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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선호하는 반도체 인재 양성의 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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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콘택트 얼라이너(Contact Aligner) 장비로 노광공정을 실습하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 반도체융합캠퍼스를 가다
“반도체 클린룸(청정실)에 들어가려면 방진복을 입고 방진복에 묻은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산업현장과 동일한 바람 세척(에어샤워)을 해야 합니다. 반도체 클린룸은 최고 수준의 청정도를 유지해야 해서 먼지 한 톨도 용납하지 않습니다.”
한국폴리텍대학 반도체융합캠퍼스를 찾은 6월 22일 권혁민 반도체공정장비과 교수의 안내에 따라 클린룸에 들어서니 파란 방진복을 입은 학생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권혁민 교수는 “오늘은 반도체 제조 과정 중에서 반도체 원판인 실리콘웨이퍼에 감광제를 바른 다음 15초간 빛을 이용해 회로를 새기는 전공정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제조는 원판인 웨이퍼에 회로를 인쇄하는 전공정과 웨이퍼를 개별 칩 단위로 분리·조립해 반도체 칩을 제품으로 만들고 테스트하는 후공정으로 나뉜다. 권 교수는 “이 클린룸에는 진공증착기, 웨이퍼 식각기, 박막두께측정기, 표면단차분석기 등 반도체 제조에 실제로 사용하는 장비가 갖춰져 있다”며 “반도체 생산 기업에서 사용하는 제조 장비를 학생들이 직접 다루면서 반도체회로를 설계하고 제품을 확인하는 전 과정을 직접 실습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한국폴리텍대학 졸업생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반도체 공정 진행 전에 세정 장비로 세정을 실습하고 있다.

“탄탄한 실습… 취업 이후 적응 문제없어요”
“감광제를 웨이퍼 위에 고르게 도포해야 미세 패턴을 형성할 수 있어요. 아, 그 정도면 적당하겠네요.”
권 교수의 지도에 따라 실습하던 2학년 지수웅(31), 심규창(30), 박세준(34) 씨의 표정에 순간 긴장감이 돌았다. 그것도 잠시. 능숙하게 세정 공정과 스핀 공정을 진행했다. 한 치의 오차 없이 웨이퍼를 세정한 다음 감광제를 발랐다. 그 손길이 예사롭지 않다. 오랜 실습과 노력,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이뤄낸 결과다.
이어 학생들이 콘택트 얼라이너(Contact Aligner) 장비로 감광액을 도포한 웨이퍼 산화막 위에 회로 패턴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노광공정 과정이다. “아주 잘됐습니다.” 이를 유심히 지켜보던 권 교수의 칭찬에 학생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실습은 학기 중에는 물론 방학 중에도 계속된다.
지수웅 씨는 “1학년 때 공정 전반에 대한 이론 수업을 바탕으로 2학년 때 중점적으로 실습하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겼다. 특히 다양한 모의 실험(시뮬레이션)을 통해 이해하는 데 훨씬 수월할 뿐만 아니라 제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며 “탄탄한 실습 덕분에 취업 이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적응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심규창 씨는 “일반 4년제 공대에는 반도체 장비가 거의 없고 석사과정이 돼야 장비를 다룰 기회가 생긴다고 들었다”며 “반도체 제조 8대 공정을 학부 때부터 제대로 완벽히 익힐 수 있어 취업 때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 자신 있게 경력(스펙)으로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공정 실습 때는 식각 공정 후 표면단차분석기를 통한 품질 검증 과정까지 진행됐다. 이런 실무 중심 교육과 높은 취업률로 인해 다른 대학을 다닌 학생이나 직장을 그만두고 입학한 학생도 많다. 박세준 씨 역시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 외국계 기업에 다니다 입학한 경우다. 그는 “반도체 장비 기술과 소프트웨어 등을 배우고 싶어서 왔다”며 “클린룸을 갖춰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장비와 지식, 기술 등을 더욱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반도체 전문 인력, 더 나아가 반도체 공정 및 유지보수 인력 양성의 전진기지 한국폴리텍대학은 전국에 8개 대학 40개 캠퍼스를 운영 중이다. 산업 전문기술 인재 양성기관으로 산업현장의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한 결과, 현장 인력을 양성하는 전문대 중에서도 우수 사례로 꼽힌다.
전액 등록금으로 운영하는 사립 전문대와 달리 정부가 매년 300억 원 이상 예산을 시설·장비에 투입해 현장과 비슷한 반도체 공정과 유지보수 실습이 가능한 장점 덕분에 취업률이 높다. 4개 캠퍼스에서 매년 475명의 반도체 인력이 졸업하는데 취업률이 82~92%에 달한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DB하이텍 같은 대기업과 탄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에 취업하고 연봉도 4000만 원 이상이다.

▶반도체융합SW과 학생들이 PC 기반으로 반도체 장비를 제어하고 있다.

산업체 연계 융합형 프로젝트 실습 운영
반도체융합캠퍼스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63억 원을 투자해 설계, 장비 설계, 융합 소프트웨어(SW), 전기 시스템, 공정 장비, 품질 측정 등 설계-전공정-후공정 전체를 아우르는 실험·실습 시설 장비를 완비했다. 특히 반도체융합SW과 학생들의 실습이 주로 이뤄지는 반도체장비디지털센터는 이곳만의 자랑거리다. 기업이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 장비 개발 과정에 따라 장비 설계, 전장 설계 및 제어, 제어 소프트웨어 개발, 장비 품질관리 실습이 체계적으로 가능하도록 구축돼 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원익IPS 등 반도체 대기업 및 중견 소부장 산업체 현장 경력을 가진 교수 6명을 초빙했다. 권혁민 교수뿐 아니라 박창순 학장 역시 LG반도체, SK하이닉스 등에서 오랜 기간 풍부한 현장 경험을 쌓았다.
박 학장은 “정부의 반도체산업 육성 전략과 연계해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2020년 3월 안성캠퍼스를 개편해 국내 최초 종합 반도체 대학인 반도체융합캠퍼스를 출범시켰다”며 “이곳을 지휘 본부(컨트롤타워)로 삼아 소재(성남), 후공정(아산), 장비 유지보수(청주) 등 반도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기술을 교육 현장에 전하고 싶어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융합캠퍼스의 특징은 한국반도체산업협회와 업무협약(MOU)을 맺어 산업체 연계 융합형 프로젝트 실습 과목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현장 실무 경험을 쌓은 4명의 교원과 4개 학과 재학생 50명이 참여하는 학과 간 전공 통합형 실습 과목으로 기업의 장비 개발 프로세스를 융합 프로젝트로 접목해 교과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 성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박 학장은 “반도체 8대 공정 장비 개발을 목표로 ‘PE-CVD 장비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그 결과물로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한국산업융합학회, 한국금형공학회 등 학술대회에 참가하고 있다”며 “한국산업융합학회 학술대회 우수논문상을 세 번이나 수상했다”고 말했다.
2년제 학위과정인 반도체융합캠퍼스는 학비가 무료인 다른 캠퍼스와 달리 자부담이 있다. 하지만 학기당 130만 원 정도로 저렴할 뿐만 아니라 60% 이상이 장학금을 받기 때문에 실제 부담액은 더 적다. 기숙사 생활을 하더라도 월 10만 원 내외의 이용료만 내면 된다. 단, 대학 졸업 후에 취업하지 못한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과정으로 입학할 땐 학비가 전액 무료이고 식비, 교통비를 지급한다.
한국폴리텍대학은 9월 13일부터 2년제 학위과정 수시 1차 원서 접수를 시작한다. 모집 인원은 전국 28개 캠퍼스 155개 학과 총 6630명이다.

글 김미영 기자, 사진 한국폴리텍대학

▶한국폴리텍대학 반도체융합캠퍼스 내 게시판 앞에 선 민우진(반도체품질측정과 2학년), 김영철(반도체설계과 2학년), 최유택(반도체설계과 1학년)씨(왼쪽부터)

“실습으로 무장… 취업 걱정 안 합니다”
“취업이요? 우린 그런 걱정 안 해요.”
한국폴리텍대학 반도체융합캠퍼스 반도체설계과 2학년 김영철(25) 씨는 졸업까지 한 학기가 남았지만 취업에 성공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경기침체 속에서 대학 졸업자의 취업난이 심해지고 있지만 우리한테는 남의 일이에요. 저처럼 이미 취업에 성공한 동기가 꽤 됩니다.”
한국폴리텍대학은 산업 전문기술 인재 양성기관으로서 반도체 산업현장의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한 결실을 높은 취업률로 증명하고 있다. 실제 반도체융합캠퍼스 2022년 2월 졸업생 중 반도체설계과, 반도체품질측정과 취업률은 각각 81.3%, 83.3%에 이른다. 일반대학(62.9%)과 전문대학(70.2) 취업률을 훌쩍 넘어서는 성과다.
김 씨는 “평소 스마트폰, 컴퓨터 등 전자기기에 관심이 많았지만 고교 졸업 후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며 “반도체 지식을 바탕으로 해당 업계에 취업하고 싶어 군 제대 후 입학했는데 예상보다 취업이 빨랐다”고 말했다.
“취업에 성공하는 데 클린룸(청정실) 등 현장형 통합 실습 교육환경이 주효했던 것 같아요. 취업 과정에서 치른 D램 설계 시험에 학교에서 배운 것만 출제돼 아주 거뜬하게 풀었고 면접 때는 반도체 설계와 제조 과정에 대한 제 답변에 오히려 면접관들이 ‘이런 것도 배웠냐?’며 놀라더라고요. 한국폴리텍대학의 강점이 뭔지 새삼 톡톡히 알게 됐죠.”
반도체품질측정과 2학년 민우진(23) 씨는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취업이 가능하지만 학업을 위해 11월로 잠시 미뤘다. 4년제 대학 신소재공학과를 자퇴하고 2021년 ‘U턴’ 입학생으로 들어온 그는 정밀측정산업기사, 품질경영산업기사 자격증을 딴 뒤 취업에 도전하려고 한다.
“이전 대학을 다니는 2년 동안 실습이 거의 없어 전공에 대한 흥미는커녕 전망도 취업에 대한 확신도 가질 수 없었어요. 지금 대학은 전공이 적성에 맞을 뿐만 아니라 이론부터 실습까지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도면 보는 것부터 측정기 다루는 것까지 전문 지식을 쌓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원하는 기업의 취업을 자신합니다.”
한국폴리텍대학 학생들이 이렇게 취업 걱정을 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송지영 교학처장은 “반도체 설계-전·후공정-테스트는 물론이고 반도체 관련 장비 설계·제조까지 담당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며 “현장과 동일한 실습 환경, 융복합 수업을 연계한 ‘러닝 팩토리’ 덕분에 반도체 우량업체에서 추천 의뢰뿐 아니라 민우진 씨 같은 유턴 학생 비중이 늘고 있다”고 설명한다.
반도체설계과 1학년 최유택(27) 씨도 취업 걱정은 “노(NO)”라고 말했다. 항공전자정비공학과 졸업 후 항공 관련 대학 정비팀에서 근무했던 그는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항공산업도 경쟁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직장을 잃고 크게 낙담했던 그는 뭘 하며 먹고살지 고민하다가 반도체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한다. “반도체업계에 근무하는 아버지의 추천으로 오게 됐어요. 수업을 들을수록 잘한 선택이다 싶고 매우 만족합니다. 실습을 하면 할수록 반도체 기업에 필요한 실무형 인재가 돼가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합니다. 빨리 취업하고 싶어요.”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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