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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는 저희가 하고 싶은 가장 즐거운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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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에게 연탄 기부한 청년들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오면 ‘겨울을 어떻게 지내야 할까’ 걱정부터 앞서는 사람들이 있다. 경사가 가파른 좁은 골목이 얽히고설킨 서울 성북구 정릉 산동네 어르신들의 이야기다. 이곳은 아직도 수십 가구가 연탄을 사용하고 있지만 어려운 살림살이에 난방비가 부담스러워 겨울나기가 버거운 게 사실이다. 다행인 건 이런 사정을 알고 있는 여러 단체가 지속적으로 연탄을 공급해주며 어르신들을 돕고 있다는 점이다. 차가운 바람이 불던 어느 날 20~30대 청년 30여 명이 연탄을 배달하며 이웃들에게 사랑의 온기를 나누고 있는 현장을 방문했다.




서울시 성북구 정릉3동에는 빼곡한 고층아파트 뒤로 허름한 집들이 모인 오래된 산동네가 있다. 언덕이 가파르고 낙후된 이곳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과 함께 폐허가 된 빈집, 수령이 오래된 은행나무, 길고양이 몇 마리 등이 조용히 동네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평소 사람 구경하기 힘든 이 동네도 연탄 배달하는 날만큼은 시끌벅적 활기가 넘친다.
주말 오전 이른 아침부터 산동네에 모인 30여 명의 청년은 돈과 시간을 쓰면서 노동까지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때보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날 정릉 산동네에 배달해야 하는 연탄은 총 1600장이며 8가구에 200장씩 배달하는 게 오늘의 임무다.
“연탄 배달 봉사를 3년째 하고 있는데 이제는 봉사를 한다기보다 제 삶의 일부이자 생활이 돼가고 있어요.”


봉사는 일상에 활력 주는 비타민
봉사가 일상을 활력 있게 만들어주는 비타민 같다고 말하는 30대 직장인 이동연(31) 씨. 그는 3년 전 우연히 시작한 연탄 배달 봉사를 (사)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이하 ‘사랑의 연탄나눔운동’)의 봉사단원으로 한 달에 2~3번씩 하고 있다. 더 나아가 봉사자들을 모아 주최자로서 봉사활동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쉬는 주말마다 봉사활동에 참가하는 그에게 “왜 봉사활동만 하면서 사느냐?”고 의아해하기도 한다.
이 씨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봉사활동을 했던 터라 대학생, 직장인이 된 뒤에도 다양한 봉사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며 “봉사활동을 하면서 한 번도 특별한 일을 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봉사활동은 저희가 하고 싶은 가장 즐거운 일이고 일상일 뿐”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2004년에 설립된 비영리 시민단체 ‘사랑의 연탄나눔운동’의 이미사 간사는 “여러분이 후원해주신 1600장의 연탄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함께 전달할 수 있게 돼서 감사하다”면서 “연탄 1장의 무게는 3.7kg으로 성인이 한 번에 평균 2장을 나를 수 있으며 복부에 받쳐 양팔로 감싸면 한결 수월하다”고 연탄 배달 방법을 설명했다.
배달 방법을 숙지한 청년들은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면서 연탄 배달을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탄 2장을 배에 받쳐 팔로 감싸며 나르기 시작했고 지게를 진 사람들은 지게에 연탄 6~8장을 싣고 날랐다.
설레는 표정으로 연탄 배달 봉사에 참가한 대학원생 김민주 씨는 “해외 봉사를 같이 갔던 친구의 권유로 연탄 배달 봉사를 한번 해봤는데 힘들었던 제 마음이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면서 “그 경험을 동생에게도 알려주고 싶어 이번에는 남동생을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청년들 덕에 겨울에 연탄 부족하지 않게 지내”
산동네에서 30년째 살고 있는 정릉3동 통장은 “연탄을 몇십 년째 사용하고 있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다행히 이곳저곳에서 무료로 지원해줘 겨울에 연탄이 부족하지 않게 지낸다”며 “젊은 청년들이 이렇게 도와주러 오니 주민을 대표해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 집, 두 집, 세 집, 네 집…. 집집마다 창고에 연탄이 200장씩 쌓일수록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굵은 땀이 비 오듯 뚝뚝 떨어졌다. 그럼에도 연탄을 나르는 청년들은 힘든 기색 없이 “힘들지 않다. 그냥 원래 땀이 많다”며 겸연쩍게 웃어 보였다.
지게에 연탄 6장을 지고 나르던 한 청년은 거뜬하다며 이번에는 8장을 지게에 실었다. 연탄 8장은 30kg의 무게가 나가기 때문에 평지가 아닌 산비탈을 오르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연탄 8장을 자신 있게 지게에 실은 청년은 땀을 뻘뻘 흘리며 씩씩하게 산비탈을 올라가 창고에 연탄을 무사히 내려놓고 난 뒤 “우아, 내려놓으니까 살 것 같다”고 허리를 펴며 환하게 웃었다.
여섯 번째로 연탄 배달 봉사에 참가한다는 한 직장인(31)은 “주말에 집에 있으면 어차피 잠만 잔다. 이렇게 나오면 봉사도 하면서 운동도 되니까 더 좋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또 다른 참가자는 “그동안 가봤던 지역에 비하면 정릉이 경사가 높고 길이 좁아 체력적으로 힘이 많이 든다. 그럼에도 여기에 오면 왠지 모르게 뿌듯하다”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대학원생 크리스 씨는 “2년 동안 한국에 살면서 책으로 접했던 한국 문화를 직접 겪어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연탄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실제로 만지고 볼 수 있어 좋았다”며 “연탄 배달 봉사를 하면서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힘들지도 않고 무척 재미있다”고 웃었다.
연탄 배달 봉사에 처음 참가했다는 한 직장인은 “처음 왔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고 비슷한 나이대의 친구들과 함께하니까 긍정적인 기운이 느껴져 좋다”며 “자발적으로 돈을 내고 노동을 하기 때문에 누구 하나 싫은 기색이 없고 어려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끼는 것 같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정릉 산동네에서 10년째 살고 있는 한 어르신은 연탄을 배달하는 청년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연신 고맙다고 말했다. 어르신은 “이곳은 지대가 높아서 바닥에 기름 보일러를 돌려도 연탄난로를 사용하지 않으면 공기가 무척 냉랭하다. 그래서 방과 주방에 모두 연탄난로를 사용하는데 연탄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간다”며 “오늘 200장이 들어오면 최소 한 달 정도는 걱정이 없다. 연탄을 사서 쓰려면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르신은 “어린 청년들이 연탄을 나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들딸 같아 짠하면서도 너무 고맙다”고 인사를 전했다.


결혼 2주년 이벤트로 연탄 1000장 기부도
이날 봉사활동에는 남다른 사연을 가진 기부자도 있었다. 유학열·이지연 씨 부부는 결혼 2주년 기념으로 연탄 1000장을 기부하면서 의미 있는 축하를 받았다. 사랑의 연탄나눔운동에서 5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직장인 유학열(38) 씨는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할 때는 아직 연탄을 쓰는 가구가 이렇게 많은지 잘 몰랐는데 서울에도 곳곳에 연탄이 필요한 동네가 많았다”면서 “운동한다는 생각으로 한 달에 2~3번씩 연탄 배달 봉사에 참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 씨는 “결혼하기 전부터 아내와 함께 연탄 배달 봉사를 했는데 이번 결혼기념일에는 연탄을 기증하자고 제안했더니 아내가 흔쾌히 수락했다”면서 “가끔 꼬마들이 부모를 따라와 연탄을 1개씩 나르는 모습을 보면 정말 귀엽다.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셋이 함께 연탄 배달 봉사를 다니고 싶다”고 꿈을 내비쳤다.
군 제대 후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한 유 씨는 보육원, 집 리모델링, 페인트칠하기 등 주말이면 전국 곳곳으로 봉사활동을 하러 다니는 게 일상이다. “재미있게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목표”라는 그는 “처음에는 친구들과 함께하거나 자신이 속해 있는 모임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하는 게 가장 좋다”며 “여럿이 함께 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활기찬 에너지 때문에 재미있어서 계속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연탄 배달 봉사는 낮 12시가 다 돼서야 끝났다. 8가구의 어르신들에게 1600장의 연탄 배달을 끝마친 30여 명의 청년 참가자들은 “다음에 또 오고 싶다”, “힘들었지만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어르신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 보람차다”라고 말하며 서로의 얼굴에 까만 연탄 가루를 묻히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활동을 마무리했다.
원기준 ‘사랑의 연탄나눔운동’ 사무총장은 “연탄 배달 봉사활동은 여러 명이 같이 할 수 있고 내가 직접 수혜자들을 만나는 일이기 때문에 돈만 내는 형식적인 봉사활동에 비해 참여도가 높다”며 “코로나19로 참가자가 줄었다가 2022년에는 참가를 원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연탄 배달 봉사뿐만 아니라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다양한 활동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 김민주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

어디서나 언제든 연탄봉사 가능해!
연탄 나눔봉사에 참여할 수 있는 단체는 다양하기 때문에 봉사자의 활동지역이나 성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사랑의연탄나눔운동’은 전국 각지에 24개 지부를 두고 있으며 봉사자는 개인과 단체로 선택해서 참여할 수 있다. 개인 봉사자들은 혼자, 친구, 가족 등 소수로 참여하는 봉사자들이 모여서 함께 연탄을 나를 수 있으며 사전등록을 해야 한다. 단체 봉사자들은 누리집(https://lovecoal.org, 02)334-1042)에서 일정을 확인한 후 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또한 연탄나눔 봉사는 봉사자들이 자율적으로 후원금을 모아서 연탄을 구입하기 때문에 적절한 금액의 후원금도 준비해야 하며 사회복지 자원봉사인증관리를 통해 봉사시간도 등록할 수 있다.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역시 전국 31개 지역은 물론 해외까지 지원 활동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연탄나눔 단체다. 단체 봉사자들은 홈페이지에서 봉사신청 게시판에 사전신청을 해야 하며 개인 봉사자들은 카카오톡에서 ‘밥상공동체연탄은행’ 채널을 추가한 뒤 봉사신청을 접수해야 한다. 연탄나눔 1인 후원금은 연탄 20장을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인 1만 6000원이며 입금 확인 후 신청이 완료된다. 기부금 영수증과 봉사시간 인증도 가능하다. (https://www.babsang.or.kr, 1577-9044)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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