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장르를 해체 시키다 > 정책소식 | 정보모아
 
정책소식

Z세대, 장르를 해체 시키다

작성자 정보

  • 칼럼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btn_textview.gif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케이팝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팝 음악’으로써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다 다양한 장르로 케이팝의 확장이 필요하다. 정책브리핑은 케이팝의 발전과 음악감상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대중음악의 다채로운 장르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를 지칭하는 용어인 ‘Z세대’는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태어난 이들을 지칭한다.

시기로 보면 ‘밀레니얼 세대’와 일부 겹치기도 하는데, 밀레니얼과 Z세대를 가르는 것은 스마트폰을 언제부터 사용했느냐의 여부로 갈라질 것이다.

유튜브가 2005년 처음 서비스를 개시했고 스마트폰이 퍼져 나간 것이 2000년대 중 후반이니 Z세대 중 일부가 태어났을 때 이미 유튜브와 스마트폰이 세상에 존재했던 셈이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Z세대들은 마치 유전자에서부터 디지털 기기에 대한 활용법을 타고나 있는듯 보였다. 소셜미디어 활용에 능했고, ‘X세대’부터 심화되었던 개인화된 성격은 더욱 강해졌다.

때문에 이들은 레코드 회사나 프로모터의 힘을 빌지 않고서도 충분히 스스로를 홍보해 나갈 수 있었다. 오히려 그런 거대한 회사들이 한발 늦게 이들을 따라잡으려 했다.

다양한 앱과 플랫폼의 성장으로 음악 제작 및 배포가 이전에 비해 수월해지면서 누구나 쉽게 음악을 만들고 뿌릴 수 있었다.

손쉽게 노래를 완성하면 빌리 아일리시가 그랬듯 사운드클라우드나 밴드캠프에 곧바로 곡을 업로드할 수 있다.

빌리 아일리시가 지난 4월 3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제64회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 도중 ‘해피어 댄 에버(Happier than ever)’를 열창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AP/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혼자 만들고 배포하게 되면 음반사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굳이 특정 장르를 고수할 이유가 없다. 그저 자신이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소리들을 이것저것 조합해보면 될 뿐이다. 빌리 아일리시의 경우 만약 소셜 미디어가 없었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Z세대 아티스트는 아니지만 비욘세 또한 2013년도 셀프 타이틀 정규앨범을 발매할 당시 아무런 예고 없이 자신의 SNS 계정에만 음원발매를 공표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그녀의 앨범이 공개된다는 사실은 음반 회사의 극소수 간부들 만이 알고 있었다.

칸예 웨스트의 앨범 의 커버 사진 경우 앨범 발매 직전 가졌던 리스닝 파티에서 칸예 웨스트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찍은 와이오밍 산맥의 풍경을 파티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업로드한 것이었다.

이런 방식은 아티스트와 팬 사이 존재하던 벽들을 하나 둘씩 제거하는 역할을 했고 보다 팬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듯한 인상을 주곤 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음악들이 무작위로 노출되면서 비영어권 노래들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인기를 얻었다.

국가나 언어에 상관없이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는 것이 비교적 수월해진 Z세대는 다른 어떤 인구 통계보다 더 많이 전세계 각지의 음악을 듣고 있다고 한다. 멀리 떨어진 곳의 다양한 문화를 실시간으로 보다 가깝게 접할 수 있는 기술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핑크와 BTS를 비롯한 케이팝들 또한 이런 흐름과 함께 전세계를 장악할 수 있었다. 케이팝은 한국어와 영어 가사를 조화롭게 사용하는 편이었고 전세계 청취자들로 하여금 국제적 유대관계를 형성하게끔 유도했다.

젠더와 섹슈얼리티가 유동적일 수 있다는 것을 태어나면서부터 받아들인 Z세대는 전통적인 경계를 허물곤 했다. 이들은 음악의 경계 또한 무시하면서 직관적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음악들을 생산해냈다.

물론 과거 밀레니얼 세대들도 장르를 넘나들곤 했지만 그 당시 만들어진 음악들은 기본적으로 하나의 전통적인 장르 범주에 속하는 편이었다.

래퍼 릴 나스 엑스의 히트곡 ‘Old Town Road’에는 컨트리 스타 빌리 레이 사이러스가 참여했고 충분히 컨트리적 요소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는 빌보드 컨트리 송 차트에 잠깐 올랐다가 논쟁 이후 삭제됐다.

분명 컨트리적 요소가 곡의 중심에 있긴 했지만 기성 매체에서 이를 컨트리로 분류하기에는 뭔가 애매했기 때문이다.

장르 사이의 벽이 점점 의미가 없어진 계기 중 하나로 스트리밍 서비스의 영향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때 우리는 특정 앨범이나 특정 장르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저 좋아하는 각양각색의 노래들을 재생목록에 추가할 뿐이다.

사람들의 음악적 취향은 그 경계가 무의미할 정도로 다양해지고 있으며 이는 음악을 만드는 이들 또한 마찬가지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비교적 느슨한 장르 분류는 이후 세대들이 음악을 보는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

빌리 아일리시의 경우에도 빌보드와의 인터뷰에서 장르라는 개념이 싫고 노래를 특정한 카테고리에 넣으면 안된다 말하기도 했다.

빌리 아일리시, 릴 나스 엑스 등의 아티스트들이 특정 장르로 분류하기 애매한 곡들을 계속 히트 시켜내면서 청취자들 또한 장르의 경직성에서 꾸준히 멀어지고 있다.

하고싶은 것을 비교적 마음대로 찾아 액세스 할 수 있는 새로운 세대, 그리고 새로운 시대의 스타들은 장르와 차트, 그리고 판매량에 신경을 덜 쓰게 됐다. 성공을 측정하는 방식이 개편됐고 이는 기존 시장의 개편 또한 의미한다.

장르 음악, 혹은 장르 구분은 적어도 주류에서는 위기를 맞은 상태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10년 후에는 정말로 장르라는 것이 무의미해질 가능성도 있다.

장르가 무의미해진 이후의 세상에서는 과연 어떤 식의 분류가 대체될까. 장르의 구분을 이야기하지 않고 순수하게 노래 자체로만 논의하게 될까. 장르 구분의 종말이 오히려 더 나은 것을 가져오게 될까.

“위기는 오래된 것은 죽어가고 있으나, 새로운 것은 아직 탄생하지 않은 시기이다” -안토니오 그람시

한상철

◆ 한상철 밴드 ‘불싸조’ 기타리스트

다수의 일간지 및 월간지, 인터넷 포털에 음악 및 영화 관련 글들을 기고하고 있다. 파스텔 뮤직에서 해외 업무를 담당했으며, 해외 라이센스 음반 해설지들을 작성해왔다. TBS eFM의 음악 작가, 그리고 SBS 파워 FM <정선희의 오늘 같은 밤>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다. 록밴드 ‘불싸조’에서 기타를 연주한다. samsicke@hanmail.net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근글


  • 글이 없습니다.

새댓글


  • 댓글이 없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