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타리무? 총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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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를 둘러싼 우리말
김장철입니다. 이맘때가 되면 올해 배추 농사는 어떻다느니, 배추·무 값은 얼마라느니 김장과 관련된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데요. 얼마 전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김포족(김장을 포기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신조어)’이 절반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식구도 적고 사먹는 사람이 늘어나는 등 김장 문화가 많이 바뀌었기 때문인데요.
100~200포기씩 김장하던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동네 전통시장에는 아직 김장 분위기가 살아 있습니다. 무더기로 쌓아놓은 배추·무에 갖가지 즐비한 김장 재료들을 보니 김장철임이 실감나는데요. 그러다 할인이라며 크게 적힌 ‘알타리무’라는 글씨에 눈길이 갑니다.
절임 배추? 절인 배추?
총각김치를 담그는 무를 가리켜 ‘총각무’ 또는 ‘알타리무’라고 하죠. 하지만 알타리무, 알무, 달랑무는 비표준어로 ‘총각무’만 표준어입니다. 1988년 표준어 규정 개정 때 알타리무는 버리고 총각무를 표준으로 채택했기 때문인데요. 여기서 ‘총각(總角)’은 옛날에 장가가기 전 머리를 양쪽으로 뿔처럼 동여맨 것을 가리키던 말입니다. 총(總)은 모두를 뜻하는 말로 많이 쓰이지만 과거엔 ‘꿰맬 총’ ‘상투 짤 총’으로도 사용됐습니다. 각(角)은 뿔을 뜻하고요. 따라서 어린 무가 ‘총각’이란 머리 모양과 닮았다고 해 ‘총각무’가 됐다는 게 정설입니다. 그러다 19세기 말부터 지금같이 ‘결혼하지 않은 성인 남자’를 뜻하는 말로 확대돼 쓰였다고 합니다.
김치를 담글 때 무채·마늘·젓갈·갓·파 등을 고춧가루에 버무려 절인 배추에 넣는 재료를 ‘김칫소’라고 하죠. 김치 속을 채운다고 해 김치속, 김칫속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김치에 넣는 재료는 ‘소’가 올바른 표현입니다. 만두나 송편의 맛을 내기 위해 속에 넣는 ‘소’와 같은 말인데요. 따라서 ‘김칫소’라고 해야 맞습니다.
‘절임 배추’ ‘절인 배추’도 혼용해 쓰이는 말인데요. ‘(소금물에) 절인 배추’는 물론이고 ‘절임 배추’도 쓸 수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소금, 장, 술찌끼, 설탕 따위를 써서 절이는 일 또는 그렇게 한 식료품’을 이르는 명사가 ‘절임’이므로 명사가 명사를 수식하는 구조로 ‘절임 배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김치 이야기를 할 때 헷갈리기 쉬운 맞춤법도 있지만 ‘깍두기’(무를 작고 네모나게 썰어서 소금에 절인 후 고춧가루 따위의 양념과 함께 버무려 만든 김치) ‘겉절이’(배추·상추·무 따위를 절여서 곧바로 무쳐 먹는 반찬) 등과 같이 우리말로 만들어진 김치가 생기거나 김치와 관련된 단어가 새로 만들어지는 등 김치와 관련된 우리말도 많은데요.
김치를 담글 때 노란 배춧속에 양념을 얹어 맛보던 기억, 다들 한번쯤 있을 텐데요. 이 고소한 배춧속을 이르는 순우리말이 ‘고갱이’입니다. 풀이나 나무의 줄기 한가운데에 있는 연한 심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11월 22일은 ‘김치의 날’
‘보시기’도 있습니다. 예로부터 김치는 밥상에서 빠지지 않을 정도로 중요한 반찬이기에 김치를 담는 그릇 이름을 따로 붙여줄 정도였는데요. 그것이 바로 보시기입니다. 모양은 사발 같으나 높이가 낮고 크기가 작은 김치 전용 그릇입니다.
고 이어령 선생은 “김치는 홀로 있는 음식도, 독자적인 맛을 지닌 음식도 아니다. 밥이나 다른 음식과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맛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갖는다”고 했습니다. 가족, 이웃과 함께 정을 나누는 김장의 결과물인 김치가 한국인의 어우러진 삶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것 같은데요.
11월 22일은 ‘김치의 날’이었습니다. 이는 김치의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2020년 제정된 법정기념일인데요. 김치를 담글 때 들어가는 배추, 무, 고춧가루 등 재료 하나하나(11)가 모여 면역력 증진, 항산화 및 항암효과 등 22가지 효능을 낸다는 뜻을 담았습니다.
김치를 빼고는 한국인의 밥상을, 한국의 음식문화를 논할 수 없을 텐테요. 우리가 더욱 관심을 갖고 계승·발전시켜 언젠가는 11월 22일이 전 세계인이 즐기는 ‘김치데이’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백미현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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