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고양이들과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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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 가만히 좀 있어봐.”
“발톱이 언제 이렇게 길어졌지?”
평화로운 어느 날 오전, 집에서 고양이를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몽글몽글한 발바닥을 잡고 발톱을 좀 깎아주고 싶은데 너무 싫어한다. 눈치는 얼마나 빠른지 조금만 다가가도 바로 뒷걸음질 친다.
나는 집에서 고등어 무늬의 고양이 두 마리를 기르고 있다. 이름은 ‘로미’와 ‘참견이’로 품종은 ‘아라비안 마우(Arabian Mau)’다. 아라비안 마우는 우리나라의 ‘코리안쇼트헤어’처럼 아랍 세계에서 가장 흔한 길냥이들이다.
‘로미’는 포네틱 알파벳인 ‘R(로미오)’에서 따왔고 ‘참견이’는 말 그대로 모든 것에 다 호기심을 보이고 참견해대서 붙인 이름이다.
로미는 장난기가 넘친다. 와장창 뭔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면 십중팔구 로미의 소행이다. 집안 곳곳을 탐험하며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데 즐거움을 느끼는 듯하다. 반면 참견이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참견하는 것이 일이다. 주방에서 요리할 때나 책상에서 일을 할 때면 꼭 옆에 와서 지켜보곤 한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이들과 함께 산 지 3년이 됐다. 길거리에서 울고 있는 아기 고양이들을 구조했을 때는 비쩍 마르고 작았는데 이제는 살이 올라 무거워졌다.
아랍 사람들은 대체로 고양이를 좋아한다.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마드의 일화에서도 알 수 있다. 생전 무함마드는 ‘무에자’라는 고양이를 대단히 아꼈다고 한다. 하루는 기도하기 위해 일어나려는데 고양이가 옷자락 위에 잠들어 있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고민하던 무함마드는 무에자를 깨우지 않기 위해 본인의 옷자락을 자르고 기도를 하러 갔다고 전해진다.
고양이는 이슬람교에서 청결함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고양이가 물을 마실 때 발로 물을 긷는 모습이 청결함을 유지하려는 행동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반면 개는 특정 조건하에서만 허용되는 동물로 여겨졌고 주로 사냥이나 경비 등의 목적으로 길렀다.
고양이들과의 교감은 큰 위로와 기쁨을 준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들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옆에 와서 조용히 앉아 있을 때, 그렁그렁 하는 소리를 들으며 털을 쓰다듬을 때의 그 평온함은 느껴본 사람만이 안다.
올해 쌍둥이가 태어나면서 북적북적 집안이 아주 시끄러워졌다. 미안한 점이 있다면 신생아 육아에 온 열정을 쏟느라 고양이들이 조금은 뒷전이 됐다는 것이다. 그래도 쿨한 성격의 고양이들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지는 않다. 낯설고 힘든 타향살이에서 이들 덕분에 힘을 얻는다.
원요환
프로N잡러 중동 파일럿. 국내 경제지 기자 출신으로 지금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민항기 조종사로 일하고 있다. 이외에도 작가, 리포터, 콘텐츠PD 등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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