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세대 4688명의 이야기를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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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보통 청년들의 관점으로 청년들의 현실을 분석하고, 필요한 정책을 직접 생각하고 만들어가기 위한 토론의 장인 ‘청년정책 공작소’를 진행하고 있다. 공작소에서는 어떤 얘기들이 오고갈까? 참여한 청년 전문가들이 정책브리핑을 통해 청년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편집자 주)
박진영 어피티 대표 |
청년의 경제생활에는 항상 수식어가 붙습니다. 그리고 그 수식어들은 이상하리만치 대조적입니다. 파이어족, N잡러 등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MZ세대가 존재하는 동시에 빚투, 영끌, 캥거루족처럼 뭔가 ‘대책없어 보이는’ MZ세대도 함께 언급되곤 하니까요.
두 가지 시선의 간극 만큼 청년의 경제생활은 모호하게 느껴집니다. 이들에게 무엇이 가장 큰 고민인지,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도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애써 만든 정책도 효과를 보지 못하기도 해요.
창업의 관점에서 보면, 타겟고객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우리가 공을 들여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서 외면받는 상황입니다. 이럴 때는 다시 타겟고객으로 시선을 돌려,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세심하게 포착해야 하죠.
청년 세대 4688명의 이야기를 듣다
어피티는 지난 5년 간 MZ세대를 위한 데일리 경제 뉴스레터, 머니레터를 운영해오며 세간의 인식과는 다른 청년 세대를 목격해왔습니다.
편견과 일반화에 가려져 있을 뿐, 부지런하고 성실한 것은 물론이고, 전에 없던 ‘자신만의 방식’으로 경제생활을 해나가고 있는 사람들이었어요.
우리는 청년의 경제생활을 몇몇 단어로 포장하기 전에 그 진짜 면모를 파악하고, 기록하고, 알리고 싶었습니다. 지난 8월에 어피티 구독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도 그 일환이었죠.
설문조사는 크게 경제적 독립, 주거 독립, 정서적 독립을 주제로 구성되었습니다. 결코 적지 않은 분량의 설문조사였지만 총 4688명의 청년분들이 이 설문조사에 참여했어요.
경제적 독립: 월 250만 원~300만 원이면 할 수 있다
인생 계획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청년의 절반 이상인 52%가 ‘소득’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2위는 주거(22%)가 차지했어요.
경제생활이 시작되는 시기에 대해서는 ‘취직을 했을 때’를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그리고 이 경제생활의 과정에서, 청년의 90%가 경제생활을 하면서 도움이 필요하거나, 도움이 필요했다고 답했습니다.
그중 45%는 취직 이후 자산 형성 시점에 도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냈고, 구직할 때 도움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20%를 차지했습니다. 취직을 기점으로 청년의 요구가 달라지는 양상도 볼 수 있습니다. 청년들은 소득이 적을수록 구직 시 도움을 바랐고, 소득이 높을수록 자산 형성기 도움을 원했어요.
그렇다면 얼마의 소득이 있어야 ‘경제적으로 자립했다’라고 할 수 있는 걸까요? 청년들은 월 실수령액 250만 원에서 300만 원 사이를 벌 수 있다면 충분히 자립할 수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또 정부로부터 받고 싶은 지원은 자산 형성 도움(34%)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세제 감면(19%), 대출이자 감면(17%)이나 현금성 보조(15%)보다 최소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어요.
주거 독립: 경제적 부담이 가장 문제
캥거루족에 대한 뉴스가 종종 나옵니다. 부모님 집을 떠나지 않고 ‘얹혀 사는’ 청년을 비유하는 단어예요. 이 단어를 보면, 묘하게 청년 세대가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존재로 느껴지곤 합니다.
그런데 정말 이들이 캥거루족에 머물고 싶어하는 걸까요? 설문조사 결과는 달랐어요. 청년의 97%가 독립을 하려면 자신만의 거주공간을 가져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독립을 하지 못하는 데는 경제적인 부담의 영향이 가장 컸습니다. 부모님과 동거하는 청년들이 공간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이유로 전·월세 보증금이 부담된다는 응답이 42%, 생활비가 부담스럽다는 응답이 40%를 차지했어요. 세대주 청년들도 가장 큰 어려움이 월세나 전세자금 대출이자라고 응답했고요.
그렇다면 독립 후, 이들이 갖고 싶은 자신만의 공간은 어떤 형태일까요? 설문조사에 응답한 청년들은 독립 여부와 상관없이 최소 면적 23㎡(7평) 이상의 공간에서 30만 원~40만 원 정도의 월세를 지불하고 거주할 수 있다면 적절하다고 응답했어요. 현재 1인 가구의 최저주거기준은 14㎡인 점을 감안하면,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적지 않습니다.
정서적 독립: 다른 사람과의 연결망이 필요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능력’. 설문조사 응답자는 정서적 독립의 정의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청년 89%는 정서적 독립이 되어야 정말로 독립한 것이라고 응답했어요.
하지만 정서적 독립 역시 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정서적으로 어려운 일도 혼자 해결하고 싶지만, 불안함이 컸어요. 청년 86%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다른 걱정과 고민으로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대안은 ‘일상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고 싶다는 욕구’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청년의 70%가 생활권 내 사회적 연결망에 소속되기를 바란다고 응답했어요.
그리고 이 네트워크는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으로 이뤄져야 하며, 월 1회나 월 2회 정기적인 모임을 가졌으면 한다는 응답이 사회적 연결망 구축에 긍정적인 청년의 75%였습니다.
독립은 목표가 아닌 ‘상태’
'당신이 부자가 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피티가 머니레터 구독자분들에게 이런 질문을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주관식으로 들어온 응답들은 크게 세 가지 주제로 묶였어요.
•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 평범함과 자유를 위해
이들은 단순히 ‘돈이 많은 상태’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인생을 사는 동안 자신이 하고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돈 걱정 없이’ 누리며 자신과 주변의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과정’을 밟아가고 싶어 했습니다.
이번 설문조사의 질문은 달랐으나, 응답 속에서 발견되는 것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들에게 경제, 주거, 정서적 독립은 돈만을 목표로 어떤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통해 삶을 누리는 과정이라는 것. 피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덜 실패하며 한 단계씩 밟아가고 싶어한다는 것.
이제껏 다른 미디어에서 MZ세대와 ‘돈’에 관한 이슈를 다룰 때 볼 수 없었던 표현입니다. 밀레니얼이 좌절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느라 세상이 몰랐을 뿐이에요.
파이어족, 영끌, 캥거루족 등 몇몇 단어로 모두를 설명하려고 하기 이전에, 독립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내리고 묵묵히 향해가는 밀레니얼을 주목해야 합니다. 그래야 청년의 진짜 경제생활에 대한, 진짜 청년정책이 나올 수 있을 테니까요.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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