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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추천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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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책나눔위원회가 매달 일곱 권의 책을 추천합니다. ▲문학 ▲인문예술 ▲사회과학 ▲자연과학 ▲실용일반 ▲그림책·동화 ▲청소년 분야의 추천 도서는 여러분의 독서 욕구와 지적 호기심을 샘솟게 할 것입니다. <공감>은 책나눔위원회의 추천 도서를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가족을 구성할 권리
혈연과 결혼뿐인 사회에서 새로운 유대를 상상하는 법

김순남 지음 | 오월의봄
인문학을 날카로운 비판과 면밀한 해석을 통해 인간됨의 의미를 묻는 것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면 김순남 선생의 이 책은 가족에 관한 좋은 인문학적 성찰을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선생은 이 개념에 기반을 두고 가족을 둘러싼 여러 갈래의 복합적인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그것은 퀴어, 장애인, 비혼 여성, 싱글맘, 빈민 등과 같이 기존의 정상적인 가족 구조에서 배제되거나 그 속에서 차별받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가족의 문제를 다시 사고하려는 기획이다. 가족 제도는 인류사에서 가장 오래된 제도 중 하나인데, 이 책은 그 제도에 관한 근본적인 성찰을 촉구하고 있는 셈이다. 간명하고 정제된 글쓰기가 이 어렵고 복잡한 문제에 대한 더 많은 독자들의 접근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가족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은 책이다.

진태원(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


이국에서
이승우 지음 | 은행나무
5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 <이국에서>의 ‘작가의 말’에 작가는 이렇게 썼다. “어디에나 있는 다른 나라, 그리고 한 사람 안의 외부인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그리고 작가는 그렇게 했다. 황선호라는 신념을 지키고 싶으나 자신의 보스의 뇌물 스캔들을 뒤집어쓰게 돼 ‘보보민주공화국’으로 숨어 있어야만 하는 인물을 둘러싼 필연으로, 혹은 외부인이거나 내부인으로, 정당한 자유를 꿈꾸며 살고 싶어 하는 평범한 인물들로.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그 평범한 인물들이 만들고 가꿔가는 작은 세계에 우리는 황선호처럼 감탄하고 스며들게 될지 모른다. 황선호는 보스의 명령과 그 조직을 이끄는 ‘기린’의 권유에 따라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한 선택을 하게 되었으나 그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내리는 결말에서의 선택은 ‘남을 위한 일이어도 네가 원하는 일인지 생각하라’는 어머니의 충고와 맞닿아 있다.

조경란(소설가)


하버마스와의 대화
한상진 지음 | 중민출판사
오늘날 서구 사상을 대표하는 이론가의 한 사람인 하버마스와의 대화가 중요하게 다가온다. 이 책은 40년 이상의 긴 세월을 하버마스의 사상에 관심을 기울여 연구했고 하버마스를 한국에 초청하여 한국 학계와 하버마스와의 대화의 장을 마련한 한상진 교수의 대화록이다. 1995년에 시작되어 2018년 코로나19 이전까지 계속된 하버마스와 한상진의 지적 교류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언론매체를 위한 하버마스와의 인터뷰, 독일의 하버마스 저택으로 가서 사적으로 나눈 경험을 쓴 탐방기, 1996년 하버마스의 한국 방문 뒷이야기와 하버마스가 한국 방문 후 보낸 편지 등이 파도처럼 자연스럽게 밀려온다. 책의 부록에서는 하버마스가 한국을 포함해 일본과 중국을 방문하면서 갖게 된 동아시아의 문명과 현실에 대한 견해도 엿볼 수 있다.

정수복(사회학자·작가)


수학의 기쁨 혹은 가능성
세상의 미로에서 헤매지 않기 위해 지금 필요한 공부
김민형 지음 | 김영사
수포자가 늘어나는 세상에서 수학함의 기쁨을 이야기하는 수학자, 수십 년간 수학을 연구해온 세계적인 수학자 김민형 교수가 쓴 수학 교양서다. 세상을 이해하는 효율적인 언어로서 수학의 쓸모를 탐구하고, 역사를 통해 보는 수학의 가치와 매력을 살피면서, 마지막으로 현대의 수학 문화를 이끌어가는 수학자들의 이야기가 추가된다. 피타고라스 정리는 왜 가장 중요한 수식이며, 음악은 어떻게 수학으로 표현될 수 있는지, 플라톤은 왜 수학을 공부하라고 했고,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어떻게 실수의 과정을 거쳐 풀렸는지 등등을 친근하게 설명해주는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어렵게만 느껴지던 수학의 세계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다. 무엇보다도 현대 수학 문화를 만들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는 다른 어느 수학책에서도 보기 어려운 이 책의 장점이다.

권복규(이화여자대학교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내가 알던 것보다 사연이 많아!
K–요괴 도감

이고은 지음 | 후즈갓마이테일
요괴와 관련된 이야기는 만화로 구성했고, 관련 토막 역사 상식도 담는 등 짜임새 있게 만들어 재밌게 읽으면서도 상식과 정보를 챙길 수 있게 했다. 무서운 이야기 중에서 한국 요괴는 꽤 독특하다. 무섭지만 해학이 있고, 두렵지만 매우 인간적이기도 하다. 많은 한국 요괴는 희로애락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안고 있기도 하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만들어진 캐릭터이기에 우리 조상들의 오랜 삶이 녹아 있기 때문일 테다. 그만큼 요괴의 세계는 우리 한국인의 세계의 일부라 할 수 있다. 작가도 “한국 요괴는 다른 나라 요괴보다 유독 속설이 많다. 다양한 속설 사이에서 적절한 사연을 고르고, 내 생각을 더해 책을 만들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책의 장점은 일러스트이다. 재미있으면서도 감각적으로 재해석한 요괴들을 눈으로 보는 즐거움이 아주아주 크다.

최현미(문화일보 문화부장)


반도체 삼국지
글로벌 반도체 산업 재편과 한국의 활로

권석준 지음 | 뿌리와이파리
‘산업의 쌀’로도 불리는 반도체는 21세기 국가 간 기술 패권 경쟁의 열쇠다.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 생산의 10%, 전체 수출의 20% 정도를 반도체가 차지한다. 부제목이 ‘글로벌 반도체 산업 재편과 한국의 활로’인 이 책에서 공학자 권석준 교수(성균관대)는 한중일 반도체 산업 현황과 역사, 향후 구도와 전망 등을 기술전략적 관점에서 풀어냈다. 경제·산업이나 기술개발·반도체 등을 잘 모르는 필자 같은 독자라도 조금만 집중하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직면한 도전은? 대응 전략은? 중국, 일본 반도체 산업의 허실과 가능성?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갖는 의미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 전쟁의 핵심은? 일본은 국가의 지나친 간섭과 미국의 견제 속에 세계 기술표준과 동떨어진 길을 가다 몰락했지만 소재·부품·장비 분야 세계 최고 경쟁력을 바탕삼아 재도약할 가능성이 있다.

표정훈(평론가)


유배도 예술은 막을 수 없어
허균부터 정약용까지 고난 속에서 피어난 조선 7인방

신승미, 김영선 지음 | 다른
위기를 기회로 삼은 사람들의 내면은 단단하다. 성장 배경, 유배 이유는 물론 유배지의 생활을 통해 이들의 생각과 경험이 어떻게 예술로 발현되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자.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부조리한 제도를 비판하며 백성들의 삶에 관심을 보였고 실용적인 학문에 힘을 쓴 인본주의자였다는 공통점은 오늘 우리가 사는 현실에도 필요한 관점이다. 극한의 상황을 이겨낸 의지와 노력, 현재보다 나은 세상을 향한 꿈은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으로 마치 유배 생활을 하듯 거리두기를 하는 요즘 청소년들에게 본보기가 될 만한 삶의 태도다. 자기와의 싸움에서 지지 않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우선 귀감이 될 만한 인물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자. 불안하고 막막한 미래를 준비하고 싶다면 자신의 상황과 내면을 성찰할 시간이 필요하다.

류대성(<읽기의 미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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