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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성을 존중하는 우리가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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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후 몇 번의 인턴과 계약직 업무를 전전하며 그럴듯한 사회구성원이 돼보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럴수록 회사와 같은 큰 집단의 일부가 되는 것에 유독 갑갑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줄곧 약간의 소속은 있지만 혼자 일할 수 있는 직업을 택하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쭉 프리랜서로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집단에 소속되기 싫어서 프리랜서를 택했으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그 뒤로 끝없이 소속감에 목말라했고, 프리랜서 동료들이 있는 모임을 열심히 찾아다녔다.
누군가와 함께하고 어디엔가 속해 있는 기분을 느끼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구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이해해 주고 존중해 주는 소속 집단의 힘은 외부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치유해 준다. 그래서 공적 소속감이 부족할 때 우리는 사적인 곳에서 그 허전함을 채우려고 한다. 나는 이것이 우리가 종교를 갖고, 계모임을 하고 동창회를 하며, 코로나19가 종식될 수 없었던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혼자서 살아가기에는 너무 나약한 개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반면 소속된 집단의 힘이 너무 강할 때는 어떻게 해서라도 자기만의 개성을 드러내 개인으로서 독립감을 되찾고 싶어진다. 그래서 복장 규율 관련 교칙이 엄격한 학교일수록 자기만의 방식으로 교복을 고쳐 입거나 사복을 덧입는 학생들이 눈에 띄게 된다.
이렇듯 우리는 타인과 하나가 되고 싶은 욕구와 온전한 개인이 되고 싶은 욕구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나를 찾아간다.
그러나 무조건 집단에 소속되기만 한다고 소외감이나 고립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지지는 않는다. 진짜 건강한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교제의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 안타까운 점은 나와 너무도 다른 타인들을 끊임없이 만나야 하는 사회에서 누군가와 깊은 공감대를 공유하기가 쉽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나와 결이 맞는 사람만 쏙쏙 골라가며 사귈 수도 없는 터.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서로의 나이, 인종, 국가, 종교 등 차이에 집중하기보다는 그보다 상위 단계의 인간애에 마음을 열고 선택 가능한 소속 집단의 폭을 넓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특별한 인간관계 기술이 필요하지는 않다. 우리는 그저 타인에 대한 순수한 관심과 다정을 나누면 된다. 건강한 관계는 너와 내가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개별성을 존중하는 ‘우리’가 되는 것임을 잊지 않으면서.


댄싱스네일 일러스트레이터 겸 작가_ <쉽게 행복해지는 사람> 외 두 권의 에세이를 썼고 다수의 도서에 일러스트를 그렸다. 매일 그리고 쓰는 자가 치유를 생활화하고 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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