택에 대한 실수요자의 대출을 차단하고 있는 규제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다만, ‘민생경제 회복지원’ 정책방향의 주요 정책에 속하는 고물가 대응책들은 대체로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도록 설계돼 있다. 지금과 같은 고물가 시기에는 보편적 정책보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선별정책이 물가안정을 위해 고금리 정책을 펴는 통화정책과 더 조화로운 재정정책이다. 이는 선별정책이 보편정책보다 재정투입 규모가 작아 물가상승 압력이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혜택이 보편적으로 주어지는 유류세 인하나 유연탄·LNG 개별소비세 감면,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등의 세제지원 조치를 취약계층 중심으로 설계했다면, 국제적인 모범사례를 중요시하는 정부의 기본 입장에 더 부합하고, 정부가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기후변화 대응에도 더 바람직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또한 우리나라보다 더 높은 물가상승으로 물가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나 EU는 금리인상이라는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물가를 안정화함에 있어서 팽창적 재정정책이 주는 부작용을 경계한다. 이에 미국은 특정 법인들에 최저한세를 도입함으로써, 그리고 EU는 높아진 에너지 가격으로 추가소득을 얻은 기업에게 횡재세(windfall taxes)를 부과함으로써, 각종 성장동력 확충 재정정책이나 고물가에 어려워하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정책 등의 재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하려는 사회적 약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다양한 조치들은 바람직하지만, 그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함께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은 고물가를 안정시키려는 통화정책과 엇박자를 내는 아쉬운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3년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
‘민간중심 활력제고’와 ‘미래대비 체질개선’은 주로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미래세대의 복지를 개선하는 정책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의 주요 경쟁상대인 미국, 중국, EU 국가 등은 지난 30년간 세계경제를 부흥시켰던 자유무역주의에서 자국중심의 보호무역주의로 산업·통상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금번 경제정책방향에서 우리 기업들이 국제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고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지원정책을 다각도로 제시했다. 규제혁신 노력을 가속화하는 정책,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를 유인하려는 다양한 세제·금융 지원정책, 신성장 4.0 전략 등이 여기에 속한다. 통상 기업의 투자의사결정은 즉흥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미리 짜놓은 계획에 따라 이뤄지기에 정부 정책에 반응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는 투자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일괄 10%로 상향하는 유인정책의 유효기간을 2023년 한 해로 한정했는데, 이보다는 최소 2년 동안 허용해 줄 것을 제안한다.
또한 정부는 ‘미래대비 체질개선’ 정책방향에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 등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계획임을 천명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 지난 6월 발표된 첫 번째 경제정책방향과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보면 우려되는 점도 있다. 첫 번째 경제정책방향에서는 내국세와 연동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개혁을 재정제도 혁신의 하나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해당사자들의 반발로 내국세와의 연동을 차단하는 근본적인 개혁이 아닌 교육세의 일부만을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로 넣는 대안이 마련됐고, 그 규모도 2023년 예산안 합의 과정에서 축소되는 한계를 보였다. “인기없는 정책도 밀고 나가겠다”는 정부의 개혁 의지가 하나씩 꺾이거나 타협되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되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첫 번째 경제정책방향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8대 사회보험의 통합재정 추계를 실시하는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계획이 새롭게 등장했다는 점이다.
매우 반가운 소식이지만 여기서도 아쉬운 점이 있다. 현재 정부는 국민연금의 제5차 재정계산을 수행하고 있기에 나머지 7개 사회보험에 대한 재정추계를 현재 충분히 실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다. 그럼에도 이를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은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대통령도 건강보험 분야의 재정에 우려를 표할 정도라면 반드시 8대 사회보험 재정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국민연금 개혁은 기초연금, 건강보험, 공무원연금 등 다른 사회보험의 개혁과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될 때 성공적인 개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나머지 사회보험도 우리가 부담하고 우리가 혜택을 받을 것이기에 전체 그림을 봐가며 퍼즐을 맞추는 것이 더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월드컵의 흥분을 잊기 어렵다. 16강 진출 가능성이 매우 낮음에도 우리 선수들이 불굴의 투지와 협력으로 목표를 이뤘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개혁정책들도 현재의 정치 지형상 성공 가능성이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인기없는 정책도 밀고 나가겠다”는 정부의 개혁 의지가 살아 있다면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할 이유는 없다. 우리 축구대표팀을 국민들이 응원하는 것처럼 우리 정부의 개혁을 다수의 국민들이 응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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