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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듣지 못하는 아이들 위해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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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 어린이 후원 밴드 ‘이층버스’
‘이층버스’라는 낭만적인 이름과는 딴판으로 ‘해체’라는 밴드의 목표는 짐짓 파격적이다. 정확히 말하면 정기공연 100회를 한 뒤 해체하겠다는 거다. 이들은 정기공연을 한 번 할 때마다 청각장애 어린이 한 명의 인공와우(달팽이관) 수술비를 후원한다. 빨리 더 많은 어린이를 도울수록 해체가 앞당겨지는 셈이다. 모두가 밴드가 와해될 날을 두 손 모아 기원하는 이 아름다운 모순이란! 밴드의 리더인 김형규 RBW 이사는 5년째 ‘이층버스’의 ‘운전수’로 숨 가쁜 운행을 계속하고 있다.
“수술이 필요한 청각장애 어린이가 정말 많아요. 게다가 인공와우 수술은 어릴 때 받을수록 효과가 좋습니다. 그러니 한 명이라도 더 빨리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늘 몸과 마음이 바쁘죠.”


청각장애 어린이 100명 후원 후 해체 목표
RBW는 그룹 마마무의 소속사로 잘 알려진 기획사다. 김형규 이사는 그룹 비투비·에이핑크·펜타곤·(여자)아이들 등 케이팝을 대표하는 아이돌 스타를 대거 발굴한 기획자이자 그룹 신화·빅마마·쿨, 가수 더원 등의 음악을 만든 인기 작곡가다.
음악밖에 모르던 그에게 새로운 세상의 창이 열린 건 가수 데뷔를 앞둔 연습생들을 대상으로 인성교육을 진행하면서부터였다. ‘스타는 팬들에게 사랑을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에 연습생들과 함께 어린이병원과 보육원 등에 무료 공연을 하러 다녔는데 연습생들이 데뷔 후엔 더 이상 공연에 참여하기 어려워지자 직접 밴드 ‘이층버스’를 결성해 가수들의 빈자리를 메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공연 봉사를 다니던 중 김 이사의 눈에 띈 건 소리를 듣지 못하는 어린이들이었다. 음악인인 그에게 세상의 수많은 아름다운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적잖은 충격이었다. 게다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수술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가 많다는 이야기에 평균 700만 원에서 1000만 원에 이르는 수술비 마련을 위한 ‘이층버스’의 정기공연을 시작했다.
‘앞바퀴(이상인·건반)’, ‘뒷바퀴(박성용·드럼)’, ‘안내양(이선호·보컬)’ ‘악셀(제니윤·바이올린)’, ‘카드단말기(박동혁·베이스)’, ‘승차벨(연태희·기타)’ 등 든든한 동반자들과 함께. 영국의 이층버스를 떠올리며 지었다는 밴드 이름엔 최대한 많은 사람을 싣고 함께 행복을 향한 여행을 떠나자는 바람을 담았다.
“가수들을 게스트로 초청해 1년에 세 번씩 정기공연을 하고 팬들의 입장료 수익으로 수술비를 마련합니다. 공연에는 청각장애 어린이와 부모도 초청해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도 갖고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어린이를 위한 음악도 만들었죠. 우리 노래 중에 ‘동화처럼’, ‘내 마음 들리니’는 관객들과 다 같이 수어를 하면서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이가 각각 화자와 청자로 이야기하고 듣는 ‘네버랜드(Neverland)’, ‘안녕, 너의 날’ 같은 곡들도 직접 썼죠. 수술을 받은 어린이들이 언젠가 이 노래를 온전히 즐길 수 있길 바라면서요.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2000가지 이상의 부품이 필요하다고 하죠. ‘이층버스’도 마찬가지예요. 공연을 통해 저희 버스에 탑승한 모든 이들이 버스를 움직이는 겁니다.”
마침 인터뷰를 진행하던 날은 ‘이층버스’의 열네 번째 후원을 받은 어린이의 수술이 이뤄진 다음 날이었다. 김 이사는 네 살 난 어린이의 사진을 보여주며 “수술이 잘됐다”고 미소를 띠었다.


첫 후원한 하율이와 함께 ‘젓가락 행진곡’ 공연 꿈꿔
그의 설명에 따르면 선천적인 청각장애의 경우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뒤 3~4년간의 재활 과정이 필요하다. 후천적인 청각장애는 이보다 좀 더 적응이 빠르긴 하지만 개인의 엄청난 노력과 기기 교체비 등 막대한 비용이 든다.
이에 김 이사는 수술 후에도 어린이, 부모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지낸다고 했다.
“수술만 받으면 다음 날부터 ‘짠’ 하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아이가 ‘엄마’라는 단어를 처음 말하기까지 같은 말을 2만 번은 들어야 한다고 해요. 그래서 소리를 처음 듣는 이들에겐 긴 재활 과정이 필요하고 수술도 어린 나이에 할수록 좋죠.”
‘이층버스’가 처음으로 후원한 하율이는 여덟 살에 인공와우 수술을 받고 이제 열두 살이 됐다. 부모 모두 청각장애인이기 때문에 다른 이들보다 재활 속도가 느리지만 요즘엔 피아노를 배울 만큼 크게 나아지고 있다고 했다.
김 이사는 언젠가 오케스트라를 꾸려 하율이와 ‘젓가락 행진곡’을 무대에서 연주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나아가 청각장애를 지닌 이들도 즐길 수 있는 2000헤르츠(Hz)의 음악도 머지않아 제작할 계획이다. 일반인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가 2만 헤르츠 정도인데 난청인 가운데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사람은 이의 1/10 수준인 2000헤르츠 정도를 들을 수 있다.
‘이층버스’는 12월 23일 연말 정기공연을 앞두고 있다. 서울시어린이병원에서 열리는 공연의 주제는 ‘위로’로 장애 어린이와 부모를 초청해 함께할 예정이다. 발달장애 어린이로 구성된 ‘레인보우 오케스트라단’과 가수 더원이 탑승자로 ‘이층버스’에 함께 오른다. 더원은 2021년 연말 공연에 이어 두 번째 출연이다. 김 이사는 정기공연마다 함께해주는 가수들에게 특별한 고마움을 간직하고 있다.
“그동안 그룹 마마무·펜타곤·원위·원어스, 가수 이재훈(쿨), 서은광(비투비), 양파 등이 공연을 함께했어요. 팬들의 입장료 수익으로 수술비를 마련하는 만큼 어떤 가수를 초대하는지가 공연에서 무척 중요한데 어떤 대가도 없이 함께해준 이들에게 정말 고마워요. 특히 연습생 시절 함께 무료 공연 봉사를 하다 데뷔한 뒤 ‘이층버스’ 정기공연에 게스트로 선 이들은 ‘너무 오고 싶었다’며 무척 감격스러워해요. 데뷔 후 처음 받은 저작권 수익을 모두 기부한 가수도 있고 공연 후에도 계속 후원하는 가수들도 있어요.”

“뭐든 제 것 나눠야… 삶 절반은 ‘이웃’ 위한 것”
김 이사는 ‘연습생’에서 ‘스타’가 된 이들보다도 가장 많이 달라진 건 자기 자신이라고 했다. 5년간 ‘이층버스’가 달리는 사이 세상의 중심은 내가 아닌 이웃으로 향하게 됐노라고 이 성실한 운전수는 고백했다. 앞으로 남은 긴 여정에서 ‘이층버스’가 노선을 이탈하지 않도록 힘이 돼준 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또 다른 봉사자들이었다고 귀띔했다.
“밴드를 하기 전까지 저는 성공만이 삶의 목표였어요. 이기적이었고 자만심도 있었죠. 그런데 무대 봉사를 다니며 청각장애 어린이들을 만나고 주민등록번호조차 받지 못하는 버려진 어린이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차가운 현실보다 놀라웠던 건 아무 대가 없이 남을 위해 사는 자원봉사자가 정말 많다는 거였어요. 저는 공연 한번 하고 나면 좋은 일 했다고 티 내기 참 쉽잖아요. 그런데 많은 봉사자가 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척 애쓰고 있죠. 공연을 준비하며 힘들 때마다 그분들을 떠올리며 다시 힘을 냅니다. 이젠 어떤 식으로든 제 것을 나눠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생의 절반은 이웃을 위해 떼어두려 합니다.”
김 이사는 ‘이층버스’가 하루빨리 해체되기 위해선 정부의 연료 공급도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저소득층에만 지원되는 인공와우 수술비를 모든 장애 어린이를 대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2022년 5월 ‘국민희망대표 20인’으로 선정돼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바람을 직접 전하기도 했다. 더불어 대기업의 후원도 환영한다고 했다. ‘이층버스’를 ‘한 방’에 해체해줄 이들이 나타나길 기다린다는 운전수의 얼굴엔 겸손한 웃음이 번졌다.
“예전엔 큰 언론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면 망설이기도 했어요. 100회 공연을 목표로 했는데 단번에 유명해지는 건 순리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젠 생각이 달라졌어요. 당장 수술이 급한 어린이가 너무 많거든요. ‘○○자동차그룹과 함께하는 이층버스’와 같이 저희 밴드를 해체해줄 후원사가 나타나도 좋죠(웃음). 어찌 됐든 ‘이층버스’는 해체될 그날까지 쉬지 않고 달릴 겁니다.”

글 조윤 기자, 사진 이층버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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