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대전환과 미래교육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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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기획처장·미래교육연구소장 |
디지털 대전환은 일반적으로 디지털 기술의 활용에 의해 비즈니스 모델 확산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초기에는 디지털 산업 분야 중심으로 ‘전산화(아날로그→디지털 변환)’에서 시작하여, ‘디지털화(디지털 기술 적용)’ 단계를 거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디지털 우선‘ 접근 방식으로 변화되었다. 특정 산업 분야에 국한된 변화가 아닌 전 인류의 일상적 삶을 모두 바꿀 수 있는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은 필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속도와 파급 효과는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삶의 변화를 초래하였고, ‘모든 영역의 디지털화(Digital Everywhere)’ 현상이 가속화되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서는 이런 디지털 대전환의 특징을 세 가지로 요약하고 있는데, 디지털 전환 속도의 가속화, 파급효과와 범위의 확장성,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오는 방향의 양면성으로 제시하였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계는 저출산·고령화와 학령인구의 감소, 사회적 양극화와 교육격차 심화, 지능정보기술의 발전과 디지털 대전환 등 교육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급격한 사회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근대 학교제도는 교육기회의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에도 불구하고 근대식 학교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많은 학생을 효율적으로 가르치기 위한 근대식 학교제도는 2차 산업혁명으로 등장한 대량생산 체제의 공장과 닮았다. 한마디로 ‘대량교육 체제’라고 볼 수 있다. 1900년대 초 테일러(Taylor, 1911)의 과학적 관리론, 그리고 동일한 생산 공정을 반복하는 ‘표준화’, 각자 자신이 맡은 부분만 담당하는 ‘분업화’, 자신의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전문화’를 구현한 ‘포디즘(Fordism)’에 기반을 둔 근대식 학교제도는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를 학교의 학년제로 구현하였고, 표준화된 공정을 국가교육과정으로 만들어냈다. 학생들은 자동차의 부품이 조립되듯이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진 채로 1년을 단위로 학년을 이동하게 된다. 교사는 마치 공장의 노동자처럼 동일한 공정에 투입되어 표준화된 수업을 진행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대량교육 시스템에서는 학습의 주체인 학생이 교육의 대상, 즉 객체화된다는 것이다(정제영, 2017).
근대식 학교교육에 대한 세계적인 비판은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학교제도의 경직성, 국가교육과정의 획일성, 상대평가와 학생 간 치열한 경쟁체제 등을 더욱 강조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학생들은 제각기 고유한 소질과 적성을 갖고 있고 다양한 경험에 의해 체화되어 있다. 학교제도는 이런 학생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하고 평균 수준의 ‘표준화’된 목표를 지향한다. 학년제를 운영하는 기본 방식은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와 같은 원리라고 볼 수 있는데, 실제로 운영 과정에서 개별 학생의 학습 성과에 대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국가교육과정은 학년제와 강력하게 결합되어 있고, 학년별로 학습해야 할 내용의 분량은 표준화되어 있다. 학생들의 학습 상황과 무관하게 진도라는 형태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자 하는 강렬한 욕구는 우리나라 학생과 학부모라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특징이다. 대학 입시에 고등학교의 내신성적이 반영되기 때문에 고등학교 교사는 학생들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엄격한 상대평가를 요구받고 있다.
1968년에 벤자민 블룸(Benjamin Bloom)은 모든 학생이 학습에 성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완전학습(Mastery Learning)이론을 제시하였다. 완전학습이 이루어지려면 학습에 필요한 시간을 파악하고 개별 학생에게 맞는 학습의 시간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학교는 개별 학생에게 필요로 하는 시간에 대한 고려 없이 동일한 학습의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치명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일대일 맞춤형 교육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학생 개개인에게 필요한 학습의 시간을 확인하기 위한 진단평가가 이루어지고 학습의 과정에서 지속적인 형성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학생의 학습 진단을 기반으로 학생에게 필요한 학습에 대한 처방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교사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수업을 설계하고, 이에 따라 교수-학습의 과정을 진행하고, 수업의 결과를 평가로 확인하고, 이를 기록하고 학생에게 피드백을 제공한다. 하지만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과정에서 혁신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력은 많지 않다.
‘AI 보조교사 시스템’은 맞춤형 교육을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AI 보조교사 시스템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의 역할과 시스템의 활용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AI 보조교사 시스템은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개인별 맞춤형 학습지원 시스템 및 AI 자동 채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데이터 중심의 학습 분석에 기반한 개인형 맞춤 학습의 실현을 통해 학습자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 학교 시스템은 견고한 시스템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교육개혁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학교교육의 개선을 위한 시스템적 사고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학교 시스템은 하위 시스템 사이에 유기적인 연계를 갖고 있는데, 이러한 시스템 간 연계를 고려하지 않고 하위 시스템별로 최적화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전체 학교 시스템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다. 학교제도의 유연화와 함께 교육과정, 대학입시를 포함한 평가제도의 혁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행정체제와 시설 여건도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교원의 역할 변화와 이에 따른 역량 강화도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대전환을 맞이하여 새로운 미래교육의 균형을 찾는 혁명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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