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 풍성한 겨울 여행지 여수 밤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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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 ‘남파랑길 54코스’
절기 소설(小雪·11월 22일)을 지나면 날씨가 급격히 추워진다. 올해도 그랬다. 연중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대설(大雪·12월 7일)도 코앞이니 이제 완전한 겨울이다.
겨울 여행지로는 아무래도 남녘이 낫다. 그중 부산, 전주, 강릉과 더불어 ‘대한민국 4대 여행지’로 부상한 전남 여수는 겨울 여정을 꾸리기에 적당한 곳이다. 다도해의 비경과 전통 문화유산, 미식기행 등 오감이 풍성한 여정을 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겨울에도 선홍빛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오동도 동백꽃이 부드러운 해풍에 이끌려 뽐내는 자태가 압권이다. 따라서 사방이 잿빛으로 변할 무렵 여수를 찾으면 화사한 기운에도 흠뻑 젖어들 수가 있다. 겨울에 맛보는 봄기운 때문일까? 여수 땅을 밟으면 덩달아 미각까지 되살아난다. 금풍쉥이구이, 서대회, 통장어탕, 물메기탕, 삼치회 등 여수바다를 통째로 맛보는 듯한 겨울 별미는 여수의 또 다른 매력이다.
마침 여수는 오동도를 지나는 남파랑길 54코스를 품고 있다. 한겨울에 화사한 봄기운을 느끼며 낭만의 겨울바다를 즐기기에 흡족한 걷기 여행길이다.
겨울 여수의 낭만을 고스란히 간직하다
여수종합버스터미널~오동도
남파랑길 54코스는 겨울 여수의 낭만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여수종합버스터미널에서 여수해양공원까지 이어지는 구간으로 여수엑스포공원, 자산공원, 오동도, 하멜기념관 등 다양한 관광 포인트를 품고 있다.
우선 걷기 구간에는 화려한 빅오쇼와 스카이타워, 아쿠아플라넷 등을 아우르는 여수세계박람회장이 있다. 더불어 생동감 넘치는 겨울 여수의 매력을 담고 있는 오동도, 아름다운 여수의 풍광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해양케이블카 등 보고 즐길 거리가 빼곡하다.
출발은 53코스의 종점이자 54코스 시작점인 여수종합버스터미널이다. 길은 터미널을 끼고 앞으로 향한다. 오림삼거리을 지나 충민로를 따라 걷는 길이다. 언덕길에 접어드니 단순한 평지와는 달리 제법 걷는 느낌이 난다. 언덕길을 넘어서면 중앙여중고 입구다. 길은 덕충주공사거리를 지나 덕충안길로 향한다. 조용한 소도시의 느낌이 전해지는 구간이다.
언덕길을 지나 하천길 따라 내려오면 엑스포타운이 나선다. 꽃가람공원, 2012 여수세계박람회 박물관을 지난다. 엑스포타운에서는 대형 어류 등 해양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아쿠아리움이 있고 이색 조형물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여니교를 건너 오동도로 향한다. 코스는 오동도 입구를 지나치지만 오동도 구경은 필수다. 입구에서 방조제를 따라 건너 오동도 한 바퀴 돌아보고 나오기까지 1시간 정도면 족하다. 물론 싱싱한 동백숲에서 오동도의 매력에 푹 젖어 들려거든 더 시간을 할애하면 될 일이다.
여수 바다의 낮과 밤 풍광에 젖어들자
자산공원~여수해양공원
오동도를 빠져나와 자산공원으로 향한다. 공원 가는 길은 데크계단을 한참 오르는데 난이도가 제법 있다. 고도 50m를 올라 전망대에 도달하는데 여수 바다 풍광을 한눈에 굽어 볼 수 있는 최고의 뷰포인트에 다름없다. 마침 이곳에 해상케이블카 승강장이 마련돼 있다. 자산공원~돌산공원을 오가며 여수바다의 낮과 밤 풍광에 젖어들 수 있다.
여기서 고도를 50m 더 높여 정상에 오르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을 굽어보고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을 만난다. 하산 길을 굽이쳐 내려서면 거북선대교가 나서고 그 밑을 따라 여수 낭만포차거리로 향한다. 밤이면 불야성 속에 여수 밤바다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싱싱한 해산물이 있어 인기다.
인근에는 하멜등대와 전시관이 자리하고 있는데 전시관도 잠시 들를 만하다. 네덜란드 상인 헨드릭 하멜은 1653년 일본 나가사키로 가던 도중 폭풍을 만나 제주도에 표착, 억류되었고 이후 여수에서 13년의 유배생활 끝에 탈출,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해에 ‘하멜표류기’를 발표했는데 억류 기간 받지 못했던 임금을 동인도회사에서 받기 위해 작성한 보고서로 유럽에 처음으로 조선을 알린 셈이다. 하멜전시관에는 그와 관련된 다양한 내용이 전시되어 있다.
남파랑길 54코스의 종점은 낭만포차거리 인근 여수해양공원이다. 해양경찰서 근처에서 트레킹을 마친다. 총 코스거리 7.3km, 쉬엄쉬엄 3~4시간이면 운치 있는 여수의 겨울걷기 여정을 마칠 수 있다.
이곳만은 둘러보자
*오동도
여수의 겨울 여정에서 동백을 빼놓을 수가 없다. 특히 겨울과 초봄 사이의 꽃으로는 동백이 으뜸이다. 선홍빛 꽃잎이며 초록의 강건한 잎새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생기가 넘쳐난다. 겨울철 오동도를 찾으면 동백꽃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오동도의 동백(冬柏)은 말 그대로 겨울에 꽃을 피운다. 봄에 꽃망울을 터뜨리는 마량, 선운사의 춘백(春栢)과는 다르다. 11월부터 꽃망울을 맺기 시작해 겨울을 지나 이듬해 2~3월까지 자태를 유지한다.
오동도는 초록의 동백숲과 푸르른 바다가 조화를 이루는 생기 넘치는 섬이다. 여수 신항에서 700여m 바다 한가운데에 놓인 방파제 길을 지나 섬에 들어서면 먼저 겨울햇살에 싱싱한 때깔을 자랑하는 푸른 동백 숲이 눈에 들어온다.
오동도는 면적이 12만 2100㎡의 아담한 규모이지만 그 속은 옹골차다. 아기자기한 ‘봄동산’이 펼쳐져 있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2㎞의 산책로에서는 숲과 바다를 교차하며 용굴 등 한려수도의 비경을 만나게 된다. 수백 년 수령의 동백 4000여 그루가 하늘을 뒤덮고 키를 훌쩍 넘어 터널을 이루는 산죽 길도 운치 있다.
산책로 주변에는 구실잣밤나무, 돈나무, 후박나무 등 상록활엽수와 해송이 밀생하고 있다. 산책로 곳곳에 흩뿌려진 동백꽃송이며, 숲 한가운데 서 있는 하얀 등대도 운치 있다.
오동도는 동백 일색이다. 그럼에도 오동도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은 섬의 생김새가 오동나무 잎을 닮았기 때문이다.
*진남관
여수는 이순신 장군과도 인연이 깊은 고장이다. 시내 중심에 자리한 전라좌수영의 본영 진남관이 대표 유적이다. 진남관은 정면 15칸(54.5m), 측면 5칸(14.0m), 면적 240평의 초대형 건물이다. 주심포 양식으로 목조 단층 건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남쪽의 왜구를 진압해 나라를 평안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진남관(鎭南館)이라 이름 지었다. 현재의 건물은 약 300년 정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학교로 개조돼 교실로 쓰이기도 했다.
*향일암
여수의 대표적 관광지로는 향일암도 빼놓을 수가 없다. 돌산도 금오산 벼랑 위에 걸린 백제 고찰 향일암은 ‘해를 향한 암자’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과연 이름값을 하기라도 하듯 절 앞마당에서는 남해의 아름다운 일출과 마주할 수 있어 신새벽부터 해맞이 감상객들로 성시를 이룬다. 낮이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푸르른 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져 가슴이 탁 트이는 명당임을 실감할 수 있다. 향일암은 낙산사의 홍연암, 남해 금산의 보리암, 강화도의 보문암과 함께 4대 관음 기도처로도 꼽힌다. 아름다운 만큼 오르는 길이 간단치는 않다. 주차장에서 향일암을 오르는 20여 분 진입로에 가파른 오르막 등이 있어 등에 땀이 꼽꼽하게 밴다. 절집에 들어서려면 일단 커다란 두 개의 바위로 이루어진 석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 또한 신비감을 불러일으킨다.
여행메모
가는 길
승용차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순천완주고속도로~동순천IC, 여수·광양·조례동 방향~여수IC~여수종합버스터미널(전남 여수시 소라면 덕양로 431)<4시간 40분 소요>
열차
고속열차(KTX) 용산역~여수엑스포역<3시간 9분 소요>
*여수엑스포역 앞 333번 버스~여수종합버스터미널<14분 소요>
뭘 먹을까
*금풍쉥이
이름도 생소한 금풍쉥이다. 꾸돔, 꽃돔, 딱돔, 쌕쌕이 등으로도 불리는 금풍쉥이는 어른 손바닥만 한 게 구우면 야들야들 부드럽고 고소한 속살이 일품이다. 여수 사람들이 ‘영광 굴비와도 바꾸지 않는다’는 금풍쉥이는 주로 구이로 해먹는다. 석쇠에 노릇노릇 구워 실파와 고춧가루, 참기름을 섞어 만든 간장 소스와 곁들이는 맛이 일품이다. 하지만 가시가 굵고 억세서 급하게 먹다가는 실수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금풍쉥이는 기름기가 많거나 식감이 차진 생선과 달리 담백하면서 고소하다. 흰살 생선 특유의 머리 부분이 맛나서 미식가들은 그 머리조차도 남김없이 씹어 먹어야 제맛임을 강조한다. 남도에서도 금풍쉥이 맛을 볼 수 있는 곳으로는 여수, 진도, 완도 정도로 흔치 않다. 여수 봉정식당, 구백식당 등이 금풍쉥이 구이로 소문난 집들이다.
*통장어탕
흔히 몸에 좋은 보양식은 맛과는 거리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여수 토박이들이 즐겨 찾는 통장어탕은 경우가 다르다. 여수의 대표 미식거리로는 바닷장어를 꼽을 수 있다. 바닷장어는 민물장어와 달리 개흙 냄새가 나지 않고, 살집도 깊다. 바닷장어는 구이나 탕으로 끓여 먹는데, 여수 토박이들은 두툼한 장어를 토막 내 된장을 풀고 시래기 등과 함께 푹 끓여낸 통장어탕을 최고의 보양식으로 꼽는다. 부드러운 육질에 구수한 국물과 시래기의 식감이 그만이다. 여수시 국동 자매식당 등이 토박이들이 즐겨 찾는 맛집이다.
김형우 한반도문화관광연구원장(관광경영학 박사)_ 신문사에서 20년 동안 관광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전 세계 50여 개국, 전국 각지의 문화관광자원 현장과 정책을 취재했다. 지금은 한반도문화관광연구원을 통해 대한민국관광 명품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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