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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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산업연구원 소재·산업환경실장 |
한국경제의 약 30%를 차지하고 수출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 제조업은 지난 3년간 어느때보다도 많은 위기를 겪어왔다. 2019년에는 일본의 대한국 수출제한 조치 여파로 공급망 단절 위기에 대응해야 했고 2020년에는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사태로 수요 침체와 주요국 생산 중단에 따른 핵심 소부장 제품의 조달 차질도 겪은 바 있다.
이러한 공급망 위기는 요소수와 같은 예상치 못한 일상생활 품목으로까지 확산된 바 있으며 이에 지난해 말부터 우리 정부는 국내 주요 산업 활동을 안보의 차원에서 접근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편 각국 정부는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투입을 단행하면서 친환경 투자를 늘렸고 이는 주요국의 강력한 기후위기 대응으로 이어졌다. 한국도 이미 2020년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공격적인 온실가스 배출 저감목표를 수립한 바 있으며 국가 온실가스 배출의 35~40%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제조업은 각종 대내외 위기 대응과 동시에 친환경화로의 전환을 위한 투자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각국 정부의 재정투자 확대, 친환경화에 따른 단기적 에너지 수급 불균형, 예상치 못한 전쟁으로 인한 추가적인 공급망 리스크는 기록적인 물가상승으로 나타났다. 주요국은 고강도의 긴축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이에 따라 2023년의 경제전망은 비관적이다. 국내외 기관의 2023년 한국경제 성장 전망은 1%대로 하향 조정됐으며 산업연구원의 전망에서도 글로벌 수요 부진의 여파로 내년도 수출은 3.1% 감소 전망이다.
최근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사태로 경기 불황이 보다 심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1월 25일부터 30일까지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7일간 제조업의 출하 차질 규모는 총 1조6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피해가 가장 집중될 것으로 보이는 산업이 전후방 파급효과가 가장 큰 철강, 석유화학, 정유, 시멘트 등의 소재 산업이라는 점이다.
철강산업은 지난 9월의 태풍 피해여파로 이미 상당한 수급 혼란을 겪은바 있으며 아직도 피해 수습은 진행중이다. 이에 더해 이번 운송거부 사태로 육로운송에 의존하고 있는 대부분의 내수출하가 차질을 입고 있다. 철강은 기초소재이기 때문에 철강제품의 출하 차질의 장기화시 연관 산업인 건설, 자동차, 조선 등 주력 산업의 생산 차질로 번질 수 있다.
제조업 3위의 생산규모인 석유화학 산업의 상황도 심각하다. 석유화학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일평균 출하량의 30% 수준만 출하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요자의 재고 활용, 생산자의 선출하 등으로 대응중이나 선출하가 어려운 기체나 액상제품은 자체 저장탱크 용량이 부족해 비상 대응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출하차질에 의한 피해는 비단 대기업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최근 조달금리 인상으로 재무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중소·중견 기업에게 더 치명적일 수 있다. 철강산업에서는 철강제품을 제조하는 대기업보다 이를 유통하고 가공하는 중견중소 또는 영세 기업의 물류비용이 훨씬 더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물류 차질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 시 주로 내수용 건설용 강재를 공급하는 중소·영세 철강 가공업체의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은 현재 카캐리어 대신 로드운송을 통해 비상대응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6월 집단운송 거부로 약 5400여대(2571억원) 생산차질이 발생한 사례가 있을 정도로 물류차질이 장기화 될 경우 생산차질이 반복될 수 있고 이는 최근 부정적 대외요인으로 경영상태가 악화된 부품 생산 영세업체에게 보다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출하 차질 뿐만 아니다. 국내 기초 소재산업의 주요 원·부자재는 상당 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항만으로부터 원료 조달의 차질에 따른 생산 중단과 이에 의존하는 소비자의 피해도 우려스럽다.
안전운임제 관련해서는 여러 쟁점이 존재한다. 도로 안전 개선을 위해 제도가 지속될 필요가 있다는 화물업계의 주장과 최근의 어려워진 경영환경을 고려하고 제도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기업측의 주장은 다양한 검토와 논의를 통해 해결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정책 효과의 검증, 적절한 운임체계 등에 대한 기초 연구도 필요해 보인다. 다만 제조업 생산활동은 국민 소득의 원천이라는 점에서 산업피해 방지에 모두가 최우선적으로 대처해주기를 기대한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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