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기 힘든 취약계층 ‘에너지복지’ 챙긴다

에너지효율 개선 및 에너지바우처 확대
“물가가 안 오른 게 없는데 난방비까지 오르니 살 수가 없어요. 지금처럼 등윳값이 계속 오르면 한겨울엔 난방비만 30만 원 넘게 나가요. 그러고 나면 남는 생활비는 30만 원도 안되는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요.”(기초생활수급자 A씨)
“난방비를 최대한 아끼려고 겨울엔 보일러 대신 전기장판을 두 장씩 켜고 버텼어요. 그런데 올해는 전기 요금까지 올라 이마저도 힘들게 됐어요. 우리 같은 사람은 여름, 겨울에 더 힘든데 이번 겨울은 걱정이 더 커요.”(기초생활수급자 B씨)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더해지고 있다. 등유의 평균 판매 가격은 1634원(11월 1일 기준)으로 2021년 대비 70% 넘게 오르면서 휘발유 가격을 넘어섰다. 등유는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농어촌 지역이나 노후주택의 보일러 가동 등을 위한 겨울철 취약계층의 난방용 연료로 사용된다. 일부 취약계층 가구는 기름보일러에 들어가는 등유에 대한 에너지바우처를 받고 있지만 연초 한 드럼(200L)당 22만 원이었던 것이 이제는 34만 원 이상을 줘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전기·도시가스 요금도 함께 오르며 저소득층은 더욱 혹독한 겨울을 맞게 됐다.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전기 요금은 전년 동월 대비 18.6%, 주택용 도시가스는 36.2% 올랐다. 전기·도시가스·수도 요금의 물가상승률은 23.1%로 9월(14.6%)보다 8.5%포인트나 올랐다.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말미암은 세계 에너지 가격 인상에 더해 공공기관 수익성 개선을 위해 2023년 공공요금 인상이 확실시되면서 한겨울 추위는 가장 취약한 곳으로 더 깊이 파고들고 있다.


전기 덜 쓰게 ‘에너지효율개선사업’ 지원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취약계층의 에너지복지 지원에 나섰다. 에너지바우처 확대를 민생 물가 대책의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하는 한편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시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은 에너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단열·창호·바닥 공사 등을 통해 에너지 사용 환경을 개선하고 고효율의 냉난방기 설치 등을 지원해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천영길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산업실장은 최근 취약계층 에너지효율개선사업 현장을 직접 찾았다. 경기 고양시 능곡21통 경로당에서 진행된 고효율 냉난방 단열·창호 시공 지원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경로당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냉난방 이용에 대한 어려움을 직접 들은 천영길 실장은 “기본적인 냉난방 에너지 이용에 소외계층이 발생하지 않도록 동·하절기 에너지바우처의 지원 대상과 단가를 계속 확대하겠다”면서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의 지원 규모도 지속적으로 확충해나갈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을 신청하면 바깥 공기와 맞닿는 벽면에 단열재를 설치해 열손실을 차단하는 단열 공사와 낡은 창호를 단열 성능이 높은 복층유리(PVC) 창호로 교체해주는 창호 공사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보일러 배관이 파손돼 사용이 어려운 경우엔 기존 바닥 위에 건식 난방 배관을 설치해 보일러를 가동할 수 있도록 바닥 공사도 지원한다.
노후된 보일러는 에너지효율등급이 높은 보일러(기름 또는 도시가스)로 교체해준다. 곰팡이 제거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경미한 경우엔 탈취와 항균 효과가 있는 탄화코르크 액자를 제공하고 심한 경우 벽면 시공을 진행한다. 산업부는 “이 사업을 통해 지원 대상 가구의 단위 면적(㎡)당 연간 난방 에너지 사용량이 218kWh에서 168kWh로 22.6%가량 절감된 효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취약계층 환경개선에 가구당 220만 원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은 2005년 단전된 저소득 가정에서 여중생이 촛불 화재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에너지복지 확충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후 2006년 에너지법이 제정되면서 에너지복지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고 2006년 한국에너지재단이 출범하면서 본격적으로 취약계층을 뒷받침하게 됐다. 이때부터 2021년까지 15년간 총 7217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취약계층 약 56만 가구와 사회복지시설 2709곳을 지원했다.
에너지효율개선사업 전담 기관인 한국에너지재단은 “저소득층의 에너지 빈곤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소득 1분위 가구(하위 20%)의 67.7%가 1995년 이전에 건축된 노후주택에 거주하는 등으로 말미암아 저소득층의 주택 에너지효율 수준은 등급을 매길 수도 없는 ‘등외’ 수준이다.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더라도 적절한 온도로 난방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2022년 여름철까지 취약계층 3만 6000가구에 고효율 에어컨·선풍기를 보급한 데 이어 본격적인 추위에 대비해 연말까지 취약계층 3만 3000가구와 사회복지시설 310곳을 지원키로 했다. 국민기초생활수급가구 및 차상위계층이라면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을 직접 신청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추천을 받은 일반 저소득가구나 아동, 노인, 장애인이 이용하는 사회복지시설도 신청 가능하다.
가구당 평균 220만 원, 시설당 평균 1000만 원까지 지원된다. 공사 완료일로부터 1년(보일러는 3년)까지는 사후관리(애프터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더욱 자세한 내용은 에너지효율개선사업 콜센터(1670-7653)로 문의하면 된다.

저소득층 에너지바우처 18만 5000원으로 인상
이와 함께 최근 잇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말미암은 에너지 취약계층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가 2022년 에너지바우처의 가구당 지원 단가를 평균 1만 3000원 인상한 18만 5000원까지 지원키로 했다.
산업부는 “5월 말 제2차 추경을 통해 한시적으로 에너지바우처의 가구당 지원 단가를 4만 5000원 인상(12만 7000원→17만 2000원)했지만 이후 전기·도시가스 등 에너지 요금이 지속적으로 오른 점을 감안해 이번 추가 인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에너지바우처 사업은 경제적 부담 등으로 에너지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에 전기, 도시가스, 지역난방, 등유, 액화석유가스(LPG), 연탄 구입에 필요한 에너지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원 대상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생계·의료급여 및 주거·교육급여(2022년 한시) 수급 세대 가운데 노인, 장애인, 영유아, 임산부, 중증·희귀·중증난치성질환자, 한부모가족, 소년소녀가정(가정위탁보호아동 포함)이 포함된 세대로 총 117만 6000가구다.


4인 가구 37만 원 지원, 연말까지 신청해야
에너지바우처 수급 가구는 10월 12일부터 인상된 금액을 적용해 동절기 난방 등에 필요한 에너지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번 추가 인상으로 1인 가구는 13만 7200원에서 14만 8100원으로, 2인 가구는 18만 9500원에서 20만 3600원으로 지원금이 늘었다. 3인 가구와 4인 이상 가구는 각각 1만 9100원, 2만 5100원이 오른 27만 8000원, 37만 2100원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월별 지원 금액이 아닌 총 지원금).
에너지바우처는 2023년 4월 30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국민행복카드를 사용하거나 고지서를 통한 자동요금차감 방식을 활용해 이용하면 된다. 국민행복카드는 전기, 도시가스의 경우 각 에너지 공급사(한국전력공사, 도시가스사)를 통해 직접 카드로 결제해 사용할 수 있고 등유, 연탄, LPG는 에너지바우처 가맹점(판매소)에서 사용할 수 있다.
고지서를 통한 자동요금차감 방식은 거동이 불편한 자 등의 편의를 고려한 것으로 사용 기간 내 발행되는 전기, 도시가스, 지역난방에 대한 요금 고지서에 한해서만 사용 금액을 차감할 수 있다. 반드시 사용 기간 안에 지원금을 모두 써야 한다.
에너지바우처 지원 대상 가구는 12월 30일까지 주민등록상 거주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 방문하거나 복지로 포털(www.bokjiro.go.kr)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에너지바우처 콜센터(1600-3190)와 에너지바우처 누리집(www.energyv.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윤 기자

12월 1일부터 한랭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가동
질병관리청은 12월 1일부터 2023년 2월 말까지 전국 492개 의료기관에서 한랭질환 감시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한랭질환은 추위가 직접적인 원인이 돼 인체에 피해를 주는 질환으로 저체온증, 동상, 동창이 대표적이다.
지난 절기(2021~2022) 한랭질환으로 응급실을 내원한 환자는 300명으로 이 중 9명이 사망했다. 환자의 77.7%는 저체온증 증상을 보였다. 연령대는 65세 이상 고령층이 47.0%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고 남성(71.3%)이 여성보다 많았다. 길가, 주거지 주변, 산 등에서 실외 활동 중 발생한 사례가 대다수였지만 실내 및 집에서 발생한 사례도 12.3%나 됐다.
한랭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실내 적정온도(18~20도)를 유지하고 외출 시에는 체감온도를 사전에 확인해 장갑, 목도리, 모자, 마스크 등을 착용하는 게 좋다. 심부체온(내부 장기나 근육에서의 체온)이 35도 미만으로 떨어지며 저체온증이 발생하면 담요나 침낭으로 감싸주고 젖은 옷은 벗기는 것이 중요하다. 의식이 없는 경우 119에 신고하고 의식이 있을 때는 따뜻한 음료로 몸을 녹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동상(강한 한파로 인한 피부 동결)이 발생하면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동상 부위를 20~40분간 38~42도의 따듯한 물에 담그고 동상 부위를 약간 높게 하는 것이 좋다. 동창(저온 다습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피부 염증)이 생겼다면 따뜻한 물에 언 부위를 담가 서서히 피부를 따뜻하게 해야 한다. 해당 부위를 마사지해 혈액순환을 유도하되 긁지 말아야 한다.

(www.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