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면 찾아오는 충전기’ 시대 어디서나 전기차 충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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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 전기차 충전기 안전기준 마련
전기차 사용자 A씨는 충전 때마다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충전기가 설치된 곳을 검색해 찾아가는 것도 번거롭지만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충전기 위치에 차량 진입이 막혀 있거나 충전기가 아예 고장 나 있으면 난감할 수밖에 없다. A씨는 휴대전화 보조배터리처럼 이동 가능한 전기차 충전기가 개발됐다는 기사를 봤지만 생활에서는 접하지 못했다. A씨는 환경보호를 위해 전기차를 선택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경기도 소재 B기업은 전기차 충전기와 전력저장용 배터리를 활용한 융복합 신제품 ‘이동식 전기차 충전기’를 개발했다. 주차면에 설치돼 제한된 장소에서만 충전이 가능했던 기존 고정식 충전기가 아닌 부르면 찾아오는 수요자 중심형 차량 탑재 방식과 마트 등에 비치해 손쉽게 충전이 가능한 카트형 제품 발매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현행 전기차 충전기 안전기준에 따라 이동식 전기차 충전기는 국가인증(KC)이 불가능해 제품 개발을 완료했음에도 판매를 할 수가 없다.
아파트 주차장 등 건물 안에서도 사용
정부가 이동식 전기차 충전기 안전기준 마련을 규제혁신 과제로 선정함으로써 이르면 2022년 말부터 일반인도 이동식 전기차 충전기를 시중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2년 연말까지 전기용품 안전기준을 개정해 이동식 전기차 충전기 안전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개선된 기준안은 이동식 전기차 충전기 안전성 검증을 위한 시험 방법(내충격성 등 4가지 항목)을 마련함으로써 안전 검증을 받고 상용화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정부는 수요자 맞춤형 전기차 충전사업 등을 통해 기반시설(인프라) 확충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용 주차공간에 차를 대지 않고도 전기차 충전을 할 수 있는 ‘이동식 배터리’는 바퀴 달린 배터리를 미리 충전해둔 다음차를 댄 자리로 끌고 와 전선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전기차 이용자의 걱정거리인 전용 주차공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미국, 독일, 중국 등 주요 국가들도 10~50kW급 이동형 충전서비스의 상용화에 들어가는 등 초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어 우리나라도 이러한 추세에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이동식 전기차 충전기가 개발 완료됐음에도 판매를 할 수 없었던 건 이에 대한 인증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상용전원(AC)에 연결된 고정식 충전기 안전기준만 있어 이동식 전기차 충전기는 기준 부재로 인증이 불가능했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현재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대상 품목 중 전기차 충전기 품목은 고정식 충전기만 국가인증(KC)을 받을 수 있게 정의돼 있다”며 “이동식은 국가인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법령 개정을 통해 안전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제도 도입 당시인 2012년에는 이동식에 대한 수요도 없었고 이동식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없어 고정식만 대상으로 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 개정되는 국가인증 안전기준은 제품 자체에 대한 안전성 검증을 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사용 장소에 대한 제한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아파트 주차장 등 건물 안에서도 이동식 전기차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력망 부하 낮추는 데도 효과적
이동식 전기차 충전기가 판매되면 이를 자율주행로봇 기술과 접합해 ‘부르면 찾아오는 충전기’를 볼 수도 있다. 특히 충전에 어려움이 많은 마트 등에서는 카트형 제품으로도 만날 수 있다.
이동식 전기차 충전기는 그동안 제주도와 경북도 등에서 실증사업을 통해 안전성 검토를 위한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0년부터 우리나라 최고의 전기차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는 제주도와 함께 이동형 전기차 충전을 시범 실시했다. 2020년 이동형 충전서비스와 충전 기반시설 공유 플랫폼, 2021년 충전 데이터 기반의 전기차 특화 진단서비스와 충전 기반시설 고도화 등을 진행했다.
제주도는 공동주택의 좁은 주차공간에 전기차 충전을 위한 전용공간을 확보해야 하고 설치와 관리 비용도 발생해 입주자 간 갈등의 원인이 되는 등 문제점을 안고 있어 그동안 충전 기반시설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제주도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탑재한 이동형 충전기를 통해서도 전기차 충전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이동식 전기차 충전서비스가 도입되면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충전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고 충전 수요가 없을 때는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충전이 필요할 때만 공급할 수 있어 전력망 부하를 낮추는 데도 효과적이다.
실증 1단계에서는 이동식 전기차 충전기를 고정한 상태에서 충·방전의 안전, 충전 속도 등을 검증하고 공인시험인증기관(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과 협력해 이동 환경 특성에 맞는 안전관리 방안도 마련했다. 2단계 실증에서는 이러한 안전관리 방안을 준수해 이동 환경에서 실증을 진행하며 다양한 환경에서 검증하기 위해 전기차 충전 대상도 순차적으로 늘렸다.
여러 차량 동시에 충전도 가능
경북도에서는 2021년 12월 전기차 충전서비스 신생기업 티비유(TBU)와 함께 ‘데이터 기반 찾아가는 전기차 충전서비스’를 실시했다.
데이터 기반 찾아가는 전기차 충전서비스는 지역 연구기관·기업 협업을 통한 충전서비스 고도화, 주민 참여 충전서비스 홍보 및 전기차 사업 현황 공유 등 사업 과정 전반에 혁신 주체로서 지역 주민이 참여하게 된다.
이 사업은 전기차 배터리 및 운행 자료(데이터) 수집·분석·활용, 자료 기반 이동식 충전기(화물차 탑재형) 활용 충전서비스 제공, 배달·충전·수거서비스 등 충전 관련 산업 활성화 등이다.
전기차 배터리 및 운행 자료 수집·분석·활용은 전기차에 OBD(차량 정보 제공 장치) 단말기를 탑재해 전기차 운행 패턴과 배터리 자료를 수집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수집된 자료를 활용해 배터리 배달·충전·수거 비용을 절감하는 등 충전서비스가 자료 기반으로 효율화된다.
이동식 충전서비스의 경우 전기차 충전기를 화물차에 탑재한 이동식 충전소가 충전이 필요한 차량을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를 통해 급속·완속 충전 모두 지원하며 다수 차량의 동시 충전 지원이 가능하다.
전기차 방문 충전서비스도 잇따라 선봬
국내 렌터카업체도 이동식 전기차 충전사업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롯데렌탈의 차량관리 전문 자회사 롯데오토케어는 2022년 9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실증특례 승인을 받아 업계 최초로 전기차 방문 충전서비스를 출시했다. 전기차 방문 충전서비스는 ‘정비 고급형’ 고객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롯데렌탈은 방문 충전서비스 외에 긴급 충전서비스도 출시했다. 전기차 이용 중 배터리가 방전됐을 때 전기차 전문 정비사가 고객이 있는 장소를 방문해 배터리를 충전해주는 서비스다.
약 35km를 이동할 수 있는 7kWh를 충전해준다. 정비 고급형 고객이나 차량 20대 이상을 이용 중인 법인 고객이면 긴급 충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방문 충전서비스나 긴급 충전서비스 모두 특례 승인을 받은 지역인 서울과 인천, 경기 광명·남양주·과천·성남·고양에서만 이용이 가능하다.
한편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등록된 전기차는 2021년 말 기준 23만 1443대에 이르러 2020년 말 기준 13만 4962대에 비해 10만 대 가까이 증가했다. 2019년 3만 5000대, 2020년 4만 7000대 등 신규 등록 차량이 해마다 늘고 있어 2022년 말에는 3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충전기 보급 대수는 2021년 6월 말 기준 7만 2000기에 이른다(전력거래소 발간 <전기차 및 충전기 보급·이용 현황 분석>). 급속충전기는 1만 3000기, 완속충전기는 5만 9000기이며 민간 충전사업자가 운영하는 충전기는 6만 690기로 공공 충전사업자보다 훨씬 비중이 높다. 전기차 충전기는 2019년 4만 4792대, 2020년 6만 4288대 등 해마다 늘어나 2016년 대비 30배 이상 증가했다.
이찬영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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