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패’는 계속 진 걸까? 이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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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음반의어
“대한민국이 3연패했다.”
이 문장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한국이 세 번의 경기에서 모두 졌다는 뜻으로 ‘연속으로 패하다’라는 뜻을 가진 ‘연패(連敗)’를 말하고 다른 하나는 한국이 세 번의 대회에서 ‘연속 우승했다’는 뜻의 ‘연패(連?)’를 말하기도 합니다. 같은 단어임에도 상반된 의미로 해석되기에 더욱 헷갈리는데요.
사실 이런 문장은 자주 볼 수 없습니다. 만일 연속 우승했다면 ‘3연패를 달성했다’ ‘3연패에 성공했다’는 등의 긍정적 표현으로, 연달아 졌다면 ‘3연패 수모를 당했다’ ‘3연패 부진에 빠졌다’ 등의 부정적 표현으로 적었을 텐데요.
이렇게 ‘연패’는 한글만으로는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바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단어 앞뒤 문맥을 살펴보면 무슨 뜻인지 단박에 파악할 수 있지만 뜻이 반대에 가깝기 때문에 글로 쓸 때는 한자를 같이 적는 것이 가장 좋은데요.
상반된 뜻 지닌 단어들 : 방화, 소화, 사재, 실권, 수상
이와 같이 소리는 같으나 뜻이 다른 단어를 ‘동음이의어’라고 하는데 그 가운데서도 뜻이 반대인 단어를 ‘동음반의어’라고 합니다. 동음반의어는 ‘연패’ 말고도 매우 많은데요. ‘부동’ 역시 ‘물건이나 몸이 움직이지 아니함(不動)’이라는 뜻과 ‘고정되어 있지 않고 움직임(浮動)’이라는 상반된 의미를 지녔습니다.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고 하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부동을, ‘시중에 부동 자금이 넘쳐난다’고 하면 고정돼 있지 않고 움직인다는 부동을 뜻합니다.
‘제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공적으로 눈을 만든다는 뜻의 ‘제설(製雪)’과 쌓인 눈을 치움 또는 그런 일을 말하는 ‘제설(除雪)’이 반대 뜻을 지녔고요. 물을 흘려보냄의 ‘방수(放水)’와 물이 새거나 스며들거나 넘쳐흐르는 것을 막음을 뜻하는 ‘방수(防水)’도 동음반의어입니다.
이밖에 ▲방화: 일부러 불을 지름(放火), 불이 나는 것을 미리 막음(防火) ▲소화: 불에 태움(燒火), 불을 끔(消火) ▲사재: 회사 재산(社財), 개인 재산(私財) ▲실권: 행사할 수 있는 권리나 권세(實權), 권리나 권세를 잃음(失權) ▲수상: 상을 줌(授賞), 상을 받음(受賞) 등도 상반된 뜻을 지닌 단어들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한국어에는 동음반의어가 많은지 궁금해지는데요. 이는 우리 언어가 한자 문화권이기 때문입니다. 한자는 하나의 글자로 다양한 뜻을 품을 수 있는데요. 여기서 같은 음절(하나의 종합된 음의 느낌을 주는 말소리의 단위, ‘아침’의 ‘아’와 ‘침’을 말함)에 같은 뜻이 있는 음이 많기 때문에 자연스레 같은 음이라도 다른 뜻인 동음반의어가 생기는 것입니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뿐만 아니라 말도 마찬가지임을 느끼게 하는데요. 이렇게 한자로 이뤄진 낱말 가운데 같은 단어임에도 전혀 다른 뜻을 가진 단어들을 알아놓는다면 어휘력을 넓히고 말을 바르게 쓰고 이해하는 데 더욱 도움이 될 겁니다.
12월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더니 뚝 떨어진 기온에 ‘진짜 겨울’이 왔음을 실감합니다. 더불어 어디를 가도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나오고 장식도 눈에 띄면서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데요. 올 연말은 처음으로 월드컵이 겨울에 개최되면서 그 열기까지 더해져 뭔가 더욱 설레는 기분입니다.
무엇보다 올해는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제야의 종’ 타종 행사가 재개되고 대면 송년회가 가능해진 만큼 저마다 직장 동료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연말연시에 예년과 사뭇 다른 분위기인데요. 2022년 소중한 사람들과 안전하고 즐겁게 잘 마무리하길 바랍니다.
백미현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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