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미거리 풍성 머무르고 싶은 겨울 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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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남해 ‘남파랑길 39코스’
한겨울에도 여행자의 발길이 부담 없이 이어지는 곳이 있다. 남해안의 끝자락 경상남도 남해가 그렇다. 이미 연육교로 이어진 지 오랜 섬이라서 그럴까, 굳이 섬 도(島)자를 붙이지 않고 ‘남해(南海)’라고 부르는 곳이다. 남해의 겨울은 볕도 잘 들고 푸르다. 청량한 바다가 그렇고 들녘이 그러하다. 사람의 발길이 닿는 곳이라면 ‘남해초’라고 부르는 초록의 시금치가 겨우내 싱싱함을 더한다. 여기에 굴, 개불, 도미, 갈치, 멸치 등 다양한 별미거리까지 풍성하니 이제는 머무르는 여행지의 대명사격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마침 남해에는 무려 240㎞에 달하는 꽤나 긴 걷기여행길 ‘남해바래길’이 있다. 그중 섬 외곽을 아우르는 11개 코스가 코리아둘레길의 ‘남파랑길’과 중첩된다. 남파랑길 39코스는 500년 전통어업을 이어오는 현장으로 남해의 매력이 고스란히 담긴 걷고 싶은 길이다.
남파랑길39코스는 일명 ‘죽방멸치길’이라는 이름도 갖고 있다. 지족해협을 따라 죽방렴 원시어업의 현장을 그대로 목격하며 걸을 수가 있다.
해안을 따라 걸으며 갯벌과 죽방렴을 감상하다가 전도, 둔촌 등 어촌체험마을을 지나고 호젓한 마을길을 걷다가 선인들의 슬기가 담긴 물건방조어부림 산책로도 만나는 코스다.
전통 어로 방식 개불잡이 겨울철 이색 풍광
죽방렴~지족해협길
39코스의 시작은 남해군 삼동면 지족리 하나로마트다. 창선교남단~죽방렴~지족해협길~삼동소공원~전도마을~남해청소년수련원~둔촌마을회관~화천~고갯마루~물건방조어부림~물건마을정류장(독일마을입구)에 이르는 10km 구간에는 남해의 매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족해협 해안길로 내려서니 창선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해안도로 입구에는 멸치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물살이 빠른 지족에서는 전통어로시설 죽방렴을 만날 수 있다. 남해군에는 국내 유일의 나무 그물인 죽방렴을 이용한 어업이 남아 있다. 죽방렴은 부채꼴 모양으로 나무말뚝을 쳐놓아 고기들이 한번 들어오면 빠져나갈 수 없다. ‘대나무 어사리’라고도 부르는데, 길이 10m 정도의 참나무 말뚝 300여 개를 갯벌에 박고 주렴처럼 엮은 대나무 발을 조류의 흐름 반대편 방향에 V자로 벌려두는 원시어업이다. 갇힌 고기는 간조 시에 잡아들인다. 주로 멸치를 잡고 있지만 학꽁치, 병어, 전어, 장어, 새우 등 다양하다.
죽방렴으로 잡은 멸치는 명품으로 통한다. 조업 과정을 지켜보니 그럴 법도 하다. 비늘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잡아 올려 뜨거운 가마솥에 바로 데쳐서 말리기 때문에 멸치 모양이 반듯하다. 현재 지족에는 죽방렴이 23개가 남아 있으며 일대를 명승(71호)지로 보호하고 있다.
지족에서는 겨울철 이색 풍광과도 마주할 수 있다. 개불 잡이가 그것이다. 창선교 아래 지족 앞바다가 조업 장소다. 소형 어선이 수심 3~4m의 바닷속 자갈밭에서 개불을 채취한다. 지족 앞바다에서는 오래전부터 해온 전통 어로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갈고리와 물풍(물보)을 이용해 이루어지는데 갈고리에는 낚시 바늘처럼 생긴 발들이 달려 있어 바다 속 개펄에 대고 배를 끌면 뻘 속에 살고 있던 개불이 갈고리에 걸려 올라오게 된다. 이 때 배로 갈고리를 끌고 가는 속도가 일정하지 않으면 개불에 상처가 나므로 배의 동력 대신 ‘물풍(물보)’이라 불리는 천에 바닷물을 담아 바닷물의 흐름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일정한 속도를 유지한다. 쪽빛 바다에 부챗살 모양의 흰 물풍을 드리운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다. 이곳 개불잡이 어민들은 개불 또한 지족 앞바다 것이 최고라고 자랑이다. 물살이 센 곳에서 자란 것의 육질이 더 쫄깃하기 때문이다. 또 모래밭에서 나는 것은 큼직하기는 해도 자갈밭에서 캐낸 것만은 못하다고 한다. 때문에 남해에서도 개불은 노량, 지족, 신안(사천) 등 거센 해류가 흐르는 해역에서 주로 조업이 이뤄지고 있다.
호젓한 내륙 길 지나 조개 캐기 체험도
꽃내~물건리 방조어부림
죽방렴이 있는 지족리를 빠져 나오면 금송리다. 적조방제용 장비보관 창고, 금송교를 지나 해안도로 옆 소공원에는 SAM DONG이란 영문 글자 포톤 존이 세워져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갯벌 체험장 입구를 지나면 전도마을이다. 전도는 애초 섬이었는데 간척사업으로 육지가 되어 한때는 염전이 발달했던 곳이다. 이제는 그 흔적을 찾아 볼 수 없지만, 소금을 팔아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해서 돈 전(錢)자, ‘전도’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다.
돌미역으로 유명한 전도마을을 나서 오르막 숲길 능선을 지나 내리막길에서 남해 청소년 수련원을 만난다. 길은 내륙의 호젓한 길을 지나 조개캐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둔촌마을을 지난다. 바다를 뒤로 한 채 우리말로 하면 ‘꽃내[花川]’가 되는 화천변 둑길도 걷는다. 둑길을 얼마간 걷다 더 깊숙한 산골마을로 접어드는데 내동천이다. 산골마을 하나를 지나 언덕을 넘으면 갑자기 시야가 터지면서 마리나리조트가 있는 물건항 바다가 열린다. 마을과 농작물을 풍해에서 보호하는 방풍림인 물건 방조 어부림 숲도 가깝다.
물건리(勿巾里)에는 남해의 대표적 경관중 하나인 물건리 방풍림이 자리하고 있다. 정식 이름은 ‘방조어부림(防潮漁府林)’이다. 보통 방풍림보다는 그 규모가 훨씬 크다. 숲의 길이가 1.5㎞에 면적이 7000평이 넘는다. 천연기념물 150호로 지정돼 있는 이 숲에는 상수리나무, 참느릅나무 등 2000여 그루의 아름드리나무와 광대싸리, 동백, 보리수 등 8만여 그루가 밀생해 있다. 17세기에 만들어진 방조어부림은 ‘방조어유림’으로도 불린다. 고기떼를 부르고 바람을 막는다는 방조림과 어부림의 역할을 모두 한다는 뜻이다.
데크 산책로 중간부분에는 물건항이 보이고 끝나는 부분에서 마을길로 오른다. 물건리 마을회관을 지나 동부대로 물건마을 버스정류장 옆에는 39코스 종점이자 40코스 시점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쉬엄쉬엄 3~4시간이면 남해의 내력에 푹 젖어들 수 있는 걷기 여정을 즐길 수 있다. 인근에는 독일마을도 자리하고 있다.
여행메모
가는 길
승용차
경부고속도로~통영-대전고속도로~사천IC~남해-미조 방면~삼동면 지족리 하나로마트(경남 남해군 삼동면 동부대로 1875 / 4시간 40분 소요)
대중교통
*서울남부터미널~삼천포시외버스터미널(4시간 24분 소요)~사천(일반25번 버스, 1시간 20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남해시외버스터미널(4시간 20분 소요)~남해-미조행 일반버스~삼동면사무소(지족) 정류장 하차(1시간 3분 소요)
*남파랑길39코스 종점~삼동면 물건리 물건마을(경남 남해군 삼동면 동부대로1030번 안길 49-10)
물건마을 정류장에서 미조~남해, 설리~남해, 은점~남해 버스 이용하여 남해공용터미널 하차/ 남해읍 공용버스터미널~지족리~물건리 버스 약 1시간 간격 운행.
뭘 먹을까
3자(유자, 비자, 치자), 3치(시금치, 멸치, 갈치)의 고장으로도 불리는 경남 남해는 따스한 기후 이상으로 맛난 별미거리가 가득한 매력 있는 여행지이다. 굵은 생멸치를 매콤하게 지져내 상추쌈을 싸먹는 멸치쌈밥. 싱싱한 은갈치살을 막걸리식초로 발갛게 버무려낸 갈치회무침 등은 입 안 가득 침을 고이게 한다. 그뿐인가. 못생겨도 맛은 좋은 개불은 저절로 소주잔을 기울이게 하는 특급 안주감이다.
*멸치쌈밥
남해의 대표 별미거리는 단연 멸치요리. 멸치회, 멸치찌개, 멸치구이 등 싱싱한 생멸치를 무치고, 지지고, 구워 내는 게 일미다. 그중에서도 멸치쌈밥은 매콤하게 지져낸 멸치찌개와 상추쌈의 어우러짐이다. 야들야들한 상추에 흰쌀밥과 부드러운 멸치 살, 그리고 마늘과 막장이 만나니 세상 부러울 게 없는 맛의 조합이 이뤄진다. 멸치찌개는 무, 보리새우 등을 넣고 우려낸 시원한 육수에 무청 시래기, 고구마 순 등을 깔고 고추 가루와 된장을 풀어 한소끔 끓이다가 어른 손가락만 한 생멸치를 손질해 넣고 여기에 대파 양파 풋마늘 고추 등을 넣어 자글자글 끓이면 완성된다. 멸치쌈밥집으로 삼동면 파출소앞 우리식당 등이 유명하다.
*갈치회무침
남해 주변 해역은 물살이 세다. 따라서 이곳 바다에서 잡힌 생선은 유독 쫄깃해 맛좋은 횟감으로 정평이 나 있다. 남해 바다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미조항이다. 남항과 북항 포구에 늘어선 횟집, 밥집마다 싱싱한 해산물을 횟감으로, 굽고 지지고 맛깔스럽게 차려낸다. 그중 산 갈치를 횟감으로 잘게 썰고 풋고추, 미나리, 양파, 식초, 고추장 소스, 참기름에 갖은 양념을 넣고 뚝딱 버무려 내는 갈치회무침은 매콤달콤 별미이다. 미조항 수협 공판장 뒤 공주식당은 막걸리식초로 풍미를 더해서 갈치회무침으로 유명하다.
김형우 한반도문화관광연구원장(관광경영학 박사)_ 신문사에서 20년 동안 관광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전 세계 50여 개국, 전국 각지의 문화관광자원 현장과 정책을 취재했다. 지금은 한반도문화관광연구원을 통해 대한민국관광 명품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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