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방만 경영 뿌리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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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
지난달 21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렇게 선언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여 만에 공공기관에 대한 개혁을 예고한 것이다.
‘민간 주도 경제’를 강조하고 공공부문의 슬림화·효율화를 추구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방만한 공공기관에 대해 강도 높은 혁신을 주문해왔고, 이제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정부는 재무상태에 적신호가 켜진 14곳을 ‘재무 고위험 기관’으로 지정했고, 다수의 공공기관들은 성과급 반납 등 혁신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새 정부의 5대 구조개혁 과제 중 하나인 공공기관 개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 공공기관 개혁 왜 나왔나?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21일 윤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공개 발표한 새정부 공공기관 혁신 방향-방만경영 사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350개 공공기관의 부채는 약 583조원으로, 2016년 말 499조4000억원과 비교했을때 16.7%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인력은 32만7000명에서 44만4000명으로 11만6000명(35.5%)이 늘었다. 공공기관 수도 2016년 321곳에서 350곳으로 29곳이나 증가했다. 반면 1인당 영업이익과 영업이익에서 이자비용을 나눈 이자보상비율은 대폭 줄었다.
정부가 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지적하면서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이유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공공기관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연봉 임원진의 (성과급 등) 대우 반납과 과도한 복지제도의 축소 등 솔선수범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솔선수범 발언에 주요 공공기관 경영진들은 일제히 성과급을 반납하고 있다.
먼저, 한국전력공사와 자회사 5곳(남부발전·동서발전·서부발전·한전KPS·한전KDN)이 성과급 자율 반납에 동참한다.
국토교통부 산하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은 올해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 성과급을 전액 반납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과 그랜드코리아레저(GKL)도 지난달 27일 사무실 축소와 경영진 성과급 반납을 골자로 한 혁신안을 내놨다.
콘진원은 서울 CKL기업지원센터 내 임원 전용 업무공간을 콘텐츠기업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기로 했다.
나주 청사에 있는 임원 집무실도 축소해 직원들이 고객들과 활발히 업무 소통할 수 있는 회의실로 바꾼다. 나주 청사 2층에 위치한 콘텐츠도서관 역시 지역주민에게 개방된다.
GKL도 이날 경영진 성과금 전액을 반납하고, 사무공간을 축소하는 등 비상경영 대응 체제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임직원이 반납하는 성과급은 해외마케팅 등 영업활동비로 활용하고 축소 폐지된 임원진 공간은 직원 업무 공간으로 변경·재배치할 계획이다.
◆ 재무위험기관 14곳 지정…공공기관 개혁 신호탄
공공기관 개혁과 맞물려 혁신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1일 국무회의에서 재무 위험 기관에 대한 집중관리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재무위험기관은 공공기관만 아니었다면 재무 구조가 악화되고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어 경영 위기에 놓일 수 있는 곳들이다.
기재부는 지난달 30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작성 대상 27개 기관 중 재무상황을 평가해 14곳을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했다. 이들 기관은 비핵심 자산 매각과 함께 불요불급한 투자계획 축소·연기, 손실 누적 사업 구조조정, 인력 운용 효율화 계획을 담은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7월 말까지 제출해야 한다. 공공기관 개혁이 본격화 된 셈이다.
기재부는 이행 여부 결과를 경영평가에 반영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기관장은 해임 대상에 올리고 직원 성과급을 삭감할 방침이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재무위험기관 지정은 공공기관 개혁의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재무위험기관 지정 외에 7월부터 공공기관 혁신 방안을 차례로 내놓을 계획이다. 급여·성과급 체계를 바꾸고 과도한 복리후생을 축소하거나 기능이 겹치는 기관을 통폐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7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공공기관이 보유한 골프장과 콘도 회원권 등 과도한 복리후생용 자산을 매각하라고 공식화했다.
◆ 공공기관 개혁·혁신 반드시 필요…핵심 역량 위주 재조정해야
전문가들은 부채가 급증하고 방만 경영이 계속되고 있는 공공기관의 개혁과 혁신은 반드시 필요하다는데 대체로 공감했다.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수 년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확산과 코로나19 대유행 등으로 공공기관이 확장 기조를 펼치면서 부채가 크게 증가했다”며 “현 시점에서 공공기관 정책을 재점검해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신완선 성균관대 시스템경영학부 교수도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처럼 부채 급증 등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공공기관을 별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2일 열린 공공기관 혁신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 역시 공공기관 규모가 확대되면서 기능·업무가 유사한 기관들이 증가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핵심 역량 위주로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공공기관 재무 상황에 대한 명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부채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전문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이사회 역할 강화와 기관 유형별 맞춤형 관리 체계 및 경영평가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이 자리에는 김준기 서울대 교수, 라영재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신완선 성균관대 교수, 원숙연 이화여대 교수, 이원희 한경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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