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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밥 같이 먹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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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휴학하고 중소기업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던 때의 일이다. 사회생활이라고는 몇 가지 아르바이트 경험이 전부였던 나에게 가장 적응 안 되던 것은 같이 밥 먹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 매일 강제로 겸상을 하면서 식당 선택의 자유마저 잃는 일이었다. 한정된 금액 내에서 눈치껏 메뉴 정도야 고를 수 있었지만 대분류를 선택할 권리는 주어지지 않았다. 질려가는 식단보다 견디기 어려웠던 건 매일 반복되는 상사들과 숨 막히는 대화였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 보통은 정적을 더 무서워하는 내향인이기에 누군가 대화 주제를 먼저 꺼내는 사람이 있다는 게 처음에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주가 채 지나지 않아 그 생각이 크나큰 오판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상사의 사돈의 팔촌의 취업 소식이라든지 “라떼는…”으로 시작하는 온갖 사담을 듣다 보면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단 한 가지뿐.
‘내가… 대체… 이걸… 왜… 알아야 하죠?’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정상적인 대화라는 것과는 거리가 먼 일방적 ‘말 토해내기’를 매일 듣고 있자면 어느 순간엔 ‘이쯤이면 억지 리액션 수당 같은 거라도 받아야 수지타산이 맞는 게 아닐까’ 싶은 날도 생겼다. 사실 그 수당이 이미 월급에 포함돼 있음은 더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깨달았지만.
나에게 회사를 다닌다는 건 내 시간을 팔아 돈을 버는 행위였다. 그런고로 여느 때와 같이 시간의 판매가 종료된 6시 00분, 마땅히 ‘칼퇴’를 하려 일어서려는 나의 뒤통수를 향해 상사의 목소리가 내리꽂혔다.
“김 대리는 매일 같이 한솥밥 먹으면서 퇴근할 때는 너무 정 없는 거 아닌가~? 꼭 집에 갈 생각만 하는 사람 같다니까.”
아니, 매일 같이 밥 먹는 것과 정시에 합당하게 퇴근하는 게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이죠! 상사의 인생 관련 과도한 정보를 들으며 추가 수당마저 필요하다고 느꼈던 점심시간이 그에게는 나와 정을 쌓는 시간이었다니. 그야말로 동상이몽이란 표현이 딱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식사 시간에 입 꾹 다물고 밥만 먹는 것보다는 두런두런 서로의 신변사를 나누는 게 정이라고 누군가는 생각할 수도 있다(‘가족 같은 회사’를 꿈꾸는 상사라면 더더욱). 하지만 내 생활, 내 생각에는 눈곱만큼의 관심도 없이 일방적인 동의를 구하는 식의 자기 이야기만 하는 사람과 정서적인 교감을 느끼기는 아무래도 어렵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어쩌면 가족보다 더 자주 겸상을 하며 주 5일 웃고 떠들었지만 내 마음속에서 그는 여전히 ‘회사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깊이 있는 공감의 대화 없이 단지 같이 밥을 먹는 행위만으로 누군가와 정이 든다는 건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매일 밥을 같이 먹는 것과 퇴근 시간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해답을 여전히 미지수로 남긴 채 오늘도 상사의 웃기지 않은 농담에 가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시간을 팔고 있을 모든 ‘을’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

댄싱스네일 일러스트레이터 겸 작가_ 외 두 권의 에세이를 썼고 다수의 도서에 일러스트를 그렸다. 매일 그리고 쓰는 자가치유를 생활화하고 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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