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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궁중자수 외길 인생 인간문화재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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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공예가 이정희 ‘금사 쌍학 흉배’
2022년 여름에 발표된 전라북도 무형문화재에 자수공예가 이정희 자수장이 이름을 올렸다. 이 자수장은 40년 동안 궁중자수라는 험하고 고달픈 길을 한눈팔지 않고 버티었기에 오늘의 결과를 성취할 수 있었다.
현재 휠체어를 사용하는 그는 3세 때 소아마비로 두 다리가 마비돼 집 안에서 기어 다니며 생활했다. 바깥세상이 그리워 창문을 열어놓고 몇 시간씩 창밖을 내다보곤 했는데 그것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었을지도 모른다. 장녀인 그는 12세 때까지 외할머니 집에서 살았다. 외할머니가 나이가 들어 그를 더 이상 돌보지 못하게 됐을 때 집으로 돌아왔다.
손재주가 있어서 뜨개질, 바느질, 퀼트공예, 그림 등 손으로 하는 것은 뭐든지 다 잘했다. 당시 자수가 유행했는데 수를 놓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미있었다. 주로 민자수였고 일본자수도 했다. 그런데 도안에 실 색까지 정해주는 작업에 흥미를 잃었다.
자수하는 사람들에게 들으니 서울에 가면 자수를 가르쳐주는 훌륭한 선생님이 있다고 하여 25세 때 중요무형문화재 한상수 자수장이 운영하는 전수관에 찾아갔다. 그곳에서 궁중자수를 처음 봤는데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무나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에 매료됐다. 그래서 궁중자수를 꼭 배우고 싶었다.
전수관은 한옥이었다. 전기장판 하나로 겨울을 나야 했다. 손에 동상이 생길 정도로 추위가 매서웠다. 추위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화장실 가기가 힘들어 소변을 참는 일이었다. 힘든 하루하루였지만 자수를 다 배울 때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곳을 떠나지 않으리라 결심하고 이겨냈다.
고향 정읍으로 돌아와 한상수 자수장에게 2년 동안 배운 자수를 혼자서 작품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보통 하루에 10시간 이상 자수를 놓았다. 하지만 아무리 수가 예뻐도 공식적인 경력이 없는 그는 기술자일 뿐 장인이 아니었다. 그래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작품이 팔리지 않았고 판매해도 겨우 재료값만 받는 정도여서 생활고에 시달렸지만 전통을 잇는다는 자부심으로 견딜 수 있었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자수장 돼
1996년 전북전통공예작품 공모전에서 특선을 하며 인정을 받았고 제13회 대한민국장애인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 ‘화관’이 청와대에 기증되는 영예까지 안았다. 그 후 그는 필요한 자격증을 한 가지씩 따며 황실명장으로 성장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2004년부터 전시회를 하면서 사회 활동이 늘어났다. 나사렛대학교 디자인학과 겸임교수로 학생들에게 한국자수를 가르쳤다. 자수를 배우기 위해 고생했던 시절이 떠올라 장애인에게 한국자수를 전수하기 위해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 판매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장애인창업자금융자제도를 이용해 ‘예다움’을 설립했지만 사업 경험이 없어서 빚만 지고 말았다.
게다가 그의 작품을 사 가지고 가서 자기 작품으로 둔갑시키는 사기를 당하고 나니까 자신의 작품이 주인을 잃고 남의 집에서 가짜 이름으로 살고 있는 것이 작가로서 부끄러웠다. 그래서 넥타이, 발산 주머니 등 작은 제품도 모두 실용신안등록을 했는데 이런 일들은 변리사를 통해 해야 해서 많은 비용이 들었다.
그는 아무리 힘들어도 작가로서 최선을 다했다. 16회 개인전과 200여 회 단체전을 국내외에서 열었다. 화려하면서도 기품 있는 우리의 멋을 표현한 그의 황실자수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런 활동에 힘입어 2020년 한국자수박물관 관장에 오르기도 했다.
드디어 2022년 56세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자수장이 된 그는 “자신을 성장시킨 것은 자수이며 자수장이 되어 아들에게 멋진 엄마가 된 것이 기쁘다”고 소감을 밝히면서 “앞으로 후진 양성을 해야 하고 전통문화 전승자로서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겁지만 더 매진해 한국자수를 세계에 알리는 것이 꿈이다”라고 말했다.
혼자 아들을 키우느라 힘들었지만 이제는 아들이 엄마의 든든한 지원자다. 엄마를 도와주면서 배운 아들의 자수 실력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어 기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지만 언젠가 모자 자수 전시회를 열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이정희 자수장의 ‘금사 쌍학 흉배’는 양반가의 문관이 사용하던 흉배를 재현한 작품으로 문양이 두 마리 학이며 금사를 사용했다. 흉배는 신분을 구분하는 것으로 왕실은 용 문양, 양반가는 새 문양을 사용했다. 금색을 잘 드러나게 하는 빨간색 비단에 금실로 수를 놓았는데 금색 구름이 빽빽이 떠 있는 하늘에 두 마리 학이 위와 아래에서 서로 부리를 돌려 한 송이 꽃을 함께 물고 있는 모습이다. 두 마리 학이 사랑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몇 번의 바늘이 비단 사이를 오고 가야 이런 작품이 완성될지를 생각하면 궁중자수는 신의 영역이 아닐까?

방귀희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대표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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